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서유럽 국가에선 노동자 파업이나 사회적 약자의 시위를 불온시하거나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노조 파업이나 사회적 약자의 시위를 삐딱하게 바라보는 것 자체가 공감 능력이 없고 연대할 줄 모르는 사람임을 자인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다
실제로 북서유럽의 경우, 직장인들 노조 가입률은 60%-8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다.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50.4%), 덴마크(67%), 스웨덴(65.2%), 핀란드(58.8%), 아이슬란드(92,2%)의 노조 가입률은 대한민국의 5~8배 수준이다. 북서유럽 국가 '학교 시민교육'에선 고용주나 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항거하도록 가르친다. 사용자의 갑질을 용납하지 말고 불의에 저항하도록 노동인권 교육을 통해 학습한다. 나아가 산재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기계를 멈추도록 학습한다.
반면에, 대한민국 학교 사회에선 북서유럽과 같은 수준 높은 노동인권 교육을 하지도 않고 학습한 적도 없다. 그 결과 대한민국 노조 가입률은 10% 정도로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일본과 싱가포르의 절반 수준이고 타이완의 1/4 수준이다. 왜 대한민국이 연간 노동시간이 거의 수위에 달하고 인구 10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가 1위인지 낮은 노조 가입률이 이를 확연히 보여준다.
노동조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와 대등한 관계에 설 수 있도록 노동자의 지위를 끌어올려 준다. 무엇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안전과 복지를 지켜주는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직장인 노동자들은 10명 가운데 1명만 노동조합에 가입한다.
교사의 경우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등 북서유럽 국가들에서 교사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비율은 9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다. 핀란드는 무려 98%에 이른다. 미국 또한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NEA와 AFT를 합하면 노조 가입률이 90%에 이른다. 물론 미국은 50개 주마다 노조 가입률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노조 가입률이 높은 매사추세츠주는 교사노동조합이 강력하여 공교육의 질이 최상위 수준이다.
반면에, 교사노조를 불허하는 미시시피주와 플로리다주, 그리고 애리조나주는 학교 재정이 열악하다 못해 빈곤하다. 그 결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또한 최하위권이다. 일본은 일본교직원조합(약칭 일교조) 가입률이 2011년 기준 평균 35% 정도다. 유독 효고현은 95%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다. 그러나 90년대 사회당 몰락과 함께 사회당의 외곽조직이었던 일교조가 오늘날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그런 일본에 비해서 우리나라 교사노조(전교조) 가입률은 2016년까지 14% 정도였다. 그러다 2017년 이후 교사노조연맹이 출범하면서 20-30세대가 대거 가입해 2023년 1월 현재 양대 노조인 전교조와 교사노조 연맹을 합치면 노조 가입률이 20% 정도로 조금 높아졌다.
그래도 북서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교사의 노조 가입률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비록 일부이지만 악성 민원을 남발하는 학부모와 갑질을 일삼는 학교관리자들이 불쑥불쑥 학교 현장에 출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프랑스 '도덕 시민교육' 교과서와 한국 사회 2015 개정 '사회'과 교과서를 '노동교육'의 내용 측면에서 비교·평가한 결과, 프랑스 교과서는 91.82점을, 한국 교과서는 18.38점을 받았다. 프랑스나 독일의 경우, 전체 교과서 분량 가운데 노동교육과 관련된 내용은 10% 안팎을 차지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에 그치고 있다. 부끄러운 현실이지만 한국의 교과서로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노동의 소중함과 노동자의 권리, 그리고 노동자의 자긍심을 심어주기 어렵다.
오히려 자라나는 아이들은 노동조합의 소중함보다 지배자인 자본가의 시각에서 기업과 사용자 관점을 내면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그런 교과서 지식을 100년 넘게 학교 교육을 통해서 외우고 시험 치면서 성장해 왔다. 왜 한국 사회 노조 가입률이 10% 수준으로 낮은지 이해되는 대목이다. 북서유럽처럼 하루빨리 '시민교육' 교과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해 필수 의무로 학습해야 한다. 그 길이 산재사고를 막고 안전한 일터로 가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