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가 발생한 궁평2지하차도 통제 기준으로 설정한 위험수위가 '10㎝였다'는 충북도청 내부 문서가 공개됐다.
김영환(국민의힘) 충북지사와 충북도는 줄곧 통제 기준으로 설정한 위험수위는 50㎝였다고 밝혀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진희 충북도의원은 이를 근거로 충북도와 김영환 지사가 오송참사 진상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충북도는 도가 작성한 문서는 맞지만, 해당 부분은 '오타'였다고 해명했다.
50㎝ 아닌 10㎝
9일 충북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위원장 이동우)는 충북도 균형안전국에 대해 행정사무 감사를 진행했다. 균형안전국은 오송참사에 결정적인 빌미가 됐던 지하차도 출입통제 업무를 주관하는 부서다.
질의에 나선 박진희 도의원은 충북도 도로관리과에서 작성한 '2023년 여름철 자연재난 대비 추진계획' 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 작성 시점은 지난 6월 28일로 오송참사가 발생하기 직전이다.
문건에는 태풍 및 집중호우로 인한 도로 피해 위기관리 능력을 제고하고, 대응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작성됐다. 단계별 대응체계를 상황별로 상세하게 나열하고 근무요령까지 정하고 있다.
특히 침수우려 취약도로에 대한 집중관리 방안도 밝혔다. 충북 도내 터널 및 지하차도 현황을 밝히고, 침수우려 취약도로 지정 현황도 명시했다. 충북도가 지정한 침수우려 취약도로는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등 총 4군데로 나타났다.
통제 기준으로 모두 위험수위 10㎝라고 명확히 했다.
"해당 문건은 충북도가 조직적으로 은폐한 증거물"
박진희 의원이 공개한 문서는 그동안 김영환 지사와 충북도가 공개석상에서 주장한 내용과는 매우 상반된다. 김 지사와 충북도는 궁평2지하차도의 통제 기준은 위험수위 50㎝에 도달했을 때라고 주장해 왔다.
박 의원은 "그동안 충북도가 이 자료를 은폐해 어렵게 구할 수 있었다"며 "왜 이런 사실을 감추고 있었냐"고 추궁했다.
이에 강성환 균형건설국장은 "공개문서는 열람이 가능하다. 비공개 문서면 그렇지 않다. 제가 (문서를) 못 봤기 때문에 공개인지, 비공개 문서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소속 부서인) 도로관리과에서 만든 문서인데 어떻게 못 보냐"고 재차 묻자, 강 국장은 "사고 후 봤다"고 말했다.
김봉수 도로관리사업소장은 해당 문서가 도에서 작성한 것은 맞지만 '(단순) 오타'라고 해명했다. 김 소장은 "(위험수위 통제 기준은) 50㎝가 맞다. 오타로 (10㎝로 표기) 한 것이다. 국정조사 등 모든 답변에서 50㎝라고 했다. 그게 맞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오타라고 말하면 누가 믿겠냐"며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집중관리 대상 도로로 정해놓고도 아무도 관리 안 했다. 그래서 사고가 난 것이다"라며 "서류가 말해주고 있다. 진상을 은폐하기 위한 발버둥이다"라고 비판했다.
두 책임자의 상반된 답변
참사 당시 궁평2지하차도 내부에 설치된 CCTV 화면 모니터링 여부도 논란이 됐다.
박 의원은 "그동안 충북도와 김영환 지사는 직원이 CCTV 화면으로 궁평2지하차도 모니터링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확인 결과 모니터링 직원은 한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강성환 균형건설국장은 "도로관리사업소에서 모니터링 하고 있다가 오전 8시 40분경에 넘쳐나는 것을 보고 출동한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봉수 도로관리사업소장은 "사고 후에 확인했다"며 강 국장과는 상반된 다변을 내놨다. 김 소장은 "40인치 TV 안에 모니터링 영상 72개가 있다. 물이 넘치는지 모니터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성환 국장은 박진희 의원 질의 대부분을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