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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산 강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물리치료사 겸 건강지원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노인복지관의 치매예방사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가장 따끈한 경향을 전하고 싶어, 내가 일하는 복지관의 치매예방사업전담 사회복지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용하던 공간 안에 갑자기 음악가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울려퍼진다. 열 다섯 분의 어르신들이 무용하는 몸짓을 우아하게 펼쳐낸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굳은 표정들이 갈수록 편안해진다. 이들을 인솔하는 담당 사회복지사에게 물었다. "아 노인복지관에 무용수업이 있나보죠?" 담당자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아니요, 치매예방수업입니다."
 
뇌건강학교 우아댄스1 강서노인복지관 뇌건강학교에서 운동영역의 우아댄스 연습을 하고 있다
뇌건강학교 우아댄스1강서노인복지관 뇌건강학교에서 운동영역의 우아댄스 연습을 하고 있다 ⓒ 강서노인종합복지관
 
 
뇌건강학교 우아댄스2 강서노인종합복지관 뇌건강학교 운동영역인 우아댄스를 본격 추고 있다
뇌건강학교 우아댄스2강서노인종합복지관 뇌건강학교 운동영역인 우아댄스를 본격 추고 있다 ⓒ 강서노인종합복지관
 
부산 강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매주 색다른 치매예방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이른바 '한국에자이와 함께하는 뇌건강학교'다. 헬스케어 기업인 한국에자이와 한국노인복지관협회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총 15회기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치매예방법, 인지 중점이었지만

전통적으로 치매예방은 인지를 중점적으로 자극해야 된다고 여겨졌다. 머리를 쥐어짜는 워크북으로 문제를 풀고 퍼즐도 맞추면서 기억과 계산능력을 자극하는 식이다. 문제풀이식의 두뇌자극이 치매예방의 핵심이 된 세계에서는 다음의 부작용이 자연히 따라오기도 했다. 바로 치매환자를 돕는답시고 주위에서 끊임없이 기억력 테스트를 하는 것이다.

치매의 주증상이 기억이 사라지는 것인데, 이런 방식은 환자의 아픈 환부를 자꾸 찔러대는 형국이었다. 그럴 수록 치매환자는 무의식적으로 더욱 방어적이고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치매예방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핵심이었던 두뇌(인지)자극 중재(치료)는 다섯 가지 중재(치료)법의 하나로 축소되고 있다. 그러면 나머지 네 가지 중재는 무엇일까? '운동중재, 영양중재, 사회성중재, 정서중재'이다.

분류하자면, 앞서의 무용수업은 치매예방을 위한 '운동중재'이다.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전진서 사회복지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운동중재 없는 치매예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는 자랑인 듯 늘어놓는다. "저희 복지관에는 인지와 운동을 결합시킨 운동기구도 도입했답니다." 그를 따라가 보니 모니터가 달린 제법 듬직한 실내자전거가 눈에 들어온다.
 
코그니바이크를 활용한 인지복합운동 인지과제와 운동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치매예방운동 코그니바이크를 설명하는 전진서 사회복지사
코그니바이크를 활용한 인지복합운동인지과제와 운동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치매예방운동 코그니바이크를 설명하는 전진서 사회복지사 ⓒ 강서노인종합복지관
 
"이건 사이클 아닌가요?"
"네 ~ 그런데, 딱 봐도 보통 사이클은 아니죠?"


아하! 사이클을 돌리는 동안 모니터에는 다양한 인지과제가 등장한다. 숫자계산에서부터 가위 바위 보 게임까지. 모니터는 퀴즈를 푸는 터치스크린이다. 이 사이클의 이름도 '코그니바이크(CogniBike)'이다.

인지훈련 싸이클인 이 코그니바이크를 이용하는 한 어르신은 이용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걸 해야 머리가 개운해져~ 다른 수업 들어가기 전에 꼭 이걸 먼저 해야 돼~" 단순히 머리만 쓰게 만드는 터치스크린이었다면 이런 소감은 불가능했을 것 같다.

신나는 노래 들으며 구르는 발, 머리와 몸 동시에 쓰는 자전거
 
코그니바이크를 이용중인 참가자 코그니바이크를 열심히 타는 가운데 인지과제를 수행 중인 참가자. 이 운동을 하고 나면 마음과 몸이 개운해진다고 표현한다
코그니바이크를 이용중인 참가자코그니바이크를 열심히 타는 가운데 인지과제를 수행 중인 참가자. 이 운동을 하고 나면 마음과 몸이 개운해진다고 표현한다 ⓒ 강서노인종합복지관
 
4박자 메트로놈 비트음을 들으며 열심히 사이클을 돌리면 두뇌에는 혈류가 팡팡 돈다. 그러니 신나게 문제풀이가 된다. 담당자에게 물었다.

"운동중재를 이용한 치매예방사업은 실제 효과가 괜찮나요?"

두말하면 잔소리라는 듯 답이 돌아온다.

"당연하죠. 동아대학교 건강관리학과와 협약을 맺어 작년부터 시작했는데요. 다른 영역의 중재 없이 운동중재만으로도 여타 어느 치매예방프로그램만큼이나 효과가 좋았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뇌건강 학교의 다른 영역들도 좀 소개해달라고 하니, 그는 기다렸다는 듯, 영양과 사회, 정서영역의 중재도 막힘없이 설명해 준다.

"치매예방에 있어 영양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혈류로 두뇌에 공급되는 에너지와 산소가 제한될 때 치매유병율은 높아진다죠.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뇌의 모세혈관 건강이 좌우된다고 합니다."

치매는 '제3의 당뇨병'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라고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가족과 이웃 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 역시 치매예방에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100세 즈음 장수노인이 많은, 이른바 전 세계 블루존 지역(Blue Zone: 장수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의 공통점 중 하나가 공동체가 살아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스트레스가 통제되는 등 안정적인 정서유지가 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터뷰를 마치려는데, 전 사회복지사가 한마디만 덧붙이겠단다. 

"이제 치매예방사업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치매예방은 한 개인의 노력이나, 한 지역의 사회복지관 차원에서 접근해선 어렵습니다. 노인복지관에서 치매예방을 위한 5대 영역을 아우르는 중재도 중요합니다만, 지역사회가 함께 가야합니다. 바로 서로 의존하고 서로 돕는 공동체성의 회복입니다."

그는 이어 공동체가 살아있는 사회정책추진이 느리게 보이지만 가장 확실한 전국민 치매예방정책임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고 했다. 바로 넷플릭스 다큐시리즈 '100세까지 살기: 블루존의 비밀'이었다. 그의 말처럼, 나와 주변인들이 서로 의존하고 돌보는 게 자연스러워지는 날을 꿈꾸며 인터뷰를 마쳤다.     
 
치매가 있어도 편안한 공동체를 꿈꾸며 강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치매가 있어도 편안한 공동체를 꿈꾸며 치매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동화책도 펴냈다(내용은 2022년 8월 17일 부터 연재된 네편의 예쁜할매할배이야기/조영재 기자/ 오마이뉴스 기사 https://omn.kr/208en 참조)
치매가 있어도 편안한 공동체를 꿈꾸며강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치매가 있어도 편안한 공동체를 꿈꾸며 치매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동화책도 펴냈다(내용은 2022년 8월 17일 부터 연재된 네편의 예쁜할매할배이야기/조영재 기자/ 오마이뉴스 기사 https://omn.kr/208en 참조) ⓒ 강서노인종합복지관

#한국에자이뇌건강학교#치매예방5대영역#블루존의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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