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를 당했습니다. 교실에서 쫓겨났고 담임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을 모르는 학생들의 '선생님 어디 아파요?', '선생님 보고 싶어요' 라는 연락에 (아무런 답도 못하고) 가슴속으로만 되뇌야 했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국회의사당역 부근에서 열린 11차 전국교사집회에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을 겪는 한 교사의 사례 발표가 있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A교사는 무대 앞에서 눈물 흘리며 타인의 육성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불안과 두근거림 때문에 무대 위에 차마 오르지 못한 그를 대신해서 동료 교사가 대독한 것이다.
교육언론[창]은 이날 집회에 앞서 A교사를 만나 하룻밤 사이 '학교 엄마'에서 '아동학대 교사'로 전락했던 못다한 '악몽'을 직접 들었다.
하룻밤 사이 '아동학대범'으로
교직 10년차인 A교사가 강원도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었던 2022년의 푸르른 5월은 잔인했다. 2022년 5월 9일(월) 수업 중 휴대전화가 울려 주의를 받은 적이 있던 한 아이의 휴대전화가 또 울렸다.
"휴대폰이 울리면 어떻게 하기로 했지? 우리가 정한 규칙은 수업시간 전화가 울리면 다음 날 휴대폰을 가져오지 못하도록 했는데 어떻게 할까?"라고 생활지도했다.
그날 오후 학부모로부터 자녀의 생활지도에 대해 항의 문자가 왔다. 그리고 다음 날(10일) 학교 방문을 예고했다. A교사는 그때까지 자신이 왜, 어떻게 생활지도를 했는지 잘 설명하면 학부모가 이해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교장, 고소하겠다는 학부모에게 '알아서 하라' 돌려보내
다음 날 A교사는 평소대로 수업을 했다. 기다렸지만 학부모는 오지 않았다. 그런데 오후 교장이 불렀다. 교장은 아이의 아버지가 오전에 다녀간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전날 생활지도한 내용이 고스란히 녹음된 사실. 그리고 얼마 전 교재를 가지고 오지 않은 아이에게 "이제는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생활지도한 일에 대해 '정서적 아동학대'라고 항의한 사실을 A교사에게 전달했다.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달라, 그렇지 않으면 신고하겠다'는 요지의 아버지 요청에 교장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알아서 하라'며 아버지를 그냥 돌려보냈다는 게 그날 교장이 A교사에게 전한 설명이다.
돌아간 아버지는 그날 바로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사실을 학교에 통보했다. 학교는 그날 늦은 오후 A교사에게 학생들과 격리를 통보하고 평소 A교사가 숙식하던 학교 안에 있는 관사에서 "될 수 있으면 나오지 말라"고 했다.
A교사는 평소 아이들에게 "집에 엄마가 있듯이, 학교에는 선생님이 엄마다"고 이야기했다. 단 하루만에 '학교 엄마'가 '아동학대 교사'로 전락한 것이다.
그는 투명인간이었다
A교사는 "사건이 불거진 뒤 교장은 '아이를 안 키워봐서 그렇다'며 아동학대 신고당한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듯이 책망했다"고 말했다.
학부모에게도 몇 차례 문자와 전화로 연락을 했다. 하지만 학부모는 A교사의 연락에 답을 하지도 않았다. 이후 지자체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조차도 A교사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동학대와 관련 조사를 했는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A교사는 알지 못한다.
8월 조사받기 위해 강원도경찰청에 방문한 것이 A교사가 사건이후 처음이자 유일하게 자신의 생활지도에 대해 '해명'한 자리였다.
"정말 어떤 설명도 할 수 없었고, 아무런 기회 조차 없었어요."
아동학대 신고 후 반년이 지난 지난해 11월 의정부지검으로 송치됐다는 통보가 왔다. 그리고 또 거의 1년이 다가올 무렵인 올 8월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해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쳤다"는 범죄사실이 적시된 법원 출석통지서를 받았다.
아동학대 신고이후 법원 출석통보까지 누구도 A교사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 16개월동안 A교사는 투명인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때 교장이 '선생님(A교사)은 그런 의도가 아닐 것이다'라며 아이 아버지와 면담 자리라도 만들어 줬으면 부모님 의견을 듣고, 제 의견도 충분히 말씀드릴 수 있었을텐데... 신고하겠다는 학부모를 그냥 알아서 하라는식으로 그냥 보내버렸어요. 저는 정말 어떤 설명도 할 수 없었고, 아무런 기회조차 없었어요."
"극심한 스트레스... 아이를 잃었다"
공교롭게도 지난 해 5월 휴대전화 생활지도가 있었던 즈음, 혹시나 하는 바람에 해 본 임신테스트에서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병 탓에 어려울 것 같았던 생명의 축복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평소 앓아왔던 이명과 어지럼증은 더욱 증세가 기승을 부렸다. 병원에서 '불안과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았고 이는 안면신경마비(구와안사)와 편측마비라는 육체적 질병으로 이어졌다. 결국 생리가 다시 시작하면서 '아이를 잃었다'는 것을 알았다.
"이 일(아동학대 신고)이 없었더라도 어떻게 될 지 장담은 못하지만, 신고 당한 후 격리, 병가, 그리고 병휴직으로 스트레스가 심해 다른 것은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한 달이 그냥 흘러가버리더라고요."
불안, 공황장애, 안면신경마비... "아이를 잃었어요"
이후 잠을 자다가도 심장이 터질 듯해 잠에서 깨어 혼자 눈물을 쏟기를 반복했다. 아동학대 관련 뉴스만 나와도 사람들이 자신에게 손가락질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악몽'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는 11월 말로 미뤄둔 법원 출석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하루에 몇 번씩 '의원면직'을 생각한다.
하지만 올 3월 새 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그는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끝맺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혹시 아이가 학교에서 (대변)실수라도 하면 화장실에서 씻기곤 했어요. 그래도 싫거나 밉거나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어요. 정말 학교 엄마라고 생각하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고 지도했던 시간들을 헛된 시간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요."
남편과 함께 이날 집회에 참여한 A교사는 12만 교사들과 함께 "아동복지법을 개정하라", "정당한 생활지도, 아동복지법 적용 배제"라며 구호를 외쳤다. '악몽'에서 깨어나기 위해...
한편, 아동학대 신고 당시 교장은 학교관계자를 통해 취재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해당 지자체 아동학대담당 직원도 개인정보를 이유로 답변하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