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 당국이 11월 6일부터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서 주식 시장이 급등했으나, 나라 바깥에서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 금융위원회가 6일부터 내년 6월 28일까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안정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말을 전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난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방식으로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이다. 그러나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전문가들 "장기적 반등하려면 거시경제 개선부터"
금융 당국은 과거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공매도 금지를 두고 내년 4월 국회 총선을 겨냥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국 주식시장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제기된다.
FT는 "공매도는 한국 정치에서 뜨거운 이슈"라며 "흔히 '개미'로 알려진 한국의 개인 투자자 집단은 기관 투자자들과 싸우며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공매도를 금지하라는 여론전을 벌여왔다"라고 설명했다.
안형진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대표는 FT에 "총선을 앞두고 주식시장 침체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응한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은 이를 환영하겠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성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공매도 금지가 단기적으로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겠으나, 장기적으로 시장이 반등하려면 무엇보다 거시경제가 개선돼야 한다"라고 짚었다.
<로이터통신>은 공매도 금지에 앞서 한국 금융 당국이 최근 들어 외국 기관 투자자들의 불법적인 공매도 단속을 강화하고, 벌금을 부과한 것을 소개했다. 하지만 공매도 금지로 인해 한국 주식시장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에서 선진시장 지수로 올라서기 더 어려워졌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로이터통신>은 "MSCI는 한국을 선진시장으로 격상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공매도 규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목해 왔다"라며 "이번 조치로 한국의 선진시장 진입이 늦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공매도 금지, 포퓰리즘적 매력... 결국은 총선용"
<블룸버그>도 "한국 여당 일각에서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라 공매도 한시적 금지를 촉구해 왔다"라면서 "포퓰리즘적인 매력을 가진 이번 공매도 금지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한국 금융 당국은 공정한 주가 형성과 신뢰 강화를 위해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투명성과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블룸버그>는 "공매도 금지는 1조7000억 달러(약 2210조 원) 규모의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 자본 투자를 억제하고, MSCI 지수에서 선진시장 지위를 얻으려는 한국의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바이에 있는 달마캐피털의 게리 두간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공매도 금지는 한국이 선진시장으로 올라서는 데 분명히 방해가 될 것"이라며 "초기에는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겠지만, (한국은) 공매도 규모가 작기 때문에 전체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엑솜자산운용의 강원모 애널리스트도 "현 시점에서 공매도 금지 같은 정책 반전은 타당하지 않다"라며 "한국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으며, 많은 이들이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신뢰와 기회를 잃을 수 있다"라며 "투자자가 시장 상황에 비해 개별 주식에 잘못된 가격표가 붙어 있다는 의사를 (공매도를 통해) 표현할 수 없다면, 한국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세계 무대에서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