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이 다가왔다. 동네 마트마다 배추와 무, 쪽파가 쌓여 있다. 요즘 김치를 사 먹는 집도 많지만, 아직 김장을 담그는 집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 집도 매년 김장을 한다.
마트를 지나며 자꾸 총각무가 눈에 들어온다. 총각김치를 담가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총각김치를 담그려면 다듬어서 절이는 시간도 만만치 않아서 출근하는 평일에는 힘들다.
작년에는 김장을 한 후 12월 말경에 총각김치를 담갔다. 총각무가 많지 않아서 집 앞 마트에 총각무가 들어오길 기다리다가 어느 날 총각무를 보고 반가워서 총각무 6단을 배달시켰다. 처음 담가 본 총각김치는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담근 나도, 먹는 남편도 깜짝 놀란 맛이었다. 총각김치를 다 먹고도 계속 총각김치가 생각났지만, 1년 동안 담그지 못했다.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보고 있다. 큰 손자가 감기에 걸려 이번 주말에 손자가 오지 않는다고 해서 금요일에 총각무 여섯 단을 배달시켰다. 작년과 똑같이 담그려고 한다. 올해는 쪽파도 넉넉히 샀다. 총각김치에 들어 있는 쪽파는 파김치와 다른 매력적인 맛이다. 올해도 맛있게 담가지길 기대해 본다.
나만의 레시피북인 '유 세프 요리 교과서'를 펼쳐 보았다. 요리 교과서답게 자세하게 쓰여 있었다. 1년 만에 총각김치를 담가 보려고 용기를 낼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유 세프 요리 교과서'가 있기 때문이다.
[총각김치 레시피] 총각무 6단 기준
1. 총각무는 작은 것이 좋지만, 큰 것은 무를 2등분이나 4등분으로 잘라서 하면 되니까 싱싱하면 된다. 식자재 마트에서 총각무 여섯 단을 배달시켰다. 9900원이라고 쓰여있는 가격표를 보고 총각무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계산할 때 보니 석 단에 9900원이었다. 참 착한 가격이다. 작년엔 쪽파를 한 줌만 넣었는데 총각김치에 들어있는 쪽파가 생각보다 맛있었다. 파김치도 있지만, 큰 단으로 한 단을 샀다. 마늘과 간 생강도 함께 샀다.
2. 총각무는 꼼꼼하게 다듬었다. 수염과 꼬리를 제거하고 열무는 연한 잎만 적당히 남겼다. 총각무는 뿌리가 실하고 달려있는 잎은 짧은 것이 좋은데, 이번 총각무는 내가 원하는 딱 그 상품이었다.
3. 다음은 세척하기다. 일회용 수세미로 뿌리 부분을 문질러서 깨끗하게 씻고, 열무도 속까지 꼼꼼하게 씻어서 소쿠리에 건져 놓았다.
4. 총각무를 절이는 데는 천일염 두 컵을 사용한다. 한 컵은 쌀 씻는 바가지에 물을 거의 가득 담아 소금을 풀어 알타리를 절였다. 나머지 한 컵은 뿌리 쪽에 소금을 뿌려주었다. 5시간은 절여야 해서 뚜껑을 덮어 2시간 후에 한 번씩 위아래를 뒤집어주었다. 5시간 후에 무가 말랑말랑 휘어지면, 물에 한 번 더 씻어 준다. 절이기 전에 깨끗하게 씻었기 때문에 한 번만 가볍게 씻어 소쿠리에 받쳐 두었다. 잘 절여진 것 같다.
5. 총각무가 절여지는 동안 찹쌀풀을 먼저 쑤어 식혀 두었다. 찹쌀가루 5스푼에 물 5컵을 넣고 눌지 않게 나무 수저로 끓어오를 때까지 잘 저어주었다. 유튜브에서는 황태 머리를 삶아 육수를 내라고 했지만 그거는 생략했다. 대신 풀 쑬 때 육수 코인 두 개를 넣어서 해보았다. 요즘 육수 코인이 있어서 육수 내는 요리가 편해졌다.
6. 이제 양념을 만들 순서다. 새우젓 2컵, 양파 중 2개, 사과 하나, 배도 하나, 마늘 2컵, 간 생강 2스푼, 건 고추가 있어서 5개를 믹서로 갈았다. 다짐기가 있지만, 보드랍게 가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믹서를 사용했다. 갈 때 물을 2컵씩 넣었다. 사과는 껍질째, 배는 껍질을 벗겼다.
7. 믹서에 간 양념에 고춧가루 4컵과 찹쌀풀을 잘 섞어서 30분 정도 숙성시켰다. 숙성시킨 양념에 액젓 반 컵과 매실청 반 컵을 넣었다. 참 꿀을 넣으면 맛있다고 해서 설탕 대신 꿀 10스푼을 넣었다. 친정엄마 계실 때 무 김치에는 신화당을 조금 넣어야 맛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조금 넣어 보았다. 과일과 매실청, 꿀이 들어가서 안 넣어도 될 것 같았지만, 조금 넣어 보았다.
8. 만들어 놓은 양념을 버무릴 양푼에 쏟은 후에 쪽파 한 단을 3등분 하여 먼저 넣고 버무렸다. 총각무를 나누어서 버물고 마지막에 양념이 잘 묻도록 한 번에 버무렸다.
9. 김치통에 담을 때도 하나씩 양념이 잘 묻도록 살피며 담았다. 큰 무는 2등분이나 4등분을 하였는데 속까지 양념이 잘 묻도록 신경 썼다. 총각무 6단은 김치통으로 두 통이 되었다. 작년에는 똑같이 여섯 단을 했는데 한 통 반 정도 나왔는데, 올해 쪽파가 더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어쩜 올해 총각무가 단이 더 클 수도 있다.
남은 마늘도 갈아서 얼린다
마늘 한 봉지를 샀는데 두 컵만 사용해서 많이 남았다. 우리 집은 마늘을 갈아서 늘 냉동실에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서 사용한다. 다짐기에 간 마늘은 비닐 팩에 담아서 쟁반에 올린 다음, 평평하게 펼친다. 숟가락으로 가로 세로로 꾹꾹 눌러 네모 모양을 만든다. 쟁반 채로 냉동실에 넣었다가 얼면 조각조각 떼어서 지퍼백에 넣어 냉동실에 넣어둔다.
이제 총각김치가 맛있게 익기를 기다리면 된다. 양념이 충분해서 총각무에 충분히 스며들고, 넣은 과일이 숙성되면 맛있는 총각김치로 태어날 거다. 총각김치는 익어야 맛있기 때문에 나중에 먹을 한 통은 실온에서 하루, 바로 먹을 한 통은 실온에서 이틀 정도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총각김치가 맛있게 익기를 기다리는 지금, 수고한 어제 하루가 행복한 하루로 기억된다.
덧붙이는 글 | 지난 번에 송고한 파김치 만들기에서 예고 드렸던 총각김치 담그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