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건설업, 농업, 어업, 축산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일하는 많은 현장은 작은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안전보건 조치에서 제외되고 있다. 현재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은 매우 엄격하게 제한받고 있다. 그 와중에 정부는 지역소멸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권역별로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사업장 변경 제한이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가로막고 있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 향상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주민센터 동행에서 활동하고 있는 원옥금 대표를 만나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11월 21일, 망원의 동행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사업주 귀책 사유 입증해야만 사업장 변경 가능
원옥금 대표는 다양한 현장의 이주노동자 상담 사례를 공유해주면서, '적용 제외'를 계속 강조하였다. 노동시간이나 휴게 규정으로부터, 부당해고 구제 진정으로부터의 적용 제외 말이다.
"이주민센터 동행은 주로 E-9 비자로 한국에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업장 변경, 임금 체불, 산업재해 등에 관한 내용이 많아요. 최근에는 어업 노동자들을 많이 상담하고 있는데, 현재 근로기준법은 농어업, 축산업 노동자한테는 노동시간이나 휴일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어요. 그걸 사업주가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서에는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고 하지만, 작은 글씨로 '근로기준법 63조에 따라 근로시간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라고 쓰는 거죠.
거기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5인 미만 사업장이 많아서, 사업주가 노동자들을 부당해고 한다고 해도 진정할 수 없습니다. 저희가 상담했던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휴일이나 휴식 시간 없이 계속 일해야 했거나, 밤에도 근무해야 했어요. 5개월간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계속 출항해야 하거나, 바다에서 밤새 물고기를 잡다가 불면증이 생긴 이들도 있었어요. 너무 힘들어서 사업장 변경을 원했는데 사업주가 동의해주지 않았어요. 노동부에 진정해도 법이 적용되지 않는단 이유로 허용되지 않았어요."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변경하려면 원칙적으로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임금체불이나 폭행 등 부당한 처우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변경 허용된다. 원옥금 대표는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다 아픈 것이 사업장 변경 이유로 작동하지 못하는 현실, 사업주 귀책 사유를 이주노동자가 직접 증명해야 하는 문제 등을 짚었다.
"일하다 몸이 너무 아파서 사업장을 변경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많은 경우 그것이 사업장 변경 사유에 해당하지 못해요. 예를 들어 중량물 운반 작업 때문에 허리가 아파서 사업장 변경을 하려고 하면 병원에서 요추간판탈출증 진단서도 받아야 하고, 업무적합성 평가서도 같이 받아야 해요. 그렇게 해도 사업장 변경이 안 되는 경우도 있어요. 노동자를 열악한 환경에 붙잡아 두고 강제노동을 시킬 수 있는 권한을 사업주에게 주는 거잖아요. 이런 법 때문에 우리는 항상 사업장 변경해달라고 사업주한테 읍소해야 해요.
저희가 상담한 어업 노동자들의 경우, 계약서에는 주택 제공이라고 적혀있었어요. 하지만 숙소라고 제공된 건 배 안의 높이 1m 남짓의 조그만 공간이었고, 거기서 2명이 잠을 자야 했어요. 너무 춥기도 하고, 배에 시동이 항상 걸려 있어 시끄럽기도 했어요. 사업주의 계약 위반이라고 센터와 노동자가 일일이 증명해야 했어요. 사업주가 여러 종류의 선박을 가지고 있었고, 노동자한테 계약된 배가 아닌 다른 배에서 일하게 시켰던 경우도 있었어요. 이때도 사업장 변경신청을 위해 배 사진이나 영상도 직접 찍고, 계약서하고 뭐가 다른지를 일일이 비교해야 했죠.
노동시간을 직접 산정해야 하고 입증도 노동자가 해야 하니, 이주노동자 혼자 고용센터에 가서 사업장 변경하기가 어려운 거죠. 특히 농어업 노동자의 경우 출석체크 카드나 급여명세서가 제공되지 않아 노동시간을 입증할 수 없어요. 사업주가 부인하면 입증할 길이 없죠. 그리고 3년 근무하는 동안 3번까지만 사업장 변경할 수 있어요. 이미 사업장을 세 번 바꿨는데 지금 일하고 있는 곳도 너무 열악해서 사업장 변경하고 싶다는 문의도 가끔 들어오는데, 저희가 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어요."
권역별 사업장 이동 제한 조치, 이주노동자의 관계망을 단절시키다
이미 이렇게 제한적인 사업장 변경을 이제 특정 권역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하는 노동부 조치가 10월 19일부터 신규 모집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적용되었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직업 선택이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더욱 침해한다. 원옥금 대표는 이것이 가족이나 친구 등,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미 형성되어 있던 관계망을 단절시킨다는 문제점도 같이 강조했다.
