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거의 한 달 동안 감기로 고생했다. 이렇게 오래 아프긴 처음이었다. 이번에 아프고 보니 나이는 못 속인다는 말을 둘 다 실감했다. 살면서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이번에 뼈저리게 느꼈다.
일흔 살인 남편은 다니는 교회에서 10년 이상, 1부 성가대 대장으로 사역을 감당했다. 매주 주일 아침 6시에 가장 먼저 교회에 가서 교회 문을 열고 성가대 연습 준비를 해왔다. 이번에 아프면서, 지난 10년 동안 하던 1부 성가대 대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래도 성가대에서 찬양은 계속한다(정말 자랑스러운 남편이다).
성가대에서 기침도 하고 감기가 낫지 않는 것을 걱정한 한 교회 지인이 귤을 보내주셨다. 아시는 분이 제주도에서 귤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금방 딴 귤을 한 상자 보내주셨다. 귤은 크기가 큰 것과 작은 것 등이 섞여 있었다. 크기는 들쑥날쑥하지만, 고마운 마음이 담겨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귤나무에 붙어 있는 귤나무 가지 하나도 보내주셔서 쌍둥이 손자가 보며 신기해했다.
금방 딴 귤이라 무척 싱싱했다. 처음에는 약간 신맛이 났지만, 용기에 담아 실내에 들여놓으니 곧 단맛이 났다. 껍질도 얇고 싱싱해서 맛있었다. 나도 감기 기운이 남아있어서 덕분에 부지런히 먹었다.
귤은 빨리 먹지 않으면 상해서 버려야 한다. 그래서 지난번 산행 갈 때도 가져가고, 근무하는 학교에도 가져다드렸다. 아들네도 보냈지만 많이 남았다. 남은 것은 남편도 챙겨주고 나도 열심히 먹었다. 귤 덕분인지 감기가 많이 나았다. 덕분에 감기도 좋아졌고, 우리도 다룬 분들께 귤을 나누어 드리며 따뜻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다.
지난주에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시누이가 오빠가 감기 걸린 것을 알고 잘 먹어야 한다며 구룡포 과메기를 가져다주었다. 남편도 나도 약간 비릿한 바다 냄새나는 과메기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생각해서 가져다준 것이라 약이라고 생각하고 잘 먹자고 했다.
마침 사다 놓은 알배기 배추가 있었다. 초고추장에 레몬즙과 통깨를 넣어 듬뿍 찍어 먹었다. 나는 생마늘도 청양고추도 못 먹어서 초고추장 맛으로 먹었다. 평소에 잘 먹지 못하는 별식이라 먹으면 기력도 회복될 것 같아 눈 딱 감고 먹었다.
감기가 오래가다 보니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기침과 인후염에 도라지가 좋다는 말씀을 들었다. 생각해 보니 냉장고에 도라지 정과가 있는 게 생각났다. 예전에 내가 감기 걸렸을 때 큰 며느리가 보내주었는데 몇 개 먹고 잊고 있었다.
남편이 정과로 만든 도라지 차
도라지 정과를 꺼내놓고 남편에게 먹어 보라고 했다. 남편은 가끔 엉뚱한 생각을 한다. 정과는 도라지를 소금물에 데쳐서 꿀이나 설탕물로 졸인 것이다. 냉장고에 넣으면 딱딱해지는데 상온에 꺼내놓으면 다시 부드러워진다. 남편이 잘라서 끓이면 도라지 차가 될 것 같단다.
나는 그냥 먹자고 했더니 벌써 몇 개를 잘라서 냄비에 끓였다. 하루에 안 되니 퇴근 후 저녁 먹고 한 시간씩 삼일 동안 끓여서 도라지 차를 만들었다. 신기하게 덩어리가 하나도 없고 맑은 차가 되었다. 그 끈기를 칭찬해주고 싶다. 만든 도라지 차는 유리병에 넣어 보관했다.
주말이라서 아침은 커피를 내려서 지난주에 만들어 놓은 샐러드빵을 먹었다. 샐러드빵 속이 물기도 안 생기고 처음 했던 그대로였다. 양배추와 오이 등 채소를 살짝 절여서 만든 것이 신의 한 수다. 지난주는 아침마다 샐러드빵 하나와 커피로 아침을 대신했다. 1주일 이상 먹어도 물리지 않고 여전히 맛있다. 내가 빵을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다.
오전 11시경 과일을 깎아서 도라지 차를 타서 먹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잣이 있으면 몇 개 동동 띄우면 좋을 것 같았다. 기침에 좋다고 하니 하루에 한 번은 도라지 차를 마시자고 했다. 감기가 나았지만, 아직도 기침이 완전하게 없어진 것이 아니라서 남편도 나도 계속 조심하고 있다.
남편은 요즘 한약을 잘 챙겨 먹는다. 한약을 먹으며 감기가 거의 나았고, 기력도 조금 회복되었다. 안 먹던 한약을 오랜만에 먹으니 효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병원 처방약은 먹지 않지만, 한약과 도라지 차로 남아있는 감기 기운이 모두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이웃에게 받은 사랑, 다른 이웃에게 다시 나눠주려 해
이번에 오랜 감기로 많은 분이 염려해 주시고 위로해 주셨다. 감기에 좋은 것도 챙겨주셨다. 이번 감기로 염려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주변에 아파서 힘들어하시는 분이 계시면, 이번에 우리가 받은 감사를 나 또한 나눠주리라 다짐해 본다.
매년 연말에는 교회에서 불우이웃돕기 일일 찻집을 한다. 일일 찻집의 수익금은 어려운 이웃과 학생들을 위해 장학금으로 전달한다. 매년 일일 찻집 티켓을 사고 있지만 올해는 좀 더 많은 티켓을 사려고 한다. 아는 분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웃의 어려운 분이나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서다. 정기적으로 다른 단체에도 조금씩 기부하고 있지만, 연말에는 우리 모두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예전에 낸 책으로 그동안 조금씩 들어온 인세도 있고, 내가 쓴 기사로 독자들이 보냈던 원고료도 따로 모아 두었다. 이 돈은 보람 있는 일에 쓰고 싶어서 쓰지 않고 저축해 두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 많지는 않아도 글쓰기를 하면서 조금씩 모은 돈을 보람 있는 일에 쓸 수 있어서 기쁘다.
연말이다. 부족하지만 나 또한 다른 이웃을 위해 조금이나마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퇴직하고 글쓰기에 도전한 건 참 잘한 일인 것 같다. 내년에도 열심히 글 써서 글로 사람을 위로해 주고, 차곡차곡 원고료도 모아서 올해보다 더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 스토리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