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중요한 국가전산망이 마비된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국민의힘이 전국적으로 발생한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의 원인을 문재인 정부와 중소기업 탓으로 돌렸다. 지난 17일에 발생해 사흘 간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전산망이 마비되면서 민원 업무가 중단되고, 정부의 온라인 민원 발급 시스템마저 멈추면서 전국적인 혼란이 가중됐다. 전산망은 19일 자로 복구됐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책 마련에 대해 정부가 구체적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야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그러나 21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를 주재한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당연히 할 일이겠지만, 근본적 해법을 함께 고민하기보다 무책임한 정치, 정치 공세로 일관하는 것은 결국은 누워서 침뱉기"라고 꼬집었다. "2020년 초중고 온라인 수업 시스템 마비, 2021년 코로나 백신 예약 시스템 접속 장애 등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중요한 국가전산망이 마비된 경우가 드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다.
또한 중소기업이 행정전산망 구축 및 관리를 하면서 이같은 문제가 벌어졌다고 주장하며,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까지 나섰다.
전산망 마비 이유가 "대기업 사업 참여 제한" 때문?
이날 윤 원내대표는 "거듭되는 국가전산망의 마비는 특정 정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2004년 전자정보의 도입 이래 역대 정부에서 누적된 문제의 결과로 보인다"라며 "정부와 국회가 이제 힘을 합쳐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할 때가 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번 마비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지적하고 있는 첫 번째 문제는 대기업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13년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을 통해 정부는 중견 중소 소프트웨어 업체를 육성하기 위해 자산 규모가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공 서비스 참여를 제한해 왔다"라며 "하지만 법의 취지와는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 격차가 줄어들지 않았고, 중소업체가 구축한 공공전산망은 이다음 마비 사태를 일으켰다"라고 주장했다.
윤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 일어난 시스템 마비와 올해 3월 법원 전산망 마비, 그리고 이번 행정전산망 마비도 모두 중소업체가 개발한 시스템이었다"라며 "또한 대기업의 배제는 영세한 업체들에게 사업을 나눠주는 쪼개기 발주의 난발로 이어졌고, 쪼개기 발주는 상이한 시스템과 기기의 통합 관리를 어렵게 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행정전산망은 국가기관 전산망의 하나로서 다시는 이런 장시간에 걸친 전반적 마비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며 "현재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국가기관 전산망의 경우 기술력이 높은 대기업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공공전산망의 마비가 몇 차례 일어나면서 현재는 국가안보와 신기술 분야에서는 대기업의 참여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라며 "국가 안보가 문제가 될 때 우리는 오직 기술력만 따질 뿐 대기업, 중소기업을 따져서는 안 된다"라고도 주장했다. "행정전산망도 국가 안보와 직결된 것이므로 이제는 여야 공히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라고도 덧붙였다.
"코로나 시기와 전산망 마비 인과관계는 따져볼 필요 있다"
회의를 마친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들로부터 문재인 정부 때의 전산망 마비와 현재의 전산망 마비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았다. 당시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그런 외부 요인이 없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윤 원내대표는 "코로나 시기인지 아닌지가 어떤 전산망 마비 사태하고 과연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지 그거는 좀 더 세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라며 거리를 뒀다. 이어 "다만, 행정망이라는 게 사실은 국가의 기본적이고 근간이 되는 전산망인데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또 여러 가지 혼선을 초래한다면 이건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라고 답했다.
그는 "제가 오늘 아침에 말씀드린 대로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정부와 국회가 노력을 같이 해야 된다"라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