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외무부 장관으로 7년 만에 깜짝 복귀했다.
리시 수낵 총리는 13일(현지시각) 캐머런 전 총리를 외무장관에 임명하고, 최근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를 비난했던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부장관을 해임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캐머런 전 총리는 2010년 보수당의 정권 탈환을 이끌고 6년간 재임했다. 그러나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를 장담했던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가 가결되자 책임을 지고 2016년 물러났다.
돌아온 캐머런 "내 경험이 정권이 도움 되길"
총리가 퇴임 후 외무장관으로 다시 내각에 참여한 것은 알렉산더 더글러스 흄이 1964년 퇴임하고 1970년 돌아온 이래 처음이다.
캐머런 전 총리는 사임 후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하원의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수낵 총리는 이날 캐머런 전 총리를 상원 의원에 특별 임명하도록 찰스 3세 국왕에게 요청했고, 허가를 받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캐머런 전 총리는 "물러난 총리가 다시 내각에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몇몇 사안에 관해서는 수낵 총리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수낵 총리는 강하고 위기를 극복할 훌륭한 능력이 있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내각 참여를 결정했다"라며 "수낵 총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동 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한 수낵 정권에 보수당 대표 11년, 총리 6년을 지낸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위기의 수낵 총리, 개각 승부수... 엇갈린 평가
한편, 수낵 총리는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를 '폭도'라고 비난하고, 경찰이 이중잣대로 시위대에 특혜를 준다고 주장했다가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기고문 내용을 수정하라는 총리실의 지시를 거부한 것이 드러나면서 각료 규정을 위반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브레이버먼 내부장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일부러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는 평가도 있다.
수낵 총리는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이 물러난 자리에 제임스 클레벌리 현 외무장관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총리실 대변인은 "수낵 총리와 브레이버먼 내무장관 사이에 '스타일의 차이'가 있었다"라고 인정하면서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맞아 단결된 팀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캐머런 전 총리의 발탁은 노동당과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인 노동당에 지지율이 크게 뒤처진 집권 보수당이 온건파인 캐머런 전 총리를 불러들여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는 뜻이다.
보수당의 한 인사는 "캐머런 전 총리 사임 후 7년간 보수당이 네 차례나 총리를 교체한 불안정한 시기라서 두 차례 총선 승리를 이끌었던 그의 성과가 더욱 인상적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반면에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개각은 보수당 정권의 약점이 보여준다"라면서 "과거의 인물을 외무 장관으로 임명한 것은 이 정권이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