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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와 군 사망사건 유가족은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 강원 인제군 GOP(일반전초)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해 목숨을 끊은 고 김상현 이병(당시 21세)의 사망사고 원인 규명과 변사사건 수사 종결을 요구했다.
 군인권센터와 군 사망사건 유가족은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 강원 인제군 GOP(일반전초)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해 목숨을 끊은 고 김상현 이병(당시 21세)의 사망사고 원인 규명과 변사사건 수사 종결을 요구했다.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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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강원 인제군 GOP(일반전초)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상현 이병(당시 21세) 유가족이 사망사고 원인 규명과 가해자들 송치, 변사 사건 수사 종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망 1주기가 다 되어가는 동안 경찰은 가해자들 중 일부를 연이어 불송치했고, 군 수사기관은 변사 사건 수사를 종결하지 않고 있다.

김 이병 유가족과 군인권센터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에 대한 예우와 장례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국가기관은 조속히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 변사 사건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며 "가해자 수사와 허위 보고, 앰뷸런스 지연 경위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윤승주 일병, 고 이예람 중사, 고 홍정기 일병, 고 박세원 수경, 고 조재윤 하사 등 군에서 사망한 장병들의 유가족도 함께 자리했다.

"변사 사건도 가해자 수사도 결론 못 냈다"

김 이병 아버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군과 민간 경찰, 검찰은 조사 중이라는 말만 할 뿐 사건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을 내놓지 않았다"며 "차디찬 냉동고에 있는 상현이를 보면서 언제쯤 명확한 결론이 나올지 답답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군은 GOP 투입 시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기본교육도 편의상 생략했고, 간부들은 갓 전입 온 신병을 향한 집단 괴롭힘과 암기 강요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일부는 가세하기도 했다"며 "사고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다. 군은 외양간을 고칠 생각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불송치 사유서를 보면, 경찰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법리를 기계적으로 해석해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며 "사망사건 등 3대 범죄의 관할을 군에서 민간으로 바꾸도록 한 군사법원법 개정 취지는 민간 경찰이 군에서 발생한 범죄를 외압 없이 꼼꼼히 수사하라는 것인데, 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들여다보긴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검찰은 1년이 지나도록 변사 사건조차 결론을 내지 못하고 뭉개고 있고, 경찰은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며 "김 이병은 여전히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국군수도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국가기관이 진실을 밝힐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사랑하는 아들을 냉동고에 넣어둔 유가족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고 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변사 사건을 수사한 육군수사단 제3광역수사단은 가해자로 지목된 부대원 8명의 혐의를 특정해 강원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했다. 강원경찰청은 8명 중 4명을 초병협박·모욕·강요·협박 혐의로 지난 4월 춘천지검에 송치했다.

김 이병 유가족은 불송치 결정이 내려진 나머지 부대원 4명에 대해 춘천지검에 이의 신청을 냈으나, 송치된 사건과 이의제기 사건 모두 반년 넘게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또 유가족은 김 이병 사망에 책임이 있는 4명(위 8명 중 3명 포함)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그 밖의 범죄행각에 대해 5명(위 8명 중 2명 포함)을 강원지역보통검찰부(군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에 대해서도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군검찰은 10월 말에야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5명 중 3명은 조사를 받았으나, 나머지 2명은 도중 만기 전역해 민간으로 사건이 이송된 상태다.

한편 군인권센터와 유가족은 사고 발생 직후 사건 경위를 '총기 오발 사고'로 허위 보고한 혐의(허위보고죄)로 당시 부중대장과 하사를 군검찰에 고발해 현재 군검찰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1년째 안치... 유가족, 국군수도병원 찾아 추모

김 이병은 2022년 9월 5일 입대해 10월 27일 육군 제12사단 52연대 소속 GOP 33소초로 전입했다. 신병인 그는 육군 지침에 따라 '전입신병 집체교육', '적성검사' 등 적절한 교육을 받아야 했으나, 그러한 절차 없이 곧바로 GOP 경계근무에 투입됐다.

소속대 간부와 선임들은 업무 미숙을 이유로 김 이병을 괴롭혔고 협박을 일삼았다. 이들은 A4용지 29페이지에 달하는 '33노트'를 작성하게 하고, 소초원 30여 명의 인적사항이 담긴 전투편성표를 암기할 것을 강요했다. 이를 해내지 못하면 "총으로 쏴 버리겠다", "다른 부대로 쫓아버리겠다" 같은 폭언을 쏟아냈다.

2022년 11월 28일 저녁 7시께 소초 근무에 투입된 김 이병은 근무 중 다른 병사와의 수하(아군끼리 암호를 확인하는 행위)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선임병에게 "근무 끝나고 두고 보자", "내려오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 등 협박에 가까운 질책을 받았다. 그날 저녁 8시 44분경 김 이병은 경계근무 도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한편 김 이병 유가족을 비롯한 군 사망사건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김 이병이 안치돼 있는 국군수도병원 영안실을 방문해 추모의 뜻을 전할 예정이다. 

태그:#군인권센터, #김상현이병,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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