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두환씨의 미납 추징금 922억원 중 55억원을 추가로 환수할 가능성이 커졌다. 전씨 일가가 소유한 오산시 땅을 대신 관리해온 신탁사가 국가의 추징에 반발하며 항소했지만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국가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제8-3행정부(부장판사 신용호, 정총령, 조진구)는 8일 오후 전씨 일가 소유의 경기도 오산시 땅을 관리해 온 교보자산신탁이 한국자산관리공사를 상대로 낸 공매대금 배분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며 "항소 비용은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라고 했다.
이번 소송은 전씨 일가가 교보자산신탁에 맡긴 오산시 임야 5필지 중 3필지의 땅값 추징에 대한 건이다.
1997년 대법원은 전씨에게 내란·뇌물수수 등 혐의로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 원을 확정했다. 검찰은 2013년 추징 집행을 위해 '전두환 미납추징금 집행팀'을 꾸리고, 전씨 일가의 오산시 임야 5필지를 압류했다. 해당 임야의 가치는 약 75억 6000만 원으로 계산됐다.
이후 대법원까지 간 끝에 2필지의 땅값 20억 5200여만 원은 먼저 국고로 귀속됐지만 나머지 3필지는 소송에 발이 묶였다. 교보자산신탁이 "오산 땅은 전씨가 수수한 뇌물에 포함되거나 그 대가로 얻은 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공매대금 배분 취소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담보신탁 시점에 이미 불법 재산이라는 점을 원고(교보자산신탁)가 알고 있었던 사실이 압류 무효 소송에서 인정됐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해당 임야는 전씨의 처남 이창석씨가 전씨의 차남 전재용씨에게 불법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교보자산신탁 측은 적절한 대가를 지급하고 오산 땅을 취득한 만큼 추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논리도 폈지만, 법원은 이 경우에도 추징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현재까지 국가가 전씨에게서 환수한 추징금은 1282억2000만 원이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추가로 55억 원을 환수할 수 있어 남은 추징금은 867억 원이다.
다만 지난 2021년 전씨가 사망해 이미 진행 중인 소송 외에 국가가 새로 소송을 제기해 추징금을 환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번 재판은 전씨 미납 추징금에 대한 사실상 마지막 환수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