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환경운동연합이 올해 나이 서른을 먹었다. 이를 기념해 부산환경운동연합은 '공해추방에서 생태도시 부산으로'라는 슬로건을 걸고 30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2월 14일 목요일, 오후 7시 부슬거리는 비를 뚫고 하나 둘 회원들이 부산역에 있는 유라시아 플랫폼으로 모였다.
충북대학교 사회학과 홍덕화 교수가 '다시 갈림길에 선 한국 환경운동'이라는 제목의 의미심장한 발제를 했다. '공해추방운동연합'에서 시작해 30년을 지나면서 무수한 성공과 실패의 역사를 만들어낸 한국의 환경운동. 이제 전국 대오의 명실상부한 '환경운동연합'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다음 지적이 뼈를 때린다.
"한국에서는 온건한 이념과 관례적 운동방식에 기댄 환경운동단체들이 장기간 환경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국가 주도 개발사업 반대운동을 중심으로 환경운동이 펼쳐진 탓에 시장권력과 기업권력을 정면으로 겨냥한 활동은 대단히 드물었다."
"체제 비판은 한국 환경운동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말이었다."
홍덕화 교수의 지적은 이렇게 이어진다.
"환경운동의 의제가 국가와 자본에 의해 수용, 포섭되는 일이 늘었다.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 지역, 자원순환 경제, 살림의 경제 등의 환경운동 비전은 국가와 자본에 의해 폭넓게 전유되고 있다."
기후위기가 인류문명의 위기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환경운동이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단순히 '기후위기가 아니라 기후정의, 체제전환'을 이야기해야 하고 "탈성장 같은 새로운 비전"을 당당히 선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체제 전환은 환경운동의 분화, 분기를 촉발하는 쟁점이 될 것이다."
체제 전환과 탈성장의 비전을 제안하는 홍덕화 교수의 발제에 충분히 공감되었다.
이어서 부산환경운동연합 이사인 박종환 동아대학교 교수의 부산환경연의 새로운 비전 3.0을 제시했다. 공해와 오염으로부터 환경보호의 기치를 내전 비전 1.0에서 시작해, 환경의 벗으로서 공존, 보존의 가치를 내건 성장기 2.0을 지나, 이제 환경이 3인칭이 아닌 1인칭이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비전3.0을 제시했다. 슬로건은 이른바 "나는 지구입니다. 지구는 나입니다."
내년 부산환경운동연합 총회를 즈음해 그간의 30년을 정리한 백서 발간도 된다. 이제 새로운 30년을 맞이할 첫 해가 오고 있다. 다시 갈림길에 선 부산환경운동연합이 새로운 비전 "나는 지구입니다. 지구는 나입니다"로 힘차게 도약해 이제 문명의 전환, 체제의 전환을 이끌어 내는 운동을 펼쳐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