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으로서의 양심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언론사 앵커가 또다시 정치권으로 직행했다. 호준석 전 YTN 앵커가 퇴사 바로 다음날, 영입인재 자격으로 국민의힘 행사에 참석한 것. 한국기자협회 YTN지회에서 공식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면서, 또다시 '폴리널리스트' 지적이 불거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1969년생 호준석 전 앵커는 YTN 보도국 앵커팀 부국장을 지낸 인물로, 현재 <국회방송>의 자문위원도 맡고 있다. 지난 2015년, 평강제일교회가 개최한 반공주의 웅변대회에서 진행을 맡으며 "반공은 대한민국의 기본 가치" "제가 알기로는 반공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통합진보당 밖에 없다"라고 발언한 사실이 2015년 <미디어오늘>에 의해 보도되며 논란을 낳기도 했다.
그는 19일 오후 서울 ASSA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대한민국의 보석을 찾다! 국민인재 토크 콘서트'의 9번째 마지막 인재로 무대에 올랐다. 사전에 준비한 소개 영상에서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연결이 필요하다. 위와 아래, 세대, 지역과 남녀, 때로는 좌와 우, 언젠가 남과 북을 연결해야 한다"라며 "지혜롭게 겸손하게 그러나 원칙있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무대 위에서 그는 "80년대 세계관으로 21세기 도약에 알박기하고 있는 정치인들이 너무나 많다. 반대하는 건 잘하는데 생산하는 것에는 매우 취약하다"라고 야권을 비판했다. 또한 "현재 정부여당이 잘못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라며 "방향과 정책은 옳지만 태도나 방식이나 소통에서 고쳐야 될 것들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바른소리를 싸가지 있게 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역할을 해보고 싶다"라는 이야기였다. 본인이 살고 있는 서울 구로에 출마할 뜻도 밝혔다.
YTN기자협회 "직무윤리 준칙 위반... 균형? 소가 웃을 일"
YTN기자협회는 지난 12일 "<뉴스라이브>를 진행하던 호준석 앵커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사의를 밝혔다"라며 "지난 주말 뉴스 진행을 마친 뒤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어제(11일) 사직원 제출, 일주일 휴가 뒤 18일자 퇴사라고 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호 앵커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정치적 신념 등을 지적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분명한 건 'YTN 윤리강령' 위반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직무윤리 준칙을 규정한 제2장에는 정치적 활동을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라며 "YTN에 근무하는 동안 정당 활동을 하지 않는 건 물론이고, '퇴사 후 6개월 이내에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라는 지적이었다.
이들은 "일반적 뉴스 소비자들의 상식과 YTN 내부 윤리강령 따위는 그냥 무시해도 된다는 발상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특히 "공교롭게도 최근 <뉴스라이브> 코너인 '라이브 앵글'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이슈 중심에 선 인사들이 줄줄이 출연했다. 모두 호 앵커가 진행했다"라며 "당장 내일부터는 본인과 특정 정당의 승리를 위해 뛰어다닐 호 앵커가 기계적 균형이라도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한다면 진짜 소가 웃을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YTN기자협회는 "출마에 대한 판단이 이미 그 전에 내려졌거나 물밑에서 출마 영입에 대한 논의가 이미 상당기간 전부터 있었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여든 야든, 지역구든 비례대표든 어떤 선택이든 관심 밖이다. 비판 지점이 달라질 이유도 없다"라며 "홍상표, 윤두현, 안귀령, 이기정씨에 이은 또 하나의 폴리널리스트 직행, 언제까지 부끄러움은 남겨진 동료들의 몫이어야 하나"라는 비판이었다.
이들은 "지난 9일까지 호 앵커가 진행했던 뉴스들은 이제 YTN 동료들에게는 '흑역사'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라며 "일생의 절반, 30년 가까이 다닌 YTN에서, 호 앵커가 동료들에게 남긴 건 무엇인가? 낯 뜨거운 동료들과 후배들에겐 뭐라 할 것인가?"라고 성명을 마쳤다.
"90% 이상 공적인 동기... 국가에 기여해서 만회하겠다"
호 앵커 역시 이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나름의 해명을 내어 놓았다. 이날 그는 "저도 제가 신뢰하는 언론인이 어느날 어느 당에 입당했다라는 소식을 듣는다면 실망하는 분들이 당연히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십분 이해를 하고, 또 송구스럽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당신이 언론인으로 쌓은 신뢰 자본을 당신 스스로를 위해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 "사람의 행동에는 공적인 동기와 사적인 동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결정의 90% 이상은 공적인 동기에서 비롯되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결국 네가 정치하려고 그동안 곡필했던 것 아니냐? 불공정하게 방송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을 향해서도 "제 언론인으로서의 양심에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송구하다"라며 "국가를 위해서 기여하는 것으로 만회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TV조선의 '뉴스 9'을 진행해 온 신동욱 앵커 역시 최근 회사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오는 12월 중순께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그는 이달 초부터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신 앵커 역시 차기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