"부부나 가족, 친구들이 한국에 순차적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 아버지가 먼저 한국에 왔고 이후에 아들이 들어오는데, 이들의 지역이 다르다면 9년 8개월 동안 같이 지낼 수 없는 거예요. 베트남의 경우 한국으로 오고 싶어하는 대기자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한 번 제의가 오면 그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계약한 지역이 먼저 간 가족이나 친구와 다르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와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사람이다 보니, 자기 친척이나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가서 일하고 싶잖아요. 그걸 아예 못 하게 하는 거죠. 이번 조치가 시행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에 있는 자기 남편이나 아버지한테 빨리 가고 싶은데 언제부터 적용되느냐는 문의가 이미 여러 번 들어오기도 했어요."
원옥금 대표는 사업장 변경에 사업주의 '동의'가 있어야 하거나 사업주 귀책 사유를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는 현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와 더불어, 작은 사업장이라고 안전보건교육을 제공하지 않거나 현장 노동자들의 문제제기를 무시하는 행위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 보호구나 안전보건교육이 당연히 모든 사업장에서 제공되어야 해요. 한 축산업 노동자 사례인데요, 개인 보호구를 주지 않은 채 고기를 자르는 기계를 다루게 했어요. 보호구를 달라는 노동자한테 사업주는 '네가 오기 전에 우리도 다 그렇게 했어'라고 이야기했어요. 여러 번 문제 제기해서 해 당 노동자는 보호구를 받았어요. 비싸더라도 센서를 부착해서, 위험 상황이 감지되면 기계가 바로 멈추게 하도록 하는 게 더 좋겠죠. 김을 양식하는 곳에서 김을 황산으로 세척하는 업무를 한 이주노동자가 있어요. 보호구는 제공되지 않았고, 작업이 끝나면 속이 메스껍고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났어요. 이런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직무 교육과 개인 보호구를 제공할 필요가 있어요.
무거운 물건을 정말 많이 취급하다 보니,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픈 노동자도 많아요. 그러면 물건을 어떻게 들면 허리가 덜 아픈지 등을 가르쳐줘야 하는데, 그런 기본조차 안 되더라고요. 일단 그런 교육부터 진행했으면 하고, 근로감독도 더 자주 했으면 좋겠어요."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보장된다면 어떤 변화가 제일 두드러질 것 같은지 물어보았다. 원옥금 대표는 이주노동자가 문제 제기하면서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는 행위 자체가 위험한 사업장을 바꾸라는 하나의 의사 표현으로 작동하게 되면, 노동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공유해주었다. 환경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사람만 바뀌고 재해가 반복되는 게 아니라,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모두가 조금은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그런 일터를 만들 수 있는 하나의 카드로서 말이다.
"상담하다 보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너무 열악해요. 기계는 낡았고. 센서도 안 달린 곳들도 많고요. 사장과 공장장을 포함해,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 모두가 다친 작은 제조업 공장에 2명의 이주노동자가 들어왔어요. 본인들도 사고를 당할까 봐 너무 무서워했어요. 저희가 근로감독을 요청했는데 바쁘다고 못 간다고 하더라고요. 유선으로라도 사업주와 통화해 달라고 요청했더니 결국 사업장을 변경하게 되었어요. 대신 그 기계들은 그대로 있잖아요. 사장은 새로운 이주노동자를 데려오면 되는 거고, 작업환경은 개선되지 않는 거죠. 새롭게 채용된 이주노동자는 무서워도 어쩔 수 없이 거기서 계속 일해야 하죠. 만약에 사업장 변경이 자유롭게 된다면, 그런 곳은 사업주가 쓸 사람이 없을 테니 어쩔 수 없이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하겠죠. 그 기계를 바꿔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 이주노동자가 안전할 뿐 아니라, 한국인도 들어가서 일할 생각을 할 수 있겠죠.
숙소 문제도 개선이 안 되고 있어요. 다른 곳에 갈 수 없어서, 사장님이 제공하는대로 살아야 하니까요. 임금 체불도 마찬가지고요. 지금은 뭐든지 다 사장님으로에게 구속되어 있잖아요. 대등한 관계가 아닌 종속된 관계이니, 강제노동 문제도 많이 발생하고 있고요. 사업장을 노동자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으면 전반적으로 다 개선될 거라고 봐요. 이주노동자도 목소리를 더 낼 수 있겠죠. 협상할 수 있는 카드가 생기는 거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건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12월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