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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양두구육(羊頭狗肉)과 하석상대(下石上臺)

윤석열 대통령의 2024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두고 나온 야당 의원들의 사자성어 혹평이다. 내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24조 원을 지출 구조조정해서 사회적 약자 등을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연설 내용이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속은 그렇지 않았고 아랫돌을 빼서 윗돌 괴는 방향이라는 비판이다(관련 기사 : [전문] 윤 대통령 "내년 예산서 23조 원 지출 구조조정, 사회적 약자 더 지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1일 시정연설 직후 본인 페이스북에 "'약자복지'에 필요하다면서 '지출 구조조정'의 이름으로 정작 필요한 예산을 깎는다면 이야말로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하석상대'식 예산안일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비판했다.

그가 문제 삼은 건 작년보다 5조 2천억 원(-16.6%) 삭감된 국가 R&D사업 예산안이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전년 대비 90% 이상 감액된 사업만 34개다. 연구개발 사업 특성상 이들 사업은 지출 구조조정 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사업종료 또는 중단을 뜻한다"며 "중장기 투자가 대부분인 연구개발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기존의 성과마저 매몰시킬 수 있는 위험천만한 예산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작 법무부, 감사원 등의 내년 예산안 총지출은 정작 1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며 "정권의 사냥개는 키우고, 나라의 미래는 뿌리뽑는 예산안"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황운하 의원은 "말은 번지르르했지만 국정기조를 쇄신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한마디로 양두구육"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경찰 출신인 그는 무엇보다 "경찰을 치안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발언을 들으며 뜨악했다. 경찰은 언제나 치안중심이었다. 지구상에 치안중심 아닌 경찰이 어디 있겠나"라며 "윤 대통령의 속내는 수사경찰을 줄이고 약화시켜서 수사권조정 이전처럼 검찰이 모든 걸 독점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돈을 '약자복지'에 쓰겠다고 한 데 대한 지적도 나왔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시정연설은) 청년, 장애인, 폭력피해여성, 중소상공인, 중소기업 지원 예산을 깎았는데 늘린 곳이 기초수급자, 저소득층 대학생 장학금, 다문화 가정 자녀 교육활동비 예산이라는 주장"이라며 "'을(乙)'들끼리 싸움을 붙인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공식 논평을 통해서도 "당면한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나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공감, 그리고 실질적인 대안은 찾아볼 수 없는 한마디로 '맹탕연설'이었다"고 혹평했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연설은 경제 위기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억지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자기합리화에 급급했다"며 "R&D예산 삭감에 대한 구차한 변명만 장황하게 늘어놓는 대통령을 지켜보며 실망을 금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은 건전 재정을 앞세운 지출 구조조정이라고 변명하지만 지역을 살리는 예산, R&D 등 미래를 준비하는 예산 등 필수 예산 삭감은 공약 파기 수준의 '묻지마' 삭감에 불과하다"며 "(여당과의) 신사협정을 존중해 본회의장에서 고성과 야유 등을 자제했지만 (민주당은)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포기한 예산안에는 조금의 양해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의당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반성·쇄신없는 아집투성이 연설"

정의당도 마찬가지였다.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민들은 국정 실패에 대해 변화와 쇄신을 요구했지만, 윤 대통령은 거부했다"면서 "민생실패, 국정 운영 실패에 대한 반성과 쇄신없이 실패를 반복하겠다는 아집투성이 연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여전히 '재정 건전성'을 말하며 파국적 긴축 예산과 부자 감세를 유지하겠다는 대통령의 입장엔 변화가 없었다"며 "계속 지적되어 온 R&D사업 예산삭감 문제, 민생 경제 지원 대책의 부재 지적도 무시해 버렸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대통령은 말 한마디 보태지 않았다. 국민통합·사회통합을 위한 대통령의 의지도 연설문에 담기지 않았다"며 "대통령실 전면 쇄신, 야당과의 협치와 소통에 대한 메시지도 일절 담기지 않은 채 독선적 국정운영을 지속하겠다는 선언만을 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파국적 내년도 예산안을 정상화하고 국정운영을 쇄신하는 것은 이제 대통령과 정부에 기대할 수 없고 다시 국민과 국회가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며 "정의당은 국민과 함께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바로잡는 예산 정상화, 국가 정상화를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예산낭비 줄이고 약자복지 두텁게 하겠다는 점 잘 설명돼"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민의힘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한편,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은 나라 살림 정상화를 위한 '건전 예산'이자, 약자에 대한 보호는 더욱 두텁게 하는 '친서민 예산'"이라며 내년 예산안 처리를 위한 야당의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오늘의 시정연설이 오로지 '민생'을 위한 '소통'과 '협치'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면서 "(이번 예산안은) 건전재정을 기조로 단순한 지출 줄이기를 넘어 국민의 혈세를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낭비 요인을 차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를 더욱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확보, 일자리 창출 등에 더욱 집중해 '민생경제'에 방점을 찍을 것"이라며 "'민생 경제'의 국가적 위기 앞에 여야는 없다. 우리 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여야 함께 내년도 예산에 대해 충실히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건전재정과 약자복지를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긍정평가했다. 그는 시정연설 직후 기자들을 만나 "불필요한 예산의 낭비를 줄이고 그 재원을 잘 활용해서 약자 복지를 더 촘촘하고 더 두텁게 하겠다는 것이 (시정연설에서) 아주 분야별로 잘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석열대통령#예산안시정연설#더불어민주당#정의당#지출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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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현안이슈팀·기획취재팀·기동팀·정치부를 거쳤습니다. 지금은 서울시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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