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은평구 갈현동 골목 사이에 위치한 꽈배기집 '꽈르륵'에서는 조금 특별한 꽈배기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파는 부추 꽈배기는 꽈배기 반죽에 부추즙을 넣고 1차 숙성 후 2차 반죽을 해 소화가 잘 되는 간식으로 탄생했다. 푸른빛이 도는 꽈배기에서는 채소 향과 함께 부드러운 식감을 선사한다.
꽈리고추 꽈배기는 꽈리고추를 넣어 채소 향과 어우러지는 꽈리고추의 맛과 식감을 만날 수 있다. 소시지 꽈배기 '소꽈소꽈'는 비엔나 소시지가 동글동글 들어가 핫도그와 꽈배기, 그 중간에서 즐거운 맛을 만날 수 있다. 숙성된 반죽을 기반으로 나오는 꼬인 모양의 베이글, '꽈이글'은 새로운 쫀득함을 만날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에게 익숙한 꽈배기가 이렇게 새로운 재료와의 조화로 특별한 메뉴로 재탄생했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맛을 선사하는 새로운 메뉴들은 어쩌다가 이 동네의 작은 골목에서 이렇게 시작하게 된 것일까? 꽈르륵의 주인장 김동우·이혜미 부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꽈배기는 익숙한 메뉴지만 부추 꽈배기는 처음 봅니다. 특별한 꽈배기를 만들 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한국적인 간식을 생각하다 꽈배기를 떠올리게 됐어요. 더불어 건강하기까지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고민하던 찰나, 부모님께서 부추농사를 하셔서 이걸 활용해 부추 즙을 갈아 넣은 꽈배기를 만들었어요.
조금 특별한 꽈배기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고민하다 꽈리고추 꽈배기와 소꽈소꽈도 만들게 됐습니다. 또한 베이커리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꽈르륵 콘셉트에 맞춰 꼬여 있는 모양의 베이글, 꽈이글도 만들었어요."
-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어서 매일 품절이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하고 익숙한 품목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골목에 꽈배기집이 없었어서 그런지 많은 분들이 매장 준비할 때부터 꽈배기집 생기냐고 반가워하시더라고요.
가격도 몇백 원 더 올려 이윤을 취하는 것보다 많은 분이 더 많이 편하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저렴하게 시작했어요. 어떤 곳은 계피 설탕, 인절미 설탕 등을 묻히는 것도 돈을 받던데 저희는 그냥 새로운 맛을 보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사실 손님들의 다양한 피드백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튀김 정도나 눅눅함, 크기 등 다양한 방면에서 조언을 주기도 하고, 쇼케이스나 품목의 다양화 측면에서도 이야기 해주세요. 그래서 쇼케이스를 새롭게 장만했고, 팥 도넛도 많이 찾으셔서 메뉴를 추가하는 등 변화를 주니 동네 분들이 더욱더 자주 찾아 주십니다."
나눔으로 갖는 행복
- 첫 사업 품목이 꽈배기라니, 사실 성공하기 쉽지 않은 품목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가벼운 품목이기도 하고 금액대도 낮다 보니 들이는 품 대비 돈을 벌기 어려운 구조는 맞아요. 하지만 돈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벌고 싶다는 꿈보다는 과연 내가 장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리고 사업가로서 가능한지 첫 번째 시도로서 접근했던 것 같아요.
저희 부부는 돈을 버는 것보다 나누고 봉사하면서 함께하는 걸 워낙 좋아하다 보니 기왕이면 함께 즐기자는 마음으로, 저렴한 가격에 서비스도 왕창 드리면서 나눌 수 있는 품목을 생각하게 되었죠. 저희 기업의 가치가 '나에게 이로운 것이 소비자에게도 이롭고 사회에 도 이로운 것'이기도 했고요. 오히려 이런 나누는 마음을 더 큰 마음으로 받고 있지만요."
- 더 큰 마음으로 받고 있다니, 어떤 이야기인가요?
