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인사들이 단톡방을 만든 뒤 교원들을 향해 "미X 여자", "부검하자" 등의 비난을 쏟아내 논란에 휘말린 서울 강남구 A초(관련 기사 :
"미X 여자", "부검해야"... 강남 학부모들의 충격적인 단톡방). 논란 뒤 이 학교 학부모회가 교사들을 응원하려고 만들어놓은 교문 앞 학부모용 게시판에 학생들이 몰려들어 손 편지를 쓰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학부모들이 편지 쓰라고 만든 것인데... 이럴 줄 몰랐다"
4일 오후 2시쯤, A초 정문 앞 왼편엔 "선생님께 항상 예의를 지키고, 감사한 마음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_A초 학부모 일동"이라고 적힌 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 아래엔 이 학교 학부모들이 직접 손 편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붙일 수 있는 게시판 5개가 내걸렸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손 편지를 붙이도록 만든 5개의 게시판 가운데 4개가 학생들 손 편지로 꽉 찼다. 전체 250여 개의 손 편지 가운데 이 학교 1~6학년 학생들이 직접 쓴 손 편지가 200여 개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날 학부모회 관계자는 교육언론[창]에 "이 게시판은 학부모들이 편지를 쓰라고 만든 것인데 이럴 줄 몰랐다"면서 "학부모들은 물론 학생들이 등하교 하면서 이렇게나 많이 편지를 쓰고 있어서 놀랍다"고 말했다.
앞서, A초 학부모회는 지난 2일 이 학교 학부모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최근 우리학교 오픈채팅방이 여러 언론에 노출되면서 많이들 놀라시고 당황하셨으리라 생각 된다"면서 "저희 학부모회에서는 이 상황을 방관하는 것 또한 그 의견에 동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 선생님들을 믿고 응원하는 많은 학부모님들의 의견을 모아보려 한다. 선생님께 진심 어린 감사 인사라도 간단히 적어 보드에 붙여주시길 바란다"고 손 편지 쓰기를 알린 바 있다.
이에 따라 4일 처음 설치된 게시판에는 이날 오후 2시 기준 250여 개의 손 편지가 붙었다. 이 가운데 200여 개는 학생들이 직접 쓴 것이었다. 편지 내용을 보니 학생들도 단톡방 때문에 힘들어한 교사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한 6학년 학생은 편지에서 "○○○쌤, 늘 사랑해요. 악성 학부모 있어도 제가 늘 응원할게요"라면서 "저는 늘 선생님 편"이라고 적었다.
'한반도 배지'로 담임 물러난 교사, 학생들 응원 편지 여러 장
또 다른 5학년 학생은 "선생님, 힘든 시간을 보내셨겠지만, 5학년 2학기 끝날 때까지 순조롭게 지냅시다. 사랑합니다"라고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선생님, 모두를 가르치신다고 힘드시겠지만 계속 노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와 "사랑해요. 쓸 게 많아서 3장을 써요. 제가 50세 때까지 사세요"란 글도 보였다.
이미 초중고 교과서 수십여 곳에 실려 있는 한반도기 배지를 나눠준 뒤 단톡방에서 '간첩', '김일성 찬양하는 꼴'이란 비난 글에 직면한 후 담임에서 물러난 B교사를 응원하는 학생들의 글도 여러 개 붙어 있었다. 이 교사는 현재 병가 중이다.
학생들은 B교사의 이름을 직접 적은 뒤 "사랑해요",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학생은 "저희를 위해 열심히 가르치시고 떠나신 B쌤, 사랑해요"라고 썼다.
손 편지를 쓰던 고학년인 듯한 학생은 교육언론[창]에 "부모님 대신 제가 대신 편지 써도 돼요. 이 편지 내용이 부모님 마음이에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게시판 한 쪽엔 이 학교 학부모들이 직접 적은 다음과 같은 응원 글도 보였다.
"선생님들이 힘들어하시고 계시는지 미처 살피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을 존경하고 감사해하는 학부모들이 99.9%라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선생님, 너무 힘들어하지 마세요. 대다수의 학부모들은 학교와 선생님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큽니다. 더욱 더 말과 행동을 신중하게 하겠습니다."
이런 학부모들의 손 편지 쓰기 활동에 대해 이 학교 한 교원은 교육언론[창]에 "문제가 된 단톡방이 사라지고 이젠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교사들을 응원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 응원 다행" - "눈 가리고 아웅"
하지만 이 학교 또 다른 교원은 "그런 악성 단톡방이 존재했는데도 가만히 있던 학부모회가 이제 와서 갑자기 응원 편지를 쓴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아니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게 아니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현재 이 학교엔 모두 8개의 근조화환이 배달되어 있다. 이 화환들에는 "손가락 사이버 폭행범은 스스로를 부검하라", "한반도기는 모르고 부검 좋아하는 난나긴다 하는 젊잖은(점잖은) 학부모들이 있는 곳" 등의 글귀가 적혀 있다.
이날 이 학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화환도 배달됐다.
"응원도 필요 없습니다. 제발 학교를 가만히 두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