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 창선면 가인리 언포 연안 바다 밑에 국내 최초로 민간주도의 점토용기 거치형 '잘피' 종자 파종이 진행되었다. 어류 서식지 역할을 하는 '잘피'가 자라도록 하는 '바다숲'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환경전문단체인 에코피스아시아(이사장 김원호)는 KB국민은행(은행장 이재근)과 함께 "잘피는 바다를 살리고, 잘피는 우리를 살린다"라는 구호로 잘피 종파 파종 사업을 벌였다고 12일 밝혔다.
잘피는 염습지, 맹그로브숲과 함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가 공식 인증한 3대 해양 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Blue Carbon) 중 하나다.
그런데 우리나라 해역은 잘피가 1970년 이래 50~70% 정도 사라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에코피스아시아와 국민은행이 지난해 성공적인 잘피 성체 이식에 이어 지난 4~8일 사이 언포 연안 바다에서 점토용기 거치형 잘피 종자 파종을 벌인 것이다.
이번 사업은 이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해양생태기술연구소(MEI)와 한국수산자원공단(FIRA)이 에코피스아시아와 협력사업으로 수행했다.
남해 언포 연안은 국내 대표적인 잘피 서식지로 약 159ha의 광활한 잘피숲이 장관을 이루는 동대만 인근에 위치해 있지만, 4년 전에 비해 약 40%의 잘피군락지가 사라진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에코피스아시아는 "지난해말 잘피 성체이식 후 채 1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4차례의 분기별 모니터링 결과, 자연 군락지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자라 생존율에서는 최대 10배, 생육밀도는 최대 9배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6월, 15만개의 종자를 이 지역에서 채취하여 가장 활착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점토용기 방식으로 파종한 것이다.
이 단체는 "성체이식과 함께 종자파종을 병행함으로써 향후 바다숲 생태복원을 보다 가속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라고 했다.
이번 파종에서는 기존의 점토매트 파종방식을 완전히 개량하여 국내 최초로 수분이 있는 점토매트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일정한 원형 점토용기로 성형하여 특수한 건조과정을 거쳐 파종하는 점토용기 거치방식을 도입하였다.
이 단체는 "향후 잘피 종자를 비롯한 해양보호생물 종자 파종에 있어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잘피서식지는 탄소흡수 효과가 뛰어난 해초림으로 우리나라에 출현하는 잘피 면적의 약 80%는 거머리말이다"라며 "전문가들 사이에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 바다에는 잘피가 있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앞으로도 관련 사업이 계속 진행된다. 이 단체는 "잘피 서식지 조성 후에는 1년 정도로 짧게 사후점검을 진행하는 다른 바다숲 사업과 달리, 2023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3년간 분기별 총 9차례의 사후 점검 실시, 성체이식과 종자파종으로 조성한 잘피(거머리말)의 정착 및 성장과정을 조사하여 조성지 생태복원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바다숲 조성사업을 통해 해양생태계 보전뿐만 아니라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민관연이 공동 협력해 그 해결방안을 찾는 우수사례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태일 에코피스아시아 사무처장은 "국민은행의 사례처럼 보다 많은 기업들이 민관연 협력을 통해, 기후변화와 바다사막화로부터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한층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