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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자료사진)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자료사진) ⓒ 연합뉴스
 
수사는 최대한 불구속 상태에서 해야 한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다. 그런데도 구속영장이 발부된다면 경찰에서 최장 10일(형사소송법 제202조), 검찰에서 20일(동법 제203조), 최장 30일 동안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구속된 상태로 기소되면(구속기소) 2개월 동안 구속해 놓고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동법 제92조 제1항). 다만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계속해야 할 특별한 이유가 있을 때는 심급마다 2개월 단위로 2차에 한하여 구속기간을 갱신할 수 있다(동조 제2항). 형사소송법은 구속기간의 갱신을 두고 "특히 구속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며 예외 규정임을 명확히 했다. 기본 2개월에 2개월씩 2차에 걸쳐 연장 가능하니 1심 재판에서 최장 6개월간 구금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불구속 수사의 원칙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청구하는 영장은 대부분 발부되어 영장 발부율은 80%를 상회한다. 구속기간 역시 대부분 1심이 종결될 때까지 갱신된다. 만약 재판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검찰은 다른 건으로 추가 영장을 청구한다.

재판 기간이 6개월을 넘기는 사건은 대부분 두세 가지 혐의가 병합된 사건이다. 예컨대 A와 B 두 사건으로 기소되었다면, A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6개월을 구속한 후, 다시 B 사건으로 추가 영장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판결을 받기도 전에 A 혐의와 B 혐의로 각각 6개월씩 1년 동안 구속될 수 있다. 만약 A, B, C 세 가지 혐의로 기소되었다면, 이론상 18개월 동안 구속될 수도 있다.

구속은 그 자체로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준다. 변호인과의 접견을 포함해 모든 것이 제한되는 구치소에서 재판을 준비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반면 검찰은 신병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마음대로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 피의자와 출석 일자의 협의 없이 언제든 부르고 싶을 때 부를 수 있다. 검찰과 피의자 간의 무게추는 검찰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진다.

이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구속은 극도의 인권침해 우려를 발생시킨다. 인신의 구속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주어진 기본권 대부분을 제약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 법은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구속기간도 2개월로 제한한 것이다. 이는 구속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검찰이 혐의를 나누어 반복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구속이 가진 인권침해의 위험성을 방지하고자 우리 법이 만든 이러한 안전장치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제27조 제4항). 그런데 유죄를 선고받지도 않은 피고인을 무려 1년 동안 구속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인권침해의 우려가 다분하다.

3번째 구속영장 발부... 왜?

이 때문일까. 지금까지 3차에 걸쳐 영장을 청구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 13일 1심 재판에서 3번째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사건이다. 이미 검찰은 뇌물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두 차례에 걸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로써 이 전 부지사는 1년 동안 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아야 했고, 그 기간이 지난 13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추가 영장을 청구했고 이를 법원이 발부한 것이다.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으로서 추가 구속영장 발부는 앞서 살펴본 인권침해 소지 외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하며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런데 영장 청구 혐의인 증거인멸교사에 대한 공판절차는 이미 종결된 상태였다.

법원은 이 전 부지사의 세 가지 혐의를 각각 나누어 공판절차를 진행했다. 그리고 증거인멸교사 혐의가 가장 먼저 진행되어 관련 절차가 이미 종결된 상태였다. 공판절차가 종결된 피고인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종결된 사건의 증거를 어떻게 인멸한단 말인가.

다음으로 공범 간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증거인멸 혐의에 있어 이 전 부지사는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과 공범 관계다. 그런데 검찰은 방용철 전 부회장에게는 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방 전 부회장은 이미 보석이 허가되어 석방된 상태다. 방 전 부회장의 법정 진술에 따르면 이전 부지사의 증거인멸교사는 "언론사에서 취재 요청이 왔다"라며 "문제 되지 않게 살펴봐 달라"고 전화했다는 것이다.

"문제 되지 않게 살펴봐 달라"고 한 사람은 세 번째 구속영장이 발부돼 최장 1년 6개월 동안 구속될 위기에 처했는데, 전화를 받고 증거인멸을 실행한 혐의자는 영장조차 청구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에서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면 양심선언을 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괘씸죄라는 의심은 매우 합리적일 것이다.

다음으로 도주의 우려를 살펴보고자 한다. 증거인멸죄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형법 제155조 제1항). 영장 심사에서 도주의 우려는 일반적으로 범죄 혐의의 법정형을 고려하여 판단된다. 유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징역 5년이다. 대개 그러하듯 절반으로 감량된다면 2년 6월의 징역이다. 그런데 이 전 부지사는 이미 1년 동안 수감 되어있었다.

그렇다면 유죄가 선고된다고 해도 남은 형량은 최대 4년, 절반 정도 감량된다면 1년 6월이다. 이정도 형량으로 국회의원과 경기도 부지사 그리고 킨텍스 사장을 지낸 피고인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의문이다. 물론 병합된 다른 사건과의 관계를 고려한다면 더 높은 형량을 고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장주의 원칙상 영장 심사는 영장에 명기된 혐의만을 고려해 판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주 1회 진행되고 있다. 지난 기일에서 법원은 향후 예상되는 재판 진행 절차를 제시했다. 그에 따르면 이 전 부지사의 재판은 올해 11월 14일 종결된다. 고작 1개월이면 공판절차가 종결되는 것이다. 판결 선고일까지 고려한다고 해도 2개월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고작 2개월의 재판절차를 위해 이미 1년 동안 구금된 피고인에게 3차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것이 상식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구속은 그 자체로 신체의 자유를 극도로 제약한다. 그렇기에 우리 법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철저히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구속기간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6개월에 한하여 연장될 수 있도록 규정한 구속기간을 혐의를 분리하여 이론상 무한정 연장할 수 있도록 만든 검찰의 행위, 이러한 행위를 영장의 발부로 실현해주는 법원은 모두 인권침해의 공범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사법부는 인권의 마지막 보루다. 그 보루가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변호인이자 경기도의원입니다.


#이화영#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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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사람사이 대표 변호사다. 민변 부천지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경기도 의회 의원(부천5, 교육행정위원회)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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