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사정권 타도에 나선 소수민족 무장단체 동맹이 총공세에 나서면서 미얀마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다.
28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으로 구성된 저항군 '형제 동맹'이 지난달 27일 시작한 대규모 합동 작전으로 미얀마군 전초기지와 주둔지 등 최소 303곳을 빼앗으면서 군정을 압박하고 있다.
형제 동맹은 샨주에서 미얀마군 기지 224개, 서부 라카인주에서 44개, 카야주에서 35개 등을 점령하고 500명 넘는 군인의 투항을 받아냈다.
저항군 "억압적 군사 독재, 뿌리 뽑을 것"
형제 동맹은 총공세를 시작 날짜인 10월 27일을 따서 '1027 작전'으로 부르면서 "억압적 군사 독재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고 미얀마 국민이 완전한 권리와 대표성을 갖는 연방 민주주의를 확립하기 위해 싸운다"라고 목표를 밝혔다.
<이와라디>는 "약 2만 명의 저항군이 동원된 이번 작전은 쿠데타 이후 군정에 대한 최대 규모이자 가장 조직적인 총공세"라며 "단기간에 다수의 군부 기지를 점령하는 등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군정의 억압을 받아온 미얀마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라고 전했다.
형제 동맹이 성과를 거두자 미얀마 민주 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산하 군 조직인 시민방위군(PDF), 카레니민족방위군(KNDF), 카친독립군(KIA) 등 다른 무장 단체까지 가세하면서 저항군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저항군은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외곽 50㎞ 부근까지 접근했다고 주장하며 수도 네피도까지 진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민간인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OCHA) 집계에 따르면 1027 작전이 시작된 이후 미얀마에서 200명에 달하는 민간인이 사망했으며, 약 33만 5천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상당한 타격을 입은 군정은 네피도에 추가 병력을 배치하며 수도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군정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안보 조치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라며 네피도 방어 강화를 인정했다.
"미얀마 군정, 실존적 위기" vs "아직 멀었다"
미얀마 군정은 2021년 2월 아웅산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이 압승을 거두었던 2020년 11월 총선에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전권을 장악하고, 수치 고문을 구금했다.
군정은 총선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세력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국가비상사태를 연장하면서 총선을 미루고 있다.
미 CNN 방송은 "군정이 피비린내 나는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가장 큰 위협(the biggest threat)에 직면했다"라며 "저항군의 강력한 총공세에 밀려 주요 군사 기지와 무역 경로를 잃으면서 인기 없는 정권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얀마 전문가 매튜 아널드는 "군정은 실존의 위기에 몰렸다"라며 "저항군은 군정의 완전한 격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도 "저항군의 총공세는 쿠데타 이후 가장 규모가 크고, 빠르게 진격하고 있다"라며 "미얀마 국민들은 처음으로 멀게나마 군정 없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군정이 권력 유지를 위해 주변국들과 외교적 합의에 나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낼 가능성이 있고, 저항군으로 연합한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 쉽게 분열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 (ICG)의 리처드 호시 수석 고문은 "총공세의 극적인 초반 성공에 반정부 세력이 열광하고 있지만, 군정의 붕괴나 항복은 아직 멀어 보인다"라며 "군정이 저항군을 제압하기 위해 무차별 폭격과 같은 더욱 잔혹한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