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2세이자 카자흐스탄 공훈예술가인 김겐나지&문공자 부부가 6일 한국을 찾았다. 앞으로의 공연 일정을 위해서다. 김겐나지씨는 카자흐스탄 국립 고려극장장을 지낸 기타리스트고, 문공자씨는 가수다.
고려극장은 노년의 홍범도 장군이 수위로 일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도 홍범도 장군을 기리는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6일 저녁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부부와 만나 인터뷰했다. 이들은 "홍범도 장군은 조국을 위해 싸운 애국자"라며 "홍범도 장군에 각별한 애정이 있는 우리 고려인들은 지금의 상황에 매우 가슴 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조국 위해 싸운 영웅 홍범도... 도대체 왜 이런 일 벌어지는지 이해 안 돼"
- 육군사관학교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기로 한 데 이어, 그의 이름을 딴 독립전쟁 영웅실 폐쇄까지 추진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홍범도 장군은 애국자 아닌가. 그분의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홍범도는 일본과 싸운 애국자다. 조국을 위해 싸운 영웅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른 모든 것보다도,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나."
- 고려인들에게 홍범도 장군은 어떤 의미인가.
"모두가 홍범도 장군은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 민족이 얼마나 일본인들에게 많이 당했나. 우리도 어렸을 때 옛날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본어를 하지 못하면 물건 하나도 살 수가 없어 일본어를 배울 수밖에 없었다고 하더라. 이번 추석에도 우리 고려인들은 홍범도 장군 기념 공원을 찾아 추석 인사를 올렸다(
https://youtu.be/3Zh_vtP8K5M?si=gkma8m4dphnvO_94)."
-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고려인들의 반응은 어떤가.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다들 슬퍼하고 있다. 모두가 정말 마음 아파한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셨는데, 왜 이런 일을 당하고 계시는지 안타깝다."
또한 두 사람은 인터뷰 내내 통일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통일이 이뤄지면, 통일 한국 어디에서 무슨 일이든지 다 하고 싶다"면서 "지금도 통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울린다"고 말했다. 또 "사는 곳은 멀어도 피는 바뀔 수 없는 법"이라면서 "통일되면 우리나라가 더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통일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하루빨리 조국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식사 후 부부는 근처의 카페 열시꽃에서 진행한 방현석 작가의 소설 <범도> 북콘서트에 참석해 <사할린>, <고려 아리랑> 등 공연을 선보였다.
김겐나지 기타리스트의 기타 연주에 문공자 가수가 노래를 불렀다. 주현미의 노래 <사할린> 중 "살아생전 한번만 가 봤으면 내 조국 내 고향"이란 대목이 나왔을 때는 몇몇 참가자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부부는 며칠간 한국에서 공연한 후 17일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