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문하는 인터넷 책방 홈페이지에 베스트셀러라며 자주 눈에 띄는 책이 있어서 봤더니 자기계발서다. 직장에서 은퇴한 나이에 무슨 자기계발서인가.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자청(자수성가 청년)의 <역행자>를 손에 넣고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우리 시대 대한민국의 은퇴자 중 경제적 자유를 성취하고 맘 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부모 봉양에 집 장만하고 아이들 교육시키느라 평생 뼈 빠지게 고생만 하다 퇴직해보니 손에 남는 게 하나도 없다.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부부가 연금으로 살아가기에는 빠듯한 생활이고, 아직은 건강해 모두들 퇴직하고도 일자리를 찾아 밥벌이에 연연하고 있는 게 은퇴자들의 현실이다.
내가 좀 더 젊었을 때 이런 책을 만났더라면 내 삶이 지금보다는 훨씬 윤택하고 보람찬 것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수험생처럼 꼼꼼히 읽고 아이들에게 권장해준 책이다.
순리자로 살 것인가, 역행자로 살 것인가
학창시절 성적은 꼴찌로 방구석에서 게임으로 시간을 축내며 좀비처럼 살아가는 저자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책이었다. 그는 20대 초반 2년여를 클루지, 지능의 역설, 정리하는 뇌, 욕망의 진화, 생각에 관한 생각 등 젊은이들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렵고 부담스러운 심리 및 정신분석학적 전문서와 경제서적 200권을 넘게 읽으며 자기만의 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하게 된다.
저자는 인생을 타고난 본성에 따라 운명처럼 살아가는 사람을 '순리자'라고 정의했다. 그런 순리자는 평생 평범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불행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다. 반면에 유전자의 본성이나 주어진 상황을 거슬러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역행자'라고 했다. 역행자는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쟁취한다.
저자는 '역행자'의 개념을 깨달은 이후 인생이 전혀 다르게 펼쳐졌다고 말한다. 인생에도 공략집이 있다는 걸 깨닫고 그 비밀키를 활용해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올해 36세인 그는 30대 초반부터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월 1억씩 버는 경제적 자유를 쟁취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보다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매일 아침을 맞는다고 한다.
그가 많은 독서를 하고, 본인만의 삶의 철학을 정립한 후 어렵게 일궈낸 성공을 우리는 한 권의 책으로 접하지만, 그간에 그가 흘렸을 땀과 노력, 번뇌와 시련들이 사리처럼 응고된 결과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더욱이 금수저도 아니고, 좋은 머리를 갖고 태어난 것도 아니며, 지방대학 출신의 못생긴 외톨이가 이룬 성과라 더 값지고 빛나는 게 아니겠는가.
농장 울타리에 갇혀서 사는 닭처럼 인간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다. 자신에게 자유 의지가 있다고 착각하지만 모두 망상이다. 인간도 유전자, 무의식, 자의식의 울타리에 갇혀 평범하게 살다가 죽는다. 그것이 바로 순리자의 길이다. 그러나 역행자는 다르다. 이들은 타고난 유전자의 본성을 역행해 돈, 시간, 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다. 본성을 거슬러 행복을 쟁취해 나간다.
저자는 세상에는 성공할 수 있는 공략집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고 그동안 분투해 성공에 이르렀다. 그는 '역행자의 7단계 모델'를 통해 성공의 비결을 풀어내고 있다. 이 방법을 통해 수천억 자산가가 되는 법을 알려줄 수는 없겠지만 자유를 얻는 법에 대한 힌트를 전달할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역행자의 단계별 모델
저자는 먼저 자의식을 해체하라고 말한다. 유전적 본성에 따라 우리 몸에 체득된 습관을 벗고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을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의식을 감싸고 있는 철갑을 벗고 열등감을 내려놓은 채 자신의 상황을 인정할 때 변화가 시작된단다. 그런 다음엔 정체성 만들기다. 정체성의 한계는 인간의 한계다. 정체성이란 인간을 송두리째 바꿀 정도로 중요하다.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와야 비상할 수 있다.
왜 누구는 똑똑한 결정을 반복하고, 누구는 어리석은 결정을 반복할까. 어떻게 좋은 결정을 반복해 인생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그것은 유전자 오작동을 이해하면 된다. 욕망은 어디서 온 것인지를 미리 알고 있으면 오작동을 방지할 수 있다.
실수를 하루에 한 개씩 잡아내다 보면 오작동을 최소화할 수 있단다. 또한 잠들어 있는 내 머리를 깨워야 한다. 뇌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뇌를 증폭시키는 방법은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통해 안 쓰는 뇌 자극하기, 산책, 유산소 운동, 충분한 수면 등이 있다.
이와함께 하나를 받으면 둘을 준다는 기버이론, 승률이 높은 것에 베팅하는 확률게임, 자신을 객관적으로 아는 능력을 키우는 메타인지 등이 역행자가 배워야 할 지식들이다.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온라인 마케팅, 웹디자인, 동영상 편집, PDF 책 제작 및 판매, 프로그래밍 등 타이탄의 도구 파밍하기에 도전하라고 말한다.
경제적 자유를 얻는 구체적 루트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자의식을 의도적으로 변화시켜 정체성을 바로 잡는 게 우선이다. 그런 다음 이루고 싶은 분야의 책을 최소 10~20권을 읽고 공부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또한 글쓰기를 통한 초사고 세팅하기다. 글쓰기를 하면 뇌세포가 증가하고 지능이 향상된다고 한다.
역행자는 시시포스의 형벌을 레벨업의 기회로 삼는다. 실패와 성취를 죽을 때까지 반복하며 성장하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역행자 모델에 따라 실패를 반복하면서 일반인은 자유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사실 인생이라는 게임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다음 목표는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적들보다 수준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패를 해야만 레벨업 버튼을 누를 수 있다.
성공의 발판이 된 독서와 글쓰기
저자가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은 독서와 글쓰기다. 그는 독서와 글쓰기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실천했다. 독서와 글쓰기가 경제적 자유인을 만들어 주진 못하더라도 인생을 바다처럼 넓고 산처럼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각종 오락과 게임에 빠져있는 아이들, 오늘도 좌표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좋은 처방전은 독서와 글쓰기라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퇴직하고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 바 모르는 은퇴자들에게 독서만큼 좋은 여가시간은 없을 것 같다.
요즘은 동네마다 공공도서관이 있고, 집에서도 얼마든지 전자책을 빌려볼 수 있어 책을 접하기에 편리하다. 책 속에서 인생의 스승을 만나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며,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 간다면 얼마나 값진 일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