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24년도 예산안 심사 관련 정부·여당의 비협조를 질타하면서 내달 1일 정부 예산안 원안 본회의 자동부의 가능성에 맞서 야당에서 따로 수정 예산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11월 30일까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등에 대한 심사를 끝내지 않으면 예산안 원안이 다음 날 곧장 본회의에 부의되도록 한' 국회법 85조 3항을 악용해 야당의 삭감 및 증액 요구를 회피하려한다는 주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심사일정인 오는 30일까지 3일 남았는데, 예산 심사 마무리가 어렵도록 정부·여당이 시간을 끌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공청회부터 부별심사, 종합정책질의, 조정소위까지 약 4주 간 (예산심사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야당이 찾아다니면서 심사를 촉구하고 정부·여당은 회피하는 모습이 반복되는 시간이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는) 국회법 제85조의 3항을 악용하려는 의도다. 정부·여당의 예산심사 지연에 유감을 표하고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면서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할 권한이 있다면 국회는 예산안을 심의·확정할 권한이 있다. (예산안 원안) 자동부의를 통해 정부 권리를 행사하겠다면 자체 수정안을 마련하겠다. 예산심사를 회피하려는 정부·여당의 의도에 맞서서 국회에 주어진 합법적 권한을 적극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힘, R&D 예산 증액한다면서 어디에 얼마나 할지 얘기 않는다"
강훈식 의원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위는 지난 24일까지 조정소위를 통해 정부 예산안 원안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특수활동비·국제협력R&D예산·국제개발협력(ODA)예산 등 쟁점 부문에 대한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감액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고 증액 분야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못한 상황이다. 당장 오는 27일부터 예산결산위원장과 국민의힘·민주당 양당 간사로 구성된 '소소위'를 구성해 계속 심사에 나설 예정이지만 현 상태로선 법적 시한인 30일까지 심사를 마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해 강 의원은 "여야가 지난 9일 예산소위 운영을 합의하면서 감액·증액 심사를 비슷한 비중으로 나눠 진행하기로 했지만 감액 보류 안건이 많다면서 국민의힘에서 증액심사를 반대했다"면서 "민주당은 소위를 파행할 수 없어서 감액보류사안에 대해 한 차례 더 심사를 하고 증액 심사 방향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국회는 정부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예산 비목을 설치할 수 없는데 정부는 야당의 증액 협의 촉구에도 버티기로 일관했다"며 "이 때문에 민주당이 예산심사에 앞서 약속했던 R&D, 재생에너지, 청년 등 미래세대 관련 예산, 새만금 예산 등에 대한 증액심사 역시 정부·여당의 반대로 아직 심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강 의원은 R&D 예산 증액과 관련해, "여당에서 R&D예산을 증액할 수 있다고 밝힌 보도를 보셨을 것인데 얼마나, 어떤 분야에 증액한다는 얘기가 없다"며 "저희는 (R&D 예산 증액 관련) 안을 마련했는데 여당의 안이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 실제로 증액하겠다면 여야 서로 안을 내놓고 논의해야 하는데 여당 안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즉, 여당에서 '말'만 하고 실제 심사엔 나서지 않는다는 비판이었다.
"정부·여당 시간 끌면 유리할 것이라 인식"... 단독 처리 가능성엔 선 긋기
강훈식 의원은 따로 마련할 수정 예산안에 대해서는 현 예산안에서 감액규모만 확정한 수정안을 내놓을지, 아예 예산 지출 규모를 늘리는 증액까지 반영한 수정안을 내놓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그는 "예산을 추가하는 건 정부의 권리라면 예산을 삭감하는 건 국회의 권리"라면서 "그간 정부·여당에서 예산심사에 적극 임하지 않아서 (법정시한까지) 며칠 남지 않았는데도 정책 사업 예산도 전혀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수정안을 준비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산안 야당 단독 처리 가능성에는 일단 선을 그었다. 강 의원은 관련 질문에 "예산안을 연내 처리하고 싶어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예산안을 발목잡고 있는 건 야당이 아니라 정부·여당이다. (법정시한까지) 시간을 끌면 유리하게 될 것이라는 인식 때문 아닌가. 적극 협상에 나서서 지역숙원사업이나 민생문제 해결에 나서라는 얘기"라고 답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 상정 등을 미뤄서 예산심사 관련 여당과 '딜'을 보는 방안에 대해서는 "그것은 그것대로, 이것은 이것대로 처리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 의원은 "(이동관 탄핵안 등이) 예산안과 연계돼 있다는 건 처음 듣는 얘기다. 법정시한 안에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게 당연한 목표"라며 "여당이 (탄핵안과) 예산안이 연계돼 있다고 했다면 황당한 이야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