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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본기업 재산 강제 매각 절차와 관련해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은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2023.11.29
  '역사정의와 평화로운 한일관계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단체 회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본기업 재산 강제 매각 절차와 관련해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은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소송 원고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한 지 5년이 되는 날이다. 2023.11.29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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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창피한 줄 아십시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 선 박석운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공동대표가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외친 말이다.

박 공동대표는 29일 강제동원 배상 판결 5주년을 맞아 열린 '일제 전범기업 강제매각 사건 하세월 대법원 직무유기 규탄 회견'에 참석해 "현금화 명령에 대해 대법원에 결정이 올라간 지 1년 반이나 됐다"며 "절차적 과정에 불과한 것을 이렇게 시간을 끌며 사실상 사법 정의를 방기하고 있는 게 말이 되나. 우리나라 행정부가 대법원에 대해서 '시간 좀 끌어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냈고 거기에 (대법원이) 부화뇌동해서 이렇게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박 공동대표가 언급한 '1년 반'은 지난해 5월 일본 기업의 항고와 재항고 등으로 대법원이 사건을 넘겨받은 이후를 의미한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1월 29일 양금덕 할머니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전범 기업 미쓰비시의 손해배상 책임을 확정했다. 그러나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은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양 할머니 등 강제동원 피해자와 지원단체는 일본 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했다. 일본기업이 이에 항고·재항고하며 해당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제3자 변제방식'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이 내야 할 배상금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이에 양 할머니 등 피해자 중 일부는 수령을 거부했다. 재단은 모금된 돈을 법원에 공탁했으나 법원은 피해자가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며 '불수리' 판단했다.

1년 사이, 양금덕 할머니가 안 보이다

돌아보면 지난해 같은 날 열린 회견에선 피해자 중 한 명인 양금덕 할머니가 직접 참석해 대법원과 윤석열 정부를 향해 "잘못을 하면 벌을 받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뭐 때문에 이렇게 나와서 고생을 하냐"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러나 정확히 1년 뒤인 오늘 열린 회견에 양 할머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할머니가 다시 여기에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벌써 판결 5년이 지났다. 역사적인 판결을 기념할 만한 날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참담할 뿐"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했나? '100년 전 일로 일본 무릎 꿇으란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일본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양금덕 할머니에게 작년 이맘때 국가인권위원회의 최종 대한민국 인권상 후보로 추천이 돼서 인권상과 함께 국민훈장을 받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일본 눈치를 살피느라고 그 훈장과 인권상을 강제로 빼앗았다. 그리고 할머니는 1년여 사이에 이제 건강이 악화돼 이 자리에 설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지난해 9월 시민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주관하는 '2022 대한민국 인권상'에 양금덕 할머니를 추천했고,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양금덕 할머니가 인권상 수상자(훈격 국민훈장 모란장)로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시상식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을 맞아 12월 9일 서울시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상 사흘 전인 12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양 할머니의 인권상 수상자 결정 안건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시상식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외교부가 양 할머니의 인권상 및 훈장 수여와 관련해 상훈 보류 요청 의견을 낸 것이 수상보류의 이유였다.

이 이사장은 "(선고) 당시에는 피해자 5명이 모두 생존해 계셨지만, 지금은 두 분만 남았다"며 "사법부는 헌법이 부여한 자신의 책무를 신속한 판결로써 피해자들한테 답해야 한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나 '강제동원 관련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명령 판단이 지연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현재 대법원에서 계류 중이기 때문에 후보자 입장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달라"라고 말했다.

태그:#강제동원, #양금덕, #대법원,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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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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