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의 공격과 봉쇄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대형 의료 시설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국제사회가 규탄하고 나섰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 알-시파 병원은 12일(현지 시각) 전력이 끊기고 연료가 바닥나면서 인큐베이터에 있던 3명의 미숙아를 포함해 5명의 환자가 숨진 끝에 운영을 중단했다.
가자지구 도심 가자시티의 알-시파 병원 의료진은 인큐베이터가 있는 신생아 병동이 폭격을 당하자 아기 39명을 일반 병상으로 옮겼다.
의료진은 병상을 알루미늄 포일로 감싸고 뜨거운 물을 옆에 둬서 아기들의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얼마나 버틸지 장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WHO "의료진·환자 521명 사망... 즉가 휴전해야"
이 병원의 마르완 아부 사다 외과 과장은 미국 CNN 방송에 "가자지구에는 더 이상 이 아기들을 받아줄 의료 시설이 없다"라며 "아기들을 안전하게 옮기려면 인큐베이터를 포함해 고도로 전문화된 장비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이틀간 이스라엘군으로부터 6차례 공격을 받았다면서 "알-시파 병원은 포위됐고, 누구도 나가거나 들어올 수 없다"라며 "의료진이 창밖을 내다보는 것조차 위험할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환자를 두고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떠날 수 있더라도, 어디로 가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가자시티에서 두 번째로 큰 의료 시설인 알-쿠드스 병원도 전력 부족으로 운영이 중단됐다고 토마소 델라 롱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대변인이 밝혔다.
현재 가자시티에서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의료 시설은 알-아흘리 병원이 유일하지만, 이 병원의 한 의사도 "혈액이 부족하고, 환자들은 마취도 없이 고통스럽게 수술받고 있다"라며 "재앙적 상황"이라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 의료시설에 137차례의 공격이 가해졌고, 의료진과 환자 521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유감스럽게도 알-시파 병원은 더 이상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안전한 피란처여야 할 병원들이 죽음과 폐허, 절망의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에 전 세계가 침묵할 수는 없다"라며 "즉각 휴전하고 민간인과 의료진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병원 지하에 하마스 지휘소 있다? "직접 와서 확인해봐라"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의료 시설 지하에 군사 시설을 마련하고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하마스가 의료 시설을 지휘통제센터로 사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평가는 옳다"라며 "왜 의료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지 이해한다"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평가는 이스라엘군이 제공한 정보가 아니라 대외에 공개된 정보에 근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알-시파 병원 측은 이 같은 주장을 완강히 부인했다. 이 병원의 외과 과장 마르완 아부는 영국 BBC 방송에 "지하에 하마스의 군사 시설이 있다는 주장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국제사회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직접 확인해봐도 좋다"라며 "이 병원에는 의료진과 환자, 난민 말고 다른 사람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군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알-시파 병원에 필요한 연료를 공급하려고 했으나, 하마스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라며 "이스라엘군은 아기들을 다른 곳으로 안전하게 옳기는 작업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