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뛰게 하는 단어가 몇 있다. 저널리즘 (journalism)이 그 중에 하나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직업으로 목표를 삼은 사람이라면, 한번즈음 시민기자에 대한 도전을 고민해 봤을 것이다.
기사 거리를 모으고 시사적인 정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정체된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켜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퀀텀점프를 하게 되는 발판이 된다.
한 끼 식사로 라면이 먹고 싶으면 마트에서 라면을 산다. 보고 싶었던 영화가 개봉을 하면 영화표를 예매한다. 그러나 '라면을 사듯 영화표를 예매하듯' 기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도전은 여러 날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대체 어떤 고민인지 A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도전하기까지 어떤 시간을 보냈나?
"육아로 회사를 그만두었을 당시,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이었다. 아파트 단지 엄마들 모임을 나가보았지만 대화에 섞이지 못했다. 온통 드라마와 학원 얘기만 가득한 모임이 한 마디로 재미가 없었다.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서, 주부 삶에 방해받지 않는 일을 찾아 보기로 했다.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그런 직업으로 말이다. 내가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걸 찾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했다.
어린 시절부터 '제법 잘 한다'는 칭찬을 들으면서 즐거웠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글쓰기였다. 연극 대본도 써봤고, 방송부 라디오 대본도 써봤고, 카피라이터 문구 기획도 잘했다. 이거다 싶었다.
작은 마을이지만 지역 시민기자에 도전했다. 운이 좋은 덕에 합격하여 지금까지 마을 이야기 소식을 전하고 있다. 글쓰기 감을 익히기위해 리뷰 ⸱ 탐방 ⸱ 경제 등 다양한 종류의 글쓰기를 시도했다."
-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도전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우연히 <오마이뉴스>를 알게 되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 모토로, 누구나 기자가 되어 기사를 올릴 수 있는 신문사이다. 반가운 마음이었지만, 선뜻 시민기자로 가입하는 게 두려웠다.
과연 기사를 읽어줄 사람이 있을까. 보고서나 전문적인 자료를 읽는데 지치지 않을까. 정확한 사실에 근거하여 바른 기사를 전달할 수 있을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긴 시간을 고민했다.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 오랜 시간 고민으로 힘들었을텐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가로 결심이 선 계기는 무엇인가?
"아주 단순한 이유다. 정의 실현을 위한 무거운 주제나 세계 ⸱ 시사 등 전문가 주제 에 국한되지 않고, 잔잔한 일상을 소개하는 기사도 채택되는 시스템이 만족스러웠다.
또한 일반 기사는 불친절하다. 독자의 이해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보를 작성한다. 설명이 아닌, 나열에 가깝다. 반면 시민기자의 글은 이해가 쉽다. 독자 중심으로 글을 써준다는 게 맘에 들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예를 들자면 기사에 작성해서는 안 되는 '나'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 글쓴이도 구독자도 쉽게 전달하며 이해받을 수 있다. 즉, 기자가 갖고 있는 완벽하고도 권위적인 이미지인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단 한 편의 기사로 마감되더라도 1인 저널리스트 부캐를 갖고 싶었다. 이게 솔직한 답이다."
겁쟁이는 과연 기자가 될 수 있을까? 자신을 겁쟁이로 표현한 A씨는 신문기사를 통해 정식으로 심판대에 올라간다는 기분이라 전했다. 야무진 답변 속에서 중간중간 수줍은 미소가 보였다. 겉보기완 다르게 여린 마음의 소유자로 사료된다. 악플이 달리면 어쩌나 걱정과 염려도 보였다. 그것은 기자 출사표를 결심한 모든 이들의 처음 고민과 동일하다.
기자는 전쟁같은 취재 현장에서 '글' 하나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사전지식이 많아야함은 기본이고, 질문 던지기를 두려워해선 안 되고, 때로는 거칠게 몸싸움도 해야 한다. 대립과 갈등이 충돌되는 현장에서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한 자세로 글을 써야 한다.
그러나 기자는 용감한 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겁이 많다는 건 생각이 많다는 거다. 생각이 많다는 건 여러 상황과 감정을 살피고 있다는 거다. 그런 정서는 육하원칙에 따라 사실 위주의 간결한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독자의 감정과 흥미를 자극하는 피처 기사에 적합하다.
쉽게 읽히는 글은 힘이 세다. 생색내기용 기사나 전문용어로 도배된 기사는 이해가 어렵다. 누구보다 독자가 제일 먼저 알아 차린다. 사회적 아젠다나 국내외 시사문제를 주장하는 사설만이 기사가 되는 건 아니다. '아는 맛이 무섭다'처럼 누구나 공감하는 일상과 소소한 경험이 파급효과도 크다.
기자의 권위에 대한 염려를 드러낸 A씨였지만, 화려한 데뷔전을 치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짐작하시겠지만, A씨는 바로 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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