메뉴 건너뛰기

close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4일 국회에서 포털 '다음' 매크로 조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4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4일 국회에서 포털 '다음' 매크로 조작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10.4 ⓒ 연합뉴스
 
기자 = "어떻게 다음 스포츠 클릭 응원이 악용되어서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으로 연결되는지 그 개연성을 구체적으로 밝혀주시라."
​​​​박성중 국민의힘 국회의원 = "나중에 구체적 사례를 가지고 설명드리겠다."


국민의힘이 포털 '다음·카카오'를 정조준했다. 지난 1일 열린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에서 한국과 중국이 맞붙었는데, 당시 다음 스포츠의 '클릭 응원'에서 중국 팀을 응원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게 빌미가 됐다.

이를 두고 집권당을 포함한 여권은 '여론 조작'이라며 여러 채널을 동원해 연일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물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까지 비판 목소리를 높인 것.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도 4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의혹을 집중 제기했지만, 클릭 응원의 클릭 수 조작과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 사이의 개연성을 구체적으로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민주주의 근간 뒤흔드는 사회적 재앙"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여론 왜곡 조작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범부처 TF(태스크포스)를 시급히 구성하라"라고 지시했다.

국무조정실은 한덕수 총리가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며 "과거 '드루킹 사건'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범부처 TF를 신속하게 꾸려 가짜뉴스 방지 의무를 포함한 입법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지시했음을 알렸다.

이날 방통위는 "지난 1일 한중전을 전후해 다음·카카오 응원 서비스에 뜬 응원클릭 약 3130만 건(확인 IP 2294만 건)을 긴급 분석한 결과"를 보고했는데, 이에 따르면 "해외 세력이 ▲가상망인 VPN을 악용해 국내 네티즌인 것처럼 우회접속하는 수법과 ▲컴퓨터가 같은 작업을 자동 반복하게 하는 매크로 조작 수법을 활용해 중국을 응원하는 댓글을 대량 생성하였으며, 다음·카카오 응원 서비스에 뜬 댓글 중 약 50%는 네덜란드를,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라는 것.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여론 왜곡이 네덜란드, 일본 등 외국의 인터넷을 우회한 소수의 사용자에 의해 벌어진 바, 국민 여론을 분열시키는 행위가 국내는 물론 해외 세력에 의해서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인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뉴스타파 (김만배씨 녹취록 왜곡 편집) 보도의 충격이 가지기도 전에 건강한 민주주의를 지키는 공론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또 보여줘 국민 충격이 정말 크다"라며 "이런 게 방치하면 바로 국기 문란 사태가 된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것은 진보와 보수, 여야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번 건은 응원 댓글 이야기이지만 만약 이런 사태가 매크로 기술을 동반해 선거 때나 긴급 재난 시, 금융 시장에서 엄청난 충격을 주는 사태로 일어나면 큰일"이라고 주장했다. "9·11테러도 첩보와 예후가 있었지만 '설마' 그러다가 벌어진 일"이라며 "김기현 대표도 과거에 관련 법을 발의했지만, 여야가 진영 논리에 빠져 계류 중으로 정치권에서 지혜를 모아 긴급 입법을 해야 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좌파 성향 포털 다음, 여론조작의 숙주... 국기문란 중범죄"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언급처럼, 김기현 대표는 "댓글 국적표기법안도 이번 정기국회 내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하여, 댓글 조작이나 여론조작 세력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겠다"라며 입법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

앞서 대변인 명의의 논평으로 포문을 열었던 여당은 이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여론조작 드루킹의 뿌리가 방방곡곡에 파고 들어가 망동을 획책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라며 "포털 '다음'이 여론조작의 숙주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특히나 좌파 성향이 강한 포털사이트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여론조작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며 해프닝도 아니다"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는 여론을 조작해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는 공작이 자행되고 있다는 강한 의구심이 기우가 아니라고 보인다"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라며 "아울러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진상조사를 촉구한다. 국정원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대공 의혹과 해외로부터의 우회적 조작 의혹에 대해 철저히 점검해보아야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국회 국정감사 카드뿐만 아니라 방통위와 국정원도 호명한 것.

김 대표는 "포털에서의 여론조작은 다른 언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유권자인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잘못된 선택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반복해 꼬집기도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 역시 같은 날 논평을 내고 "다음·카카오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며 "국내 최대 규모의 메신저·포털을 운영하며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관리·감독 책임을 방기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오직 다음·카카오만이 드루킹의 놀이터이자 온상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라며 "총선 6개월을 앞두고 다시 반복된 이번 사태는 국가안보에도 위협이 될 수 있는 '드루킹 시즌 2'로 번질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으로 규정했다.

"개연성 있다"라며 구체적 설명 요구하자 제대로 답 못해

국회 과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도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마이크를 잡고 "특정 반국가세력들이 국내 포털을 기점 삼아 광범위한 여론조작을 하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이런 조작행위가 드러났다는 것은 절대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후 백그라운드 브리핑에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직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선거를 앞둔 여론 조작 시도와 연결하는 건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박 의원은 "'드루킹' 우리가 봤지 않느냐"라며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연성이 있다. (여론 조작 세력이) 충분히 침투할 여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저희들은 (유입 IP의) 상당수가 중국에서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라며 "자꾸 총선이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충분히 그럴 개연성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로그인 없이 클릭만으로 무한히 숫자를 늘릴 수 있는 '클릭 응원'과 계정을 가지고 로그인 후에야 작성할 수 있는 '댓글'을 그대로 연결하는 건 개연성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도 여러 차례 나왔으나, 박 의원은 "충분히 할 수 있다"라며 '개연성이 있다'라는 취지의 답만 반복했다. 기자들이 계속해서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자, 그는 결국 "나중에 구체적 사례를 가지고 설명드리겠다"라는 정도로만 갈음했다.

답변 중에도 다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론 조작의 배후로 "친민주당 세력·친북한 세력·친중국 세력"을 지목했다가도, "이번 축구 경기에서 (응원 클릭의 배후로) 민주당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좋아하는 그런 세력들이 일부 시도해본, 작전한 것이 아닌가"라고 답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한 유저가 본인의 서버를 활용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응원 클릭 수를 증폭시킨 정황도 나왔지만, 박 의원은 "일개 유저의 장난으로 생길 수 없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클릭응원#다음#카카오#여론조작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