"저희는 좋아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나눔을 하는데 오히려 동네 분들이 더 많은 것들을 나눠 주세요. 장보고 가는 길에 간식을 나눠 주기도 하고, 고구마를 나눔하면 맛탕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과일을 정말 많이 나눠 주셔서 철마다 안 먹은 과일이 없는 것 같아요. 한번은 제주도 은갈치를 받은 일도 있어요(웃음). 도시에서 느끼기 어려운 따뜻함을 이 골목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한 번은 어떤 아버님이 꽈배기를 사가셨는데, 저희가 서비스로 많이 넣어드렸더니 아파트 경비실 아저씨께도 드렸나 봐요. 그 경비실 아저씨가 맛있다면서 오신 일이 있어요.
이렇게 하나 나눈 것으로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돈보다 이렇게 누군가와 나누는 것이 행복하더라고요. 덩달아 이런 일들이 쌓여 힘들 거나 어려운 일에도 참고 노력하게 되는 원동력이 생겨요."
- 특별한 간식인데 이 동네에 자리 잡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경제적인 여건도 있었지만, 둘 다 워낙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사람들과 소소하게 마주치면서 다양한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런 측면에서 동네에서 작게 함께하는 가게를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골목 장사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과 오고 가는 대화를 하면서 많은 정을 느끼고 있어요. 살면서 이런 정을 느낄 수 있을까 싶어요.
또한 저희가 어린 나이에 시작해 잘한다고 기특하게 여겨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응당히 어른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친절하게 대할 뿐인데 사회에 나가 있는 내 딸, 아들 같다며 오히려 더 많은 칭찬과 따뜻함을 나눠 주세요.
진짜 어린 아기도 아니고 사회생활을 10년 하다 왔는데도 이런 사랑과 예쁨을 받으니 감사한 마음으로 장사하고 있어요. 요즘 사회에서 이런 사랑을 받기는 어렵잖아요."
- 갈현동 골목에 푹 빠지셨네요.
"결국 동네 사람들이 좋아서 그런 것 아닐까 싶어요. 밥 못 먹었다고 하면 밥을 챙겨 주시기도 하고, 좋은 소식, 즐거운 소식을 나눠 주시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함께 나누고요. 이러한 소통 속에 더 사람을 좋아하게 될 뿐만 아니라 더 살갑게 더 친절하게 대하려 노력하게 돼요.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제가 좋은 방향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도 더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네요. 이 골목, 이 동네가 더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가 좀 안 되고 그런 게 아닌 서로 모두 다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한국적인, 그리고 함께하는
- 최근 옆 골목의 심야 식당 '아오바'와 바자회 협업을 했는데, 그런 것도 결국 서로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아오바 사장님께서 제안해 주셔서 흔쾌히 참여했습니다. 마침 지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콜라보를 하거나 무언가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거든요. 추후에도 기회만 있다면 행사나, 바자회 같은 것에 꾸준히 협업이든 협찬이든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고 싶어요.
동네가 다 잘 되야 결국 남도 좋고 나도 좋고, 더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는 걸 먹고 즐겁게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저희가 가진 공간이 좁은 게 아쉬울 따름이에요. 그래서 조금 더 확장된 공간을 꿈꾸고 있습니다."
- 확장된 공간을 꿈꾼다는 건 어떤 이야기일까요?
"사실 연신내에 작은 음식점을 준비하고 있어요. 꽈르륵이 한국의 간식이라면 준비하는 식당은 논산의 특산물 부추나 딸기와 접목한 다양한 한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 중입니다.
낮에는 부추 칼국수를 판매하고, 저녁에는 증류주를 비롯한 술과 어울리는 다양한 한식 판매를 준비 중이에요. 꽈배기를 넘어 음식을 제공하면서 더 다양한 방면으로 나눌 생각을 하니 기대가 됩니다. 또한 더 넓어진 공간을 생기면 다양한 행사나 활동을 해볼 생각이에요. 다들 많이 놀러 오세요."
- 더 큰 꿈을 꾸고 계시는군요. 꽈르륵의 최종 꿈이 궁금한데요.
"저희의 색이 담긴 한국적인 음식을 제공하고 담아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꿈이에요. 단계 단계 나아가 보려고 노력하면서 우리 특색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시도 중입니다. 꽈르륵을 운영하면서 다음 단계의 사업을 준비했듯 저희는 지금도 또 다음 단계를 고민 중이 에요. 다양한 분야의 F&B 사업을 경험해 보고 싶거든요.
먼 훗날에는 그 공간들이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한국의 간식과 음식을 알리는 기업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그리고 저희의 이런 소통과 나눔을 더 많은 사람 들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