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 경제적 자립이 필요한 이유요? 비장애인에게 경제적 자립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요? 같은 이유입니다."
경제적 자립이 진정한 독립을 의미한다는 말이 있다. 스스로 마련한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어야, 비로소 타인의 간섭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경제력을 갖고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꿈꾼다. 장애인이라고 경제적 자립을 갈망하지 않을 리 없다.
이런 경제적 자립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중 하나는 '고용'이다. 물론 고용 그 자체가 경제적 자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평생 일했지만, 경제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경제적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어딘가에 고용돼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장애 인구의 36.4% 수준이다. 이처럼 장애인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지난 11월 24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윤다올 선임을 만나 장애인 고용 환경을 개선할 방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 고용률보다는 '고용의 질'에 집중해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의 장애인 민간 부문 고용률은 모든 시·도에서 하락했지만,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은 지난해 대비 상승 추세를 보였다.
"아무래도 민간 부문보다는 공공 부문에서 의무 고용률을 달성하기가 더 쉬워요. 그리고 지난 몇 년간은 코로나19로 인해 민간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기도 했고요. 장애인 공무원 고용률만을 보고 민간 부문이 장애인 고용을 잘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윤 선임은 장애인 고용의 질에 대해서는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4개월짜리 인턴을 고용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고용률은 추세에 따라 점진적으로 상향될 것이기에 숫자를 높이는 것에는 큰 욕심이 없다고 했다. 이제는 장애인이 취업 후에도 꾸준히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는지 고용의 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 고용) 문제의 원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면, 결국 교육과도 관련이 있어요. 패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이 뽑을 사람이 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장애인은 비장애인과 똑같은 양질의 교육을 받지 못하니까요."
윤 선임은 장애인의 고용이 더욱 확대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교육을 뽑았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비장애인이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 장애인이 경쟁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윤 선임은 이를 "게임이 안 될뿐더러, 게임을 할 장애인도 없다"고 비유했다.
대학알리미의 '2023년 장애학생자원체제 구축 및 운영 현황'에 따르면 서울 소재 대학(사이버대학교 및 방송통신대학교 제외) 중 전체 재학생 대비 장애 재학생의 비율이 1% 이상인 대학은 5곳이다. 3% 이상인 곳은 서울한영대학교가 유일했다.
윤 선임은 대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대학교의 인프라, 취업 지원 서비스 등을 누리는 장애 대학생들에게는 그렇지 못한 장애인들에 비해 비교적 취업의 길이 열려 있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학교 시설을 이용하거나 정보를 제공받는 데 제약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윤 선임은 재학생의 취업에 큰 관심을 쏟는 대학의 구성원으로 포함되기만 한다면, 취업에 있어서는 큰 걱정이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대학교에 장애인 학생이 더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제가) 장애인과 함께 생활해 보니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님을 느꼈기 때문이에요. 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이잖아요."
그는 인터뷰 도중 기자에게 살면서 장애인을 만나본 경험이 얼마나 있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경험할 기회가 충분치 않은 사회 구조를 지적했다. 실제로 중·고등학교에서조차 장애 학생들은 대부분 특수학급에서 생활한다. 기업 역시 장애인을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을 꺼린다는 설명이다. 윤 선임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만날 기회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UN장애인권리협약(CRPD) 참고하는 것도 방법
UN장애인권리협약(CRPD)은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와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UN 협약이다.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해 지난 2006년 12월 13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우리나라는 UN장애인권리협약(CRPD) 비준국이다.
윤 선임은 이 협약이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 정책을 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한 지침서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협약에서는 제27조 일과 고용 조항을 통해 현재 실시되고 있는 최저임금 제도의 적용 기준이나 보호 작업장 운영 방식 등을 수정하라고 권고하고 있어요. 이처럼 국제 사회에서 증명된 기준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장애인 정책을 바라보고 해결 방안을 고민해 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서울여자대학교 바롬종합설계프로젝트 북두7성팀은 장애인 고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 제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