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혁신위의 실패는 곧 우리 당 지도부의 실패가 될 것이다." -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
국민의힘 지도부 안에서 당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30일 전체회의를 기점으로 마지막 혁신안을 내놓고 사실상 활동 종료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자는 목소리가 당 최고위원회 안에서 나온 것이다.
"'전권 주겠다' 약속하고 모셔왔는데... 총선 얼마 남지 않았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7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3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 회의 모두발언에서 "요 며칠 우리당 지도부 자리 문제에 대한 언론에 관심이 많았다"라며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란"이라고 입을 열었다.
앞서 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자리를 메우기 위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김석기 최고위원이 당선됐고, 그가 김기현 당 대표 바로 옆 자리에 앉게 된 점을 언급한 것이다. 해당 자리는 지금까지 김병민 최고위원이 앉았던 자리인데, 김석기 최고위원이 오면서 김병민 최고위원이 윤재옥 원내대표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결과적으로 수석최고위원이 앉던 자리에 새 최고위원이 오면서 밀려난 모양새가 되자, <조선일보> 등 여러 언론에서 이를 보도하며 관심을 끌었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어느 자리에 앉아 계시던 그 자리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라며 "지도부 일원들이 가지고 있는 그 막중하고 무거운 책임감의 무게만큼 우리 당이 훨씬 더 집중해야 되는 건" 따로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당 혁신위원회가 우리 당 지도부를 향해서 더 가열찬 혁신과 쇄신에 나서달라는 그 같은 주문에 대한 응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우리는 얼마 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통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고, 국민께 한 번의 더 기회를 얻기 위해서 간곡하게 혁신위원회 출범을 요청드렸다"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어 "혁신위원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많은 분들을 간곡하게 설득했고, 인요한 위원장을 필두로 한 혁신위원회가 출범하고 난 다음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우리 당을 변화하고 쇄신하고 혁신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왔다"라고 평가했다.
김 최고위원은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간에서 우리 당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런 혁신위의 활동과 변화의 방향에 우리 당 지도부가 그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라는 것)"라며 "매서운 질책을 무척 따갑고 아프게 받아들인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혁신위의 실패는 곧 우리 당 지도부의 실패가 될 것이고, 혁신위의 성공은 우리 당 지도부의 새로운 희망과 미래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도권 격전지에서 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면 그 표정에 근심과 걱정이 묻어난다"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자리의 그 무거운 무게, 그 자리 값을 잘 알고 있다"라며 "우리 당 지도부가 혁신위 출범에 '혁신의 전권을 주겠다' 약속하면서 어렵게 모셔왔던 그 초심처럼, 혁신위원회가 더 가열차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활동을 이어가기를 진심으로 희망하고 응원한다"라고도 덧붙였다.
"나 안 죽었다"라는 인요한... 오늘 혁신안 채택 관심
앞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당 지도부, 영남 중진, 친윤 의원들을 향해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를 강력하게 권고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에 호응하는 의원은 실질적으로 미미했고, 오히려 공개적인 반발이 이어졌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역시 최근 본인의 지역구에서 연달아 의정보고회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자주 만난다. 어떤 때는 만나면 한 3시간씩 이야기한다"라며 "어떤 때는 하루에 3~4번씩 전화도 한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심'을 내세우며 현 지역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인요한 위원장의 설화까지 겹치며 혁신위가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들이 당 안팎에서 나오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 공개회의석상에서 혁신위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향후 혁신위원회가 최고위원회에 올릴 안건이 의결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조기 종료' 혹은 '해체' 수순이라던 혁신위의 활동이 연장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당사자인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나) 안 죽었다. 살아 있다"라며 혁신위 운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같은 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그는 "제 뒤에 굉장히 '백'이 있는 걸로 착각하는데 국민의 뜻이다"라며 "(국민들은) 변화를 원한다. (당이) 변치 않으면 선거 때 우리가 아주 안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고 경고했다. "국민이 매다. 매 안 맞으려면 잘해야 된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32년 대학병원에 있었는데 저 환자 보면서 남 명령 안 받는다. 내가 소신껏 진료를 한다"라며 "우리 정치가 조금 창피스럽지 않느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도대체 희생은 왜 안 하는 건지"라며 "희생해야 한다. 이 세상에 희생 없이 이루어진 게 뭐가 있느냐?"라며 당 주류의 희생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현 지도부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는 데 대해서 "필요하면 해야 한다"라며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까지 이야기했다. "거침없는 사람. 그리고 누구의 영향을 안 받는 사람"이 새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구체적인 인물상까지 밝히기도 했다.
혁신위는 오늘(30일) 회의를 통해 '수도권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권고안을 정식으로 채택해 지도부에 올릴 전망이다. 같은 인터뷰에서 인요한 위원장은 "우리가 당에 뭐를 넘길 건지 조금 강도를 올릴 것이다. 그건 확실하다"라며 "플러스 알파"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을 향한 "압박"이라는 표현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