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교육청이 올해 학교 전광판 설치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으며, 사업 실효성 또한 현저히 떨어진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추가 정황이 드러났다.
<오마이뉴스>는 9일 전남도교육청의 교육여건 사업비로 올해 설치된 전남지역 A 고등학교 '기상 전광판' 사진을 확보했다.
A고교에는 정문 입구 쪽 건물에 알림 전광판이 기존에 설치돼 있었지만 지난 5월 체육관 외벽에 추가로 기상 전광판을 설치했다. 미세먼지 등 날씨를 알리거나 학교 행사 등을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학교 예산이 아닌 도교육청 사업비 3900만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신규 설치된 기상전광판 위치다.
A고교 체육관 외벽에 설치된 기상전광판이 학생들의 주 출입구로 이용되는 정문과 떨어진 체육관 뒷면, 산자락 방면을 향하도록 들어섰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의 전광판 역시 올해 전남도교육청 전광판 설치 사업비 24억원 가운데 22억원어치를 독식한 광주지역 T업체가 설치한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학교 측이 기상전광판 설치를 결정한 배경도 석연치 않다.
전광판 설치 학교 "T업체가 찾아와 설치하래서..."
A고 관계자는 '불필요해 보이는 기상전광판을 굳이 한적한 곳에 신규 설치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업체가 학교로 찾아와 기상전광판 설치를 요청해왔고, 사업비 역시 학교 예산이 아닌 도교육청 예산으로 집행된다고 해서 설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오가는 길목이 아니고 휴대전화 등을 통해 기상 상황을 실시간 알 수 있다'는 지적에는 "(국도 2호선을 달리는) 차량 운전자들에게 학교를 홍보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교육청 전광판 설치 사업 특혜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 장흥1)은 "전남교육청 주도 아래 불필요한 사업을 일으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만들어줬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대 의원에 따르면 올해 전남교육청 교육여건 개선비로 기상전광판을 설치한 도내 학교는 10곳으로 모두 광주 소재 T기업이 수행했다.
광주 소재 특정 간판업체가 사업비 24억 중 22억 독식
사업비 성격을 불문하고 전남교육청이 올해 전광판 설치에 투입한 예산은 최소 24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22억원 상당의 전광판 설치 사업을 T업체가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 건수로 보면 올해 70여 건 가운데 T기업이 맡은 사례는 확인된 것만 59건에 이른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박 의원은 지난 2일 전남도교육청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는데, 전남교육청은 적극 반박하거나 해명하지 못하고 "문제점을 해소하는데 노력하겠다"고만 답변했다.
전교조 전남지부는 9일 전남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대중 전남교육감 취임 이래 전광판 설치 사업을 비롯한 특정업체 일감 만들어주기용 교육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교육감 사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