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대비 지방세 수입이 680억원 줄어 22개 부서의 내년 신규사업이 없는 서울 강남구가 구청사 복지타운 조성을 위해 52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은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강남구의회 안지연(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열린 구정질문에서 "구민들의 안전과 건강, 복지를 책임져야 할 구청장이 임차료로 연 50억 이상 쏟아붓는 사업을 최대 신규 사업의 예산안으로 의회에 제출한 것을 구정질문을 통해 진정으로 구민을 위한 옳은 행정인지 구민들과 진지하게 논의해 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민선8기 핵심목표인 공감동행도시 구현을 위해 주민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분야별 업무 연계성을 고려한 부서 전면 재배치로 민원 편의제공 및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강남구 통합복지타운을 조성하는 계획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내년 2월 준공을 앞둔 건물을 임차해서 복지생활국을 이전한다는 계획으로, 임차료 30억660만 원, 건물 관리비 5억 원, 부동산 중개수수료 2억3000만 원, 리모델링 공사 및 이사에 8억9000만 원 등 총 52억 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했다.
안 의원은 "세수 감소로 행정재경위원회 15개, 복지도시위원회 7개 부서에서 신규사업을 찾아볼 수 없다"라면서 "구민들을 위해 고민한 신규 사업들이 세수 감소를 이유로 편성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아직 준공도 되지 않은 건물을 임차하겠다는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데 이미 지난 8월에 구청장에게 보고되었던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기금안에 대해 설명하는 시정연설에서 이 사업을 누락시킨 것과 11월 정례회가 시작하고 의회에 보고한 것에 대해서도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청사가 건립되고 완공되어 입주가 10년 정도 지연된다면 지가 변동에 따라 현부지의 임차료가 400억 원에 다다를 수도 있다는 전문위원의 검토의견이 있었다"라면서 "현재 세텍 부지 행정복지타운 조성에 대해서도 서울시와 용역이 진행 중인데, 이와 연계해서 신중하게 사업을 검토해야 했다"라고 꼬집었다.
강남구는 복지타운조성 사업에 대한 의회 보고 이후 월 임차료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자 대안으로 청사건립기금에서 350억 원의 보증금을 사용, 6700만 원의 월세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이 같은 구청의 변화된 태도에 안 의원은 "보증금 350억 원을 정기예금 기준 평균 이자율인 4.5%로 계산하면 이자가 대략 연 14억7000만 원, 월세 연 8억7000만 원, 관리비 월 5000만 원으로 연 6억 원, 이를 합치면 연간 30억4500만 원이 월세로 지급되는 것이다"면서 "기금에 두면 연간 15억원의 이자 수익이 생기는 걸 임차료로 지급한다는 사실 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강남구청의 안이한 예산편성은 구민들에게 꼭 팔요한 사업들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편성되지 못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고 안 의원은 주장했다. 특히 2021년 10월 실시한 토양오염실태조사에서 발암물질로 분류되는 비소가 토양오염우려기준 대비 최대 34배 넘게 검출된 바 있는 삼성동 배꽃근린공원의 실태를 예로 들었다.
안지연 의원은 "배꽃근린공원은 공원면적 중 79%가 비소로 오염되었다는 결과가 있었는데, 내년 예산안에는 토양정화사업 비용만 편성되어 있고, 정화 후에 바로 이루어져야 할 재조성 사업비는 편성되어 있지 않다"라면서 "강남구민의 건강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업 예산 편성은 미뤄졌다"고 말했다.
또 "국기원에서 열리는 외국인 태권도 경연 대회 및 한국 전통문화 체험행사는 40여 개국의 외국인, 주한미군, 유학생 및 근로자 등 800명이 참가하는 행사로 대한민국의 국기인 태권도를 알리고 K-푸드와 전통문화를 알리고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2024년 예산안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구청장, "의원들과 협의해 우선순위 사업 섬세하게 관찰하겠다"
안지연 의원은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들에 구민들의 소중한 혈세가 투여되는 만큼 신중하게 예산을 편성해야 하며, 기본적인 행정절차들을 무시하면서까지 성급하게 예산편성을 하면 안된다"라면서 "세수가 줄어 구민들을 위한 행정이 많이 위축되는 현시점에서 예산안의 편성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긴축재정을 해야하는 현 시점에서 건축주가 최대 수혜자인 복지타운 사업은 그 명분이 많이 부족하다"라면서 "무엇이 강남 구민들을 위한 예산인지 또 각 부서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는 강남 구민들을 위해 준비된 사업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시길 바라며 강남구민들의 혈세가 적재적소에 쓰여질 수 있도록 심각하게 고민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공약중에 주민들이 제일 원하는 것이 신청사 건립이고 신청사 건립이라는 취지가 직원들이나 주민들이 이용하는데 더 편리하고 근무여건이 좋아지는 것이다"라면서 통합복지타운 조성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시정연설에서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은 부동산의 임대나 임차 관계는 서로 쌍방이 있고 그 의견이 서로 조율이 돼야만 가능한 사업이지 우리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그전부터 조율은 하고 있었지만 확정이 안 됐기 때문에 알리지 못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앞으로 의원님들과 이런 문제에 대해 협력하고 예산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더 심도있게 협의해서 구민들의 혈세가 낭비되지 않고 또 어디에 어떤 것이 우선순위 사업들인지 섬세하게 다시 한번 관찰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통합복지타운 조성 예산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행정재경위원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사업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돼 전액 삭감된 가운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