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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7일 오후 7시 52분]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의 학부모가 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1학기에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2개, 그리고 돌봄교실 외부강사의 수업 한 개, 총 세 개의 수업을 참관했어요.

2학기에는 교실에서 담임 선생님의 수업공개가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24일이 그날이었어요. 이번만큼은 특별히 남편도 함께 갔어요. 아이가 아빠도 꼭 와달라고 요청했거든요. 아이에게 아빠 또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공개수업 당일, 수업을 참관하는 동안 교실 뒤에 조용히 서 있었어요. 공간을 둘러보니 온 교실이 아이들의 작품으로 멋지게 꾸며져 있었습니다. 아이의 작품을 찾아서 조용히 살펴보기도 하고 사물함도 약 반년 만에 살짝 열어봤어요. 여전히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사물함을 보니 집에서는 허술하게만 보이던 아이가 달리 보였습니다.

수업은 반 아이들 한 명 한 명 모두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던지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선생님도 오랜 시간 고민하고 준비하신 수업이라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항상 학생들 앞에서 수업하는 교사만 해보다가 학부모로서 뒤에서 내 아이와 교실을 바라보니 참 색달랐어요.
 
 교실 게시판에 부착되어 있던 아이의 미술 작품
교실 게시판에 부착되어 있던 아이의 미술 작품 ⓒ 박여울
 
저희 딸이 반 친구들 앞에서 준비한 자료를 또박또박 읽는 모습을 보니 '내가 정말 1학년 학부모가 맞구나. 우리 딸 대견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평소와는 다른 아이의 모습에 감동이 절로 밀려오더라고요.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리고 나자 선생님께서는 참관한 부모님들이 아이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아이 곁으로 다가가 쌍따봉을 날리며 제가 느꼈던 바를 표현하는 말을 했어요. 아이는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표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교실을 나오기 직전에는 담임 선생님께 다가가 감사 인사를 드렸어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저의 딸이 쓴 활동지를 보여주시면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어머니, OO이 적은 것 좀 보세요. 제가 내용이 너무 많지 않겠냐고 옮겨 적는데 힘들 것 같아서 이거 다 안 적어도 된다고 하는 데도 OO이가 할 수 있다고 다 적어보겠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OO이 진짜 야무집니다. 엄청 잘 하고 있어요."

이제 막 유치원에서 올라온 아이들을 세심하게 가르치기 위해 얼마나 꼼꼼하게 지도하실지, 게다가 수업을 잘 이끌어주신 것만도 감동이었는데 아이에 관한 선물 같은 피드백도 더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중학교 교사이지만 지금은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인 제가 감히 조언을 드리자면 여건이 되시는 경우에는 꼭 아이의 공개수업을 참관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아이가 평소와 달리 의젓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되려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 아이의 사회생활, 공동체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교실에 가셔서 아이의 사물함도 살짝 보시고 정리를 더 가르칠 필요는 없는지 수업시간에 보이는 아이의 모습 가운데 부모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한 번 살펴봐 주세요.

아이의 작품들을 보며 칭찬하고 엄지척도 날려주세요. 부모의 칭찬은 그 누구의 칭찬보다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를 신뢰하고 믿어주며 지지한다는 표현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해주세요.

'아이가 알아서 잘 하겠지. 나는 바쁘니까 안 가도 괜찮을 거야'라는 마음보다는 '잘하든 잘하지 못하든 아이에게 그동안 힘든 학교 생활 잘 해내주어서 고맙다고 응원의 멘트 날려주고 와야겠다!'라는 마음으로 시간을 비워 꼭 다녀오시길 바랍니다. 배우자와 함께 가면 더욱 뜻깊은 시간이 되실 거예요.
 
 아이의 사물함 내부
아이의 사물함 내부 ⓒ 박여울
 
혹여 아이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괜히 갔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세요. 그날이 럭키 데이인 겁니다. 아이의 교육에 대해서 다시 고민할 기회가 주어진 거니까요. 얼른 바른 길로 되돌릴 찬스를 잡은 거라고 생각해 주세요.

육아는 생각보다 긴 여정입니다. 아이의 어려움과 부족한 점을 빨리 발견할수록 좋아요. 공개수업 참관은 아이에게는 격려의 차원에서, 부모님에게는 내 육아의 방향이 바르게 잘 잡혀있는지 체크하는 차원으로 다녀오시면 좋겠어요.

참고로 공개수업 참고하시면 좋을 팁을 몇 가지 알려드립니다.

- 수업을 참관하실 때는 정숙을 유지해 주세요. 사담은 수업에 방해가 될 수 있으니까요.
- 수업을 마치고 나면 바로 나가지 마시고 담임 선생님께 인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1년 동안 우리 아이 맡아주신 선생님, 얼마나 감사한가요. 말 한 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잖아요. 선생님께도 큰 힘이 될 거예요.
- 수업 마치고 바쁘게 뛰어가지 마시고 복도에서라도 아이와 짧은 대화 나누시고 격려도 듬뿍해주세요.

저는 초보 학부모로서 오늘의 경험이 정말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내년에 다시 교사로 복직을 하면 공개수업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이전과는 사뭇 다를 것 같아요. 저희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모든 아이들이 말할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해야겠어요.

그리고 아이의 공동체 생활을 살펴보기 위해 귀한 시간을 비워서 오신 부모님을 더욱 반갑게 맞이해야겠어요. 내 아이를 보러 학부모로 간 것이었는데 오히려 중학교 교사로서 좋은 팁을 얻고 온 계기가 되었습니다. 엄마로서의 저, 그리고 교사로서의 저에게도 참 유익한 학부모 공개수업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블로그와 브런치에 실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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