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로는 (당 지지율이) 3~4%p 플러스 될 것이라고 본다." -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
"우리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다." - 윤상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가 만약 탈당할 경우, 당에 미칠 영향력을 두고 여당 내에서도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서울특별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여당발' 정계 개편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가 정가에서 활발히 나오다 보니, 이준석 전 대표 본인이 여러 차례 거리를 둬왔음에도 소위 '이준석 신당'의 성사 여부에 대한 관심도 계속 늘고 있다.
김민수 대변인은 1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으로 이 전 대표 저격에 나섰다. 반면 같은 날 당내 비주류 중진 의원인 윤상현 의원은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이 내년 국회의원 총선거, 특히 수도권 선거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준석 나가면 당 지지율 3~4%p 오를 것"
김민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MBC '아침&매일경제'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한 지도부 인사는 이 전 대표가 나가도 우리 당에서 빠지는 건 3~4%p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라는 질문을 받자 도리어 "장기적으로는 3~4%p 플러스 될 것이라고 본다"라며 이 전 대표가 당을 나가면 당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용산 대통령실과 여당을 향해 변화를 촉구하며 날을 세우는 이 전 대표를 향해 김민수 대변인은 "변해야 하는 건 이준석 대표"라며 "배신의 아이콘"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탁란도 유사 보수도 이준석 대표라고 말하면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이렇게 지금 의미 없는 비판 계속한다면 보수 넘어 중도까지도, 이준석의 스마트함까지도 훼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민수 대변인의 발언은 이준석 전 대표가 당을 비판하며 쓴 표현을 그대로 되돌려준 것이다(관련기사:
이준석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 하지 않았다, 다만...").
이 전 대표는 지난 18일 대구아트파크에서 열린 '아시아포럼21 제118회 릴레이 정책토론회'에서 "탁란으로 깨어난 뻐꾸기 본능에 따라 알을 밀어내듯이, 보수의 가치를 오래 고민하지 않은 사람들이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라며 "수도권에서 젊은 세대가 당당히 보수를 지지한다고 밝힐 수 있는 보수 유전자가 배신자와 내부 총질을 찾아내는 유사 보수에 둥지 밖으로 나가떨어지면 선거 승리의 DNA가 사라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이 전 대표를 향해 "그만했으면 좋겠다"라며 당을 향한 공개 비판을 멈춰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준석 전 대표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당의 대변인이면 당의 입장일 텐데, '이준석이 당을 나가면 당 지지율이 3~4%p 오른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면 즉각적으로 이준석을 제명해서 당 지지율을 올리시라"라고 반발했다. 그는 "우물쭈물 할 때가 아니다. 여유가 없다"라며 지난 총선에서 김민수 대변인이 김병욱 민주당 의원에게 2.84%p차로 패한 결과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준석 탈당, 수도권에서 우리 후보 떨어뜨리는 파괴력"
당 대변인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이야기이지만, 이같은 입장이 당의 공식 견해인지는 아직 불명확하다.
18일 오후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한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이 전 대표의 공개 발언을 향해 "너무 좀 과하지 않을까, 이 표현의 수위가"라면서도 "저희도 이준석 (전) 대표와 헤어질 결심을 안 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헤어질 결심을 했으면 제명을 했겠다"라며 " 아직 당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이준석 (전) 대표가 저희 당에 있어서는 당원임과 동시에 직전 당대표 그리고 굉장히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19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 나선 윤상현 의원은 "'이준석 나가라', '공천 안 준다' 뭐 어느 대변인들 나와서 그러는데, 참 제가 이 정치 게임을 보면 만약에 이준석 (전) 대표가 나가서 유승민 (전) 의원하고 같이 신당을 차린다면 어떻게 되겠느냐?"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이어 "그 신당이 소위 말해서 영남권에는 영향 안 미칠 수가 있다. 그러나 수도권에서는 엄청난 파괴력"이라며 "어떤 파괴력이냐, 우리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다"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대표를 안고 가야 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전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이야기한 내용은 맞는 이야기다. 저도 늘 이야기하던 것"이라며 "기자회견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짠하기도, 한편으로는 이준석 (전) 대표도 조금 더 차분하게 앞으로 자신의 역할이나 진로에 대해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만약 탈당 후 신당을 선택한다면, 그 길에는 유승민 전 의원도 함께할 가능성이 꽤 높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유 전 의원은 본인의 선택의 시점을 오는 '12월'로 제시한 상황이다(관련기사:
유승민 "당 변화 위해 12월까지 역할, 이후 떠날지 결정").
유 전 의원은 "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라면서 "우리나라 같이 소선거구제 하에서 1번, 2번 정당만 득세하는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정당을 하는 게 제가 얼마나 힘들다는 거를 알기 때문에, 거꾸로 역설적으로 만약 제가 그런 결심을 하게 된다면 그거는 정말 정말 대단하게 대단히 굳은 강한 결심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과거 바른정당 실험의 실패와 현실적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재차 보수신당 창당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