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연구로 핵연료'가 수출을 위한 최종 성능검증 단계에 돌입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원장 주한규)은 20일 "벨기에원자력연구소(SCK CEN)와 국제공동연구로 수행 중인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 성능검증 2단계를 시작했다"면서 "검증 완료 시 사상 최초로 국산 연구로 핵연료의 해외 수출 길이 열린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핵비확산을 위해 개발한 3세대 핵연료인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는 높은 우라늄 밀도(5.3 gU/cm3)를 가지며 고출력·고성능 연구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보통 고성능 연구로에서는 고농축우라늄을 사용해 왔지만, 국제 핵비확산 정책에 의해 SCK CEN에서는 보유 중인 고성능 연구로 'BR2'에 맞는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 핵연료를 개발해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미국, 프랑스, 한국(원자력연)이 BR2 핵연료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이어 원자력연구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로 판형핵연료 수출 핵심기술 개발 및 실증 사업'의 일환으로 최근 벨기에 고성능 연구로 'BR2'에서 평판형 핵연료판에 대한 1단계 성능검증을 완료했다"면서 "우라늄의 70% 이상을 연소하는 극한 조건에서도 방사능 누출이 없고, 핵연료가 건전하게 유지되어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원자력연구원은 안정성 검사에서 통과한 평판형 핵연료 판으로 2단계 검증을 시작했다.
연구원은 "2단계에서는 평판형 핵연료 판을 곡면형으로 가공하고, 실제로 BR2에서 잘 연소되는지 실험한다"면서 "BR2에서는 곡면형 판으로 구성된 핵연료 집합체를 사용하므로 평판형 핵연료를 곡면형으로 가공해 2단계 성능검증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곡면형 핵연료 집합체는 우라늄 핵분열 시 발생하는 중성자를 중심부로 모을 수 있어 중성자 밀도를 더 올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연구로용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 제조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프랑스, 미국, 한국 세 나라뿐이다. 특히 한국의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판형핵연료는 파쇄분말을 사용하는 타 국가와 달리 연구원이 자랑하는 세계 유일의 '원심분무 핵연료 분말 제조기술'을 적용해 제조하고 있다고 한다.
원자력연구원은 "한국의 원심분무 분말을 사용한 핵연료는 파쇄분말을 사용한 프랑스 및 미국의 핵연료보다 안정성이 우수한 것을 입증한 바 있다"면서 "이번에 시작한 2단계 연구는 사실상 핵연료 공급자 시장 진입 전 최종 검증 단계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연구원이 2025년 말 2단계 집합체의 성능검증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BR2 연구로의 핵연료 공급 입찰 자격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핵연료 공급 입찰 자격을 획득하면 하나로(HANARO)용 연구로 핵연료를 2004년 캐나다 AECL에서 수입한 이래, 사상 최초로 우리가 만든 연구로용 핵연료를 해외에 수출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연구원은 공급사로 낙찰되면 연간 3000억 원인 연구로핵연료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연 3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명섭 하나로이용연구단장은 "핵연료 제조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적극적인 투자로 단기간에 수출용 고밀도 저농축 우라늄실리사이드 핵연료판 및 곡면형 핵연료 집합체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었다"면서 "이번 벨기에 SCK CEN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연구로 핵연료 시장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제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