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시 호원초의 고 이영승 교사가 학생의 안전 사고 때문에 수년간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린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현장 교사 대부분이 교육활동 중 안전사고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고 이 때문에 교육 활동이 위축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2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학생안전사고 관련 교사 피해 사례 결과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배상의 공포로부터 교사와 교육활동을 보호하라"고 촉구했다.
"교사 대부분 불안함 느껴 교육 활동 위축돼"
설문에 답한 987명의 교사 중 80.4%가 교육활동 중 학생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매우 불안하다'고 답했으며 17.9%는 '약간 불안하다'고 밝혀 교사 98.3%가 불안함을 느끼며 교육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이러한 불안감으로 응답 교사의 82.1%는 교육 활동이 '매우 위축'되고 있으며 17.3%는 '다소 위축'된다고 답해 전교조는 "거의 모든 교사가 학생안전사고에 대한 우려로 심리적 고통과 교육활동 위축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전교조가 분석한 500여 건의 사례 분석 결과, 교사들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학부모 사이의 보상과 사과를 받도록 중재 요구를 받았으며 학교안전공제회를 통해 보상이 이뤄졌음에도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는 학부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남학생이 다리를 걸어 여학생이 넘어지면서 영구치인 앞니가 부러졌어요. 양쪽 학부모가 서로 통화도 안 하고 교사에게 중재를 요구하며 합의금까지 받아내라고 하더군요. 결국 상대 학부모에게 합의금 200만 원 받기까지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습니다."
"점심 먹고 양치하는 동안 한 학생이 장난하다 친구 손가락을 문에 끼게 했어요. 피해 학생 학부모는 안전공제회에서 치료비를 지원 받았는데도 가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추가 보상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더군요. 잘 되지 않자 담임교사를 협박하며 겁을 주는 전화를 주말까지 했어요."
또한, 학생이나 학교의 물품이 분실되거나 파손된 경우에도 학부모와 관리자는 교사 개인에게 관리 책임을 묻고 배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수업 중 노트북을 사용하는데 학생 실수로 노트북 액정이 깨졌습니다. 관리자는 교사에게 수리 비용을 배상하라고 했습니다."
"과학수업에서 학생이 동그란 자석을 먹어 응급수술을 하고 입원 치료를 했어요. 안전공제회 보상 처리 후에도 학부모가 과학전담교사와 담임교사에게 치료비를 요구하니까 교장·교감까지 나서 교사에게 보상하도록 회유했습니다."
전교조 전희영 위원장은 이날 "무한책임전가로 인한 교육활동의 위축은 결국 학생들의 학습권침해로 이어진다"며 "교원지위법이 교원의 지위 향상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특별히 제정된 법이라면 법의 취지에 맞게 특례조항을 신설하여 교사를 보호할 수 있도록 국회가 당장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운전자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에 의해 경과실에 의한 상해는 공소제기를 할 수 없다"면서 "이것처럼 학교에서도 교사의 교육활동 중 일어나는 학생안전사고는 학교안전공제회와 교원책임배상보험이 민사적인 보상을 해주므로 교사에게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특례조항이 '교원지위법'에 신설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사소송의 경우에도 교사에 대한 소송을 기관이 대리하고 교사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교사가 가입된 교원책임배상보험에 의해 배상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학생이 사용하는 물품의 분실·파손 등에 대해 교사의 책임을 묻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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