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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 다람
 
아이를 키우다 보면 모든 책이 '육아서'로 읽히는 마법이 펼쳐진다. 소설이나 평전을 읽을 땐 어린 시절의 환경이 주인공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게 되고, 자기계발서를 읽을 땐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법한 구절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눈 앞의 모든 상황이 '기승전 내 아이'로 수렴되는 것이다. 작정하고 좋은 엄마가 되는 법을 알려주려는 책은 또 얼마나 많은지, 읽기만 하면 그 어떤 금쪽이도 말 잘 듣는 온순한 아이로 키울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나를 버티게 하는 건 

그러나 육아의 이면을 담은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는 6명의 여성 작가가 글 쓰는 '나'와 엄마인 '나' 사이의 분투를 기록한 책이다. 아이를 재운 새벽, 글을 써보지만 진도는 느리고 마감은 밀린다.

책을 통해 엄마 작가들은 고단한 육아와 흐릿해지는 '나'라는 존재 속의 고민과 절망을 책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단순히 고생담이라 하기엔 그들의 기록은 일하는 엄마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나 역시 요 몇 년은 일도 육아도 뭐 하나 제대로 못 해내는 것만 같다. 조금만 일을 더 하면 더 좋은 결과물을 낼 것 같은데, 평일에 아이와 고작 하루 두 시간 눈 맞추는 게 전부라 그게 또 미안해 퇴근을 서두른다.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는 아이를 두고 회사에 다니는 게 맞나 싶다가도, 여전히 일 잘하는 직원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망 속에서 어느 쪽도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고 종종거린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언제 끝나냐며 보채는 아이와 엉켜가기만 하는 문장 사이에서 또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것만 같다.

책에서 한 작가는 말한다.

"엄마로 산다는 건 말야.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거야." – 백은선 작가

그럼에도 나를 버티게 하는 건 내 등에 업은 천국이다. 일과 육아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지만 이미 축은 아이 쪽으로 기울어졌음을 인정한다.

일에 욕심을 덜 내게 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직업적 소명은 커졌다. 내가 등에 업은 천국이 앞으로 살아갈 이 사회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져야 한다고 더 강하게 확신하게 됐으니 말이다. 내 천국과 내 천국의 이웃이 일상의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나는 오늘도 열심히 일터와 집을 오간다.

덧붙이는 글 | 글 김민정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3년 12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김이설, 백은선, 안미옥, 이근화, 조혜은 (지은이), 다람(2022)


#육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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