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1일 오후 4시 50분]
서울시의원들이 무단으로 자신들의 의정 활동비를 '셀프 인상'하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인상 규모는 약 33.3%p, 총 6억 7200만 원가량으로, 1인당 지급액으로는 월 50만 원씩 늘어나는 것이다. 서울시의회는 이미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정 활동비는 의정 자료수집·연구비, 보조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의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을 말한다. 연봉과는 별개이다. 그런데 서울시의원들은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도 않았는데, 현행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자신들에게 지급되는 세비를 스스로 인상하고 나선 것이다.
시행령 개정 전인데 미리 50만 원씩 '셀프 인상' 나선 서울시의회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지난 11월 30일 전체 회의를 열고 '서울특별시의회의원 의정 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의결했다.
의정 활동비를 월 150만 원(의정 자료수집·연구비 120만 원+보조활동비 30만 원)에서 월 200만 원(의정 자료수집·연구비 150만 원+보조활동비 50만 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해당 개정안에 따르면 "의정자료수집·연구비 지급액란 '월 1,200,000원'을 '월 1,500,000원'으로 하고, 보조활동비 지급액란 '월 300,000원'을 '월 500,000원'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서울시의회 의석 112석을 적용했을 때, 총 6억 7200만 원을 증액하는 것이다. 운영위를 통과한 개정 조례안은 오는 12월 22일 열릴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그런데 이 '셀프 증액'은 현행 지방자치법에서 규정한 시·도 의원 의정 활동비 지급 범위를 넘어선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시·도 의원 의정 활동비를 월 최대 150만 원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
서울시의회는 현행 지방자치법이 개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그에 발맞춰 조례안을 미리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행정안전부는 지난 11월 8일 시·도 의원의 의정 활동비 지급 한도를 15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을 입법 예고했다. '지방시대 실질적 구현'이 그 취지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입법 예고'가 됐을 뿐, 아직 실제 시행령이 개정된 것은 아니다. 개정된 시행령이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서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해당 시행령 개정안은 아직 국무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공청회 등은 의무조항... 법령 위반으로 무효"
또한 지방자치법 시행령 제35조 제5항은 시·도 의원의 의정 활동비 증액을 결정하기 위해서 "공청회를 실시하거나 객관적이고 공정한 여론조사기관을 통하여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렴된 주민 의견을 반영해 얼마를 증액할지 결정하도록 한 '의무' 조항이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서울시의회는 별도의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결국 서울시의회는 시행령 개정을 기정사실화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증액된 의정 활동비를 수령하기 위해 현행 법 규정과 절차까지 위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당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이를 견제해야 할 야당 더불어민주당 역시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안전부 담당자는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시행령 개정이 입법 예고가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관련 절차들이 남아있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지급 범위'나 '한도'가 아니라 '지급액'을 미리 상향할 수는 없다"라며 "국무회의 통과 후에도 거쳐야 할 행정 절차들이 있다. 이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조례안을 고친다면 이는 법령 위반으로 무효"라고 지적했다.
또한 "주민 의견 수렴 절차 역시 의무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며 "의정비심의회를 거쳐 과정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월정수당 인상의 경우에 적용되는 사항이다. 의정 활동비 인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한국지방연구원의 2021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방의회 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말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13%에 불과했다. '불만족한다'는 응답자는 38.5%였다.
서울시의회측 "예산 미리 확보하려다 보니"
한편, '셀프 증액' 조례 개정안을 작성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회 측은 '내년도 증액될 시의원들의 의정 활동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고 <오마이뉴스>에 해명했다.
운영위원회 운영전문위원실 수석전문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실무적으로 예산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최종 의회(본회의)에서 의결하기 전, 준비를 위해서 미리 상임위(운영위)에서 심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12월 22일 본회의 전까지 (공청회 등) 사전 절차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본회의에 올라갈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본회의 전까지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실시할 계획이 수립됐는지 묻자 "그걸 왜 저희한테 묻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청회 개최 등은)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게 아니다. 내가 아는 부분은 없다"라는 이야기였다.
정리하면, 증액된 의정 활동비를 내년도에 곧바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 예산 확보를 위해 '불완전한' 조례 개정안인 것을 알면서도 일단 상임위에서 통과시키고 사후 보완하려 했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시점에서, 사전에 이를 예단하고 현행법령을 위반한 점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의무 절차를 언제 어떻게 거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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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보도] 「[단독] 서울시의회, 월 수당 50만원 셀프 인상... 법 위반 소지」 관련
본 신문은 지난해 12월 1일자 「[단독] 서울시의회, 월 수당 50만원 셀프 인상... 법 위반 소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시의원들이 무단으로 자신들의 의정활동비를 '셀프 인상'하려 했고 이는 상위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기사내용과 관련하여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회는 별도의 공청회나 여론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의정활동비 증액안을 가결했고, 이는 현행법 위반이라고 보도되었으나, 서울시의회는 공청회 개최권자가 아니므로 법 규정을 위배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또한, "보도된 서울시의회 운영위 결정은 조례안에 대한 본회의 의결을 준비하기 위한 사전심사 절차로서 위법하게 조례를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상위법령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