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반세기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게다가 '자동차'라는 물건을, 하나의 이름으로, 이처럼 오래동안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온 브랜드는 많지 않다. 일본 혼다자동차를 대표하는 세단 '어코드' 이야기다. 1976년에 첫선을 보였다. 혼다의 창업자인 혼다 소이치로 사장은 걸출한 엔지니어였다. 그는 오로지 '기술'밖에 몰랐다. 그의 열정은 모터사이클과 자동차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기술의 혼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다.
11번째 새로운 어코드는 또 다른 기술의 혼다를 보여준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동화로 이동하는 와중에 혼다의 하이브리드 기술은 전기차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정도다.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의 결합이 낼수 있는 기술의 끝판왕일지도 모른다. 혼다는 자신들의 언어로 시장에 질문하고 있다. "지금, 전기차인가?"
50살의 어코드, 하이브리드 세단을 다시 정의하다
지난 18일 강원도 평창에서 만난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첫 인상은 과거와 너무 달랐다. 물론 미국 시장에서 올초에 먼저 나왔고,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사진과 영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모습은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우선 차 길이가 이전 모델보다 6.5센티미터 길다. 앞쪽 보닛부터 뒤쪽 트렁크로 이어지는 옆모습은 매끄럽고, 날렵해 보였다. 앞 모습도 훨씬 넓어진 그릴과 헤드라이트의 모습도 안정적이면서, 강한 인상이다.
차량 내부도 신경을 쓴 눈치다. 운전석 앞의 계기판, 옆쪽의 대형 디스플레이 등은 분명 나아졌다. 별도의 내비게이션을 넣지 않고, 운전자의 스마트폰을 바로 연동시켜 사용하도록 했다. 운전대의 스위치나 공조장치의 다이얼 방식 등은 직관적이다. 물론 최근 신차들 대부분이 대형 디스플레이 중심의 터치방식 등을 채택하는 것과는 다른 길이다. 회사쪽에선 북미시장 소비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시동을 걸었다. 조용하다. 천천히 움직였다. 전기차나 다름없었다. 2.0리터급 직분사 앳킨스 엔진은 혼다가 자랑하는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147마력에 최대토크는 18.4kg.m 이다. 전기모터는 2개다.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4kg.m 이다. 단순히 둘을 합하면 330마력 정도다. 여기에 무단변속기 e-CVT가 붙었다.
이같은 수치는 실제 도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저속이든, 고속이든, 오르막이든, 내리막이든, 회전구간이든…정말 운전자가 하고 싶은대로 받아준다. 출발하면서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도, 대관령 고갯길을 오르내리고, 급한 회전 구간을 돌아나올때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전기차 같은 하이브리드? 저속, 고속, 오르내리막, 회전까지 마음먹은대로
회사쪽 관계자는 "앳킨스 엔진의 진화, 새로운 변속기와 함께 전기모터의 구조변경 등으로 차원이 다른 드라이빙을 느낄수 있다"고 했다. 가속 성능이 크게 향상됐고, 회전 구간에서 보다 정교하고 높은 효율의 운전을 할수 있다고 했다. '모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라고 했다. 신형 어코드에 처음으로 적용된 기술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의도대로 차량을 움직일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 운전 환경에 따라 파워트레인과 브레이크 등을 통합적으로 조정해서, 회전 구간 등에서 차량을 최적의 상태로 움직이게 한다고 회사쪽은 설명했다. 말 그대로였다.
특히 중저속 구간은 거의 전기차나 다름 없었다. 엔진을 통해 주행 과정에 배터리를 충전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기모터의 구동 범위가 커졌다. 시속 50킬로미터 이하 구간에선 엔진이 아닌 전기 모터로만 주행이 가능했다. 시내 도로 대부분은 시속 50킬로미터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운전석 옆 배터리 표시의 버튼을 누르면, 사실상 전기차 모드로 시내를 다니게 된다.
이같은 기술은 어코드의 연비 향상으로 이어진다. 회사쪽의 공식 연비는 복합기준으로 1리터당 16.7킬로미터였다. 하지만 기자가 이날 강원도 평창일대 120킬로미터 구간을 타보니, 리터당 23.5킬로미터 였다. 일부 구간에서 정속주행도 있었지만, 고속과 급가속 등을 반복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잘나온 수치다.
혼다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통해 던진 질문들
이밖에 또 하나의 혼다 기술을 느낄수 있는 혼다 센싱도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의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기본으로 들어가 있다. 차량에 설치된 레이더와 카메라 등은 도로 교통상황과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보다 정확하게 읽어낸다. 그만큼 안전 운전에 도움이 된다. 엔진 기술 만큼이나 안전과 운전 편의를 위한 장치 역시 혼다의 자랑거리다.
혼다코리아에선 "이전 모델과 완전히 다른 대형급 중형세단"이라고 했다. 그럴만 했다. 신형 어코드는 분명 이전 모델보다 한발 더 진전된 기술과 모습을 가진 차였다. 또 토요타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혼다만의 경쟁력은 분명해 보였다. 이미 북미시장에선 SUV인 CR-V 하이브리드와 함께 반응도 좋다. 가격은 5340만원이다. 휘발유 차량은 4390만원. 미국산으로 환율을 감안하더라도,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가격을 뛰어넘는 어코드의 상품성은 충분하다. 이미 지난 50년의 시간이 보여 준다. 게다가 당장 전기차가 부담스럽거나, 내구성 좋은 수입 세딘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또 하나의 대안이다. 다시 혼다의 질문이다. '지금, 전기차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