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수사에 쓰여야 할 검찰 특수활동비(아래 특활비)가 핼러윈 케이크 구매, 커피전문점 적립 등 부적절하게 사용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9개 언론·시민단체 협업체인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아래 공동취재단)'은 19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리영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특활비가 '파리바게뜨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를 구매하거나 '스타벅스 프리퀀시 이벤트 음료 적립' 등에 사용된 영수증을 공개했다.
공동취재단은 "검찰 조직 내부에서 특활비를 용도 제한 없이 마음대로 써도 되는 돈으로 인식한 실태가 드러났다"며 "국회는 2024년 예산부터 더 이상 존속될 이유가 없는 검찰 특활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기밀수사 연관, 단 한 건도 없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중석 뉴스타파 탐사1팀 에디터는 "지금까지 공동취재단이 확보한 검찰 특활비 지출 증빙 영수증 6만 건 가운데 99.5%에 가까운 5만 9천 건이 현금으로 결제되어 사용처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가 어려웠지만, 300여 건은 카드 결제분이었다"며 "그 300건 가운데 사용 장소, 결제 시간, 구매 품목 등이 지워지지 않은 185건의 최종 사용처를 알아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185건 중 115건은 창원지검 진주지청이 지난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사용한 특활비 사용 내역"이라며 대표적인 유용 사례를 소개했다.
하 대표는 ▲ 파리바게뜨 핼러윈 한정판 케이크(2019년 10월) ▲ 스타벅스 e-프리퀀시(증정품 제공 이벤트) 적립용 미션음료(2018년 5월) ▲ 스테이크 전문 패밀리 레스토랑 약 60만 원(2020년 8월) ▲ 해산물 식당 30만원 (2020년 12월) 등의 사용 내역을 거론하며 "155건의 영수증 중 기밀수사와 연관된 건은 단 한 건도 없었고, 그 가운데 116건은 청사 반경 3km 내에서 사용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껏 검찰은 '마약 수사 등에 특활비가 필요하다'고 해명해 왔는데, 해당 사용처들은 마약 수사 등 기밀 수사 회의에 적합한 공간으로 볼 수 없다"면서 "(카드로 사용해 공개된 내역 외에) 현금으로 사용된 부분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2024년도 검찰 특활비 폐지해야"
채연하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업무 추진비, 기타 운영비, 특정 업무 경비 등에 쓸 수 있는 사용처는 특활비보다 업무추진비나 특정 업무 경비로 집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회식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것은 업무추진비로도 충분히 집행할 수 있는 내역"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은 언제나 이듬해 5월까지 회계감사 검증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부분(검찰의 특활비 유용)을 지적한 바 없다"며 "감사원도 국민의 세금을 지침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검찰에 대해 그동안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지난 6개월간 검찰 특활비를 검증한 결과 대검찰청은 '집행내용확인서 생략' 제도를 악용해 특활비를 현금화한 뒤 검찰총장 비서실에 지급했고, 검찰총장 비서실은 이를 위법하게 관리하면서 마음대로 써왔다"라며 "그리고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정에서 특활비를 관리하던 실무자들은 용산 대통령실로 옮겨갔다. 국회는 2024년도 예산안에서 검찰 특활비를 폐지하라"고 주문했다.
공동취재단은 "검찰 측에 특활비 유용과 관련해 질의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는 상태"라며 내년 1월 중순께 검찰의 업무추진비 지출 행태와 부적정 사례 등을 공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