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미술 작가들에게 전시회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숨통이 트이는 일이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년 작가들은 미술재료를 사는 것조차 부담스럽다.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 보령에서는 보령 출신 청년 작가들이 보령시의 도움을 받아 전시회를 열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보령시는 최근 '보령 청년 아트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8일부터 오는 15일까지 보령 '마을미술관 비읍'에서는 정재욱, 김서린 두 청년 작가가 전시회를 연다.
"멸종된 서호 납줄갱이 모형 복원, 방송에도 작품 기증"
지난 8일 기자는 정재욱(29) 작가를 만났다. 어류 조각을 하는 청년 작가가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에 궁금해서 현장을 찾은 것이다. 전시 소식을 알린 것은 정 작가의 아버지인 정세훈 교사이다. 정 교사는 보령의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어류 조각은 국내에서는 작가도 많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생소한 분야'이기도 하다"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정재욱 작가가 어류 조각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린 시절 보령과 서천의 바닷가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따라 낚시와 해루질을 하면서 바다 생물을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생태에도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정 작가는 지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어류 조각에 뛰어 들어 들었다.
채널A의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에 돌돔과 감성돔, 참돔 등의 작품을 기증했다.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해당 방송에서 소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정 작가는 "아버지가 프로그램의 팬이다. 아버지가 기부를 권해서 2년 전 쯤에 작품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아래는 정 작가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내용이다.
- 이번 전시회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
"'따로 또 같이'라는 이름의 전시이다. 각자 다른 분야의 미술을 하고 있지만 함께 전시하는 형태이다. 청년 작가들이 모여 함께 미래를 고민하는 자리라는 의미도 있다. 청년 작가들이 전시회를 함께 열면서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공간을 선택할 때도 도움이 됐다. 마을 미술관 비읍을 선택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비읍자 형태로 테라스가 있다. 일반적인 미술관의 형태와는 다르다. 공간을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어류 조각은 생소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
"시각 디지인을 전공하면서 색과 색감에 대해 알게 됐다. 오히려 전공이 조형을 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조형물을 의뢰해 제작하거나 피큐어 작품을 만들고 있다. 조형물 작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청주에 작업실 겸 작은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부모님이 고향 보령에 살고 계셔서 자주 온다. 이번에 보령시에서 청년작가를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시회에 도전하게 됐다. 내 경우에는 출향 작가 자격으로 참여했다."
- 어류 조각은 일본에는 많지만 국내에는 흔치 않다고 들었다.
"물고기를 상당히 좋아한다. 좋아하다 보면 관찰을 하게 되고, 어류의 특성도 공부하게 된다. 그렇게 어류에 대해 하나 둘 알게 됐다. 어류의 특성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어류 조형을 하게 됐다. 어류의 다양한 모습을 역동적으로 디오라마(실물 축소 모형)화 시켜서 연출을 하고 있다."
- 어류 조각의 매력이 무엇인가.
"어류는 물에 젖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때 나오는 어류의 광택이 아름답다. 그 광택을 표현하고 싶었다. 물론 무조건 광택만 입힌다고해서 어류가 더욱 빛나 보이거나 멋있어 보이는 것은 아니다. 어류 별로 표정과 동작이 다르다. 그 특징을 살려 빛과 색감을 조색하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멸종된 서호 납줄갱이 모형을 복원해서 전시하고 있다. 멸종된 서호 납줄갱이 표본은 전 세계에 하나 밖에 없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자료만 존재한다. 그런 물고리를 작품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일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 중국에서는 인기 있는 어종이지만,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금룡 아로아나도 조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감성돔 돌돔 참돔 등은 일반인들이 많이 아는 어종이다. 하지만 금룡 아로아나는 생소한 어종일 수 있다. 중국에서는 부를 상징하는 물고기이다. 멸종 위기 종에 등록되어 있다. 관상 어종으로 인기가 많다. 관상을 하시는 분들이 매력을 느끼는 어종이기도 하다. 관심을 가지고 보다가 그 매력에 빠졌다."
- 청년 작가로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금전적인 부분이다. 어류 조형을 위해 레진이라는 재료를 쓰고 있다. 재료비 부담이 없다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텐데 아무래도 재료값이 비싸다 보니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번처럼, 청년 작가들이 전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어류 조형을 보고 '신기하다, 물고기 같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작품을 보면서 어류에 매력을 느끼게 하고 싶다. 바다 생물의 생태에도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