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태어난 신생아는 17만 명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은 내년 우리나라 합계출생률을 0.68명으로 내다봤고, 2025년에는 0.65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외신에서는 한국이 소멸하고 있다는 기사가 연이어 보도되고 있고, EBS 다큐멘터리 '인구대기획 초저출생'에 출연한 미국의 한 교수는 한국의 출생률을 보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기겁했다.
초저출생 시대에 조카가 생겼다. 내년 3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주변에 임신한 친구도 둘이나 생겼다. 선물해줄 아기와 산모 용품을 고르다가 뜻밖의 공통적인 고민을 듣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출산을 앞둔 세 명은 한창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산후조리원은 필수가 아니지만 산모 10명 중 8명이 이용한다. 사실상 필수인 셈이다. 산모에게 산후조리원은 출산 후 필수 코스가 됐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가격이다. 산후조리원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이다. 2주 지내는 산후조리원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강남의 한 산후조리원은 3800만 원이다. 하루에 약 270만 원인 셈이다. 웬만한 고급호텔의 하룻밤보다도 비싸다.
한 친구가 알아본 곳도 700만 원대였다. 반면 2021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세전 563만원이었으며, 중소기업은 266만원이었다. 중소기업 근로자는 세달 치 월급을, 대기업 근로자도 한달 반의 월급을 납부해야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가 산후조리원에서 케어를 받으며 머물 수 있다.
부부가 값비싼 산후조리원의 비용을 내야 하는 이유는 산후조리원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 비용은 온전히 부부의 몫이다. 산모 10명 중 8명이 이용할 정도로 높은 이용률을 보이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이나 가이드 라인이 없으니 부르는 게 값이 된다.
아이 낳기 전에 비용 걱정부터... 이게 '현실'
물론 공공산후조리원이 있긴 하다. 공공산후조리원의 가격은 민간 산후조리원의 평균 이용료인 350만 원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최근 서대문구에 개원한 공공산후조리원 가격은 250만 원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공공산후조리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에 공공산후조리원은 송파구와 서대문구 2곳뿐이다. 지난달 서대문구 공공산후조리원이 개원하기 전만 해도 서울에는 송파구 한 곳 뿐이었다. 전국으로 넓혀봐도 공공산후조리원은 19개에 불과하다. 그렇다 보니 예약 경쟁률이 매우 높다. 이미 내년 초까지의 예약이 모두 꽉 차 있다. 결국 공공산후조리원을 예약하지 못한 부부는 민간 산후조리원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2006년부터 저출생 대책에 사용된 국가 예산은 380조에 달한다. 매년 약 20조의 예산을 사용한 셈이지만 그 결과는 전 세계 최저 출생국가가 됐다.
초저출생 시대, 아이가 태어나는 것만으로 축하받아야 마땅하지만 부모들은 어느 산후조리원에 맡겨야 할지 고민한다. 비싼 곳은 부담스럽다가도 혹 저렴한 곳으로 갔다가 아이나 산모를 위한 환경이 부실하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아이의 탄생을 기뻐하기도 전에 비용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이 출산을 앞둔 부모가 해야 할 일일까?
전 세계 최저 출생률에 기성세대는 왜 요즘 젊은이들은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묻는다. 세 달치 월급을 내야 아내와 아이를 산후조리원에 맡길 수 있는 사회에 누가 아이를 낳겠냐고 반문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성윤씨는 전 미래당 서울시당 대표로, '정치권 세대교체'와 청년의 목소리가 의회에 좀 더 반영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2016년 12월 청년정당 미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7년에는 만 23살의 나이로 1기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