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은평구 주민의 따뜻한 선행이 우리 사회에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1월 올겨울 첫 한파특보가 내려진 날, 길을 잃고 헤매다 쓰러진 노인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주고 보살펴준 이야기가 화제가 되면서다.
선행의 주인공은 은평구 신사 2동에 사는 주민 김선씨다. 그는 바쁜 출근길에서도 얇은 옷을 입고 거리를 헤매던 노인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달려가 춥지 않게 자신의 옷을 입혀 온기를 전했다. 경찰이 올 때까지 20여 분간 노인을 돌보다 홀연히 사라졌다.
구청과 경찰은 김선씨의 선행이 멀리까지 전해질 수 있도록 표창장을 수여했다. 그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인터넷상에선 "선행으로 힘든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서기 힘든 일을 하신 김선씨가 대단하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추운 겨울에 따뜻함을 전해준 김선씨를 만나 그날의 상황과 소감을 들어보았다.
"귀한 일 할 수 있게 허락한 것도 은혜"
-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 주시겠어요?
"제가 신사 2동에서 안국역까지 출퇴근을 하는데요. 날이 춥다 보니 버스를 타고 이동하려고 녹번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어요. 버스를 기다리다 우연히 옆을 돌아봤는데 갑자기 여름에 입을 법한 얇은 긴팔에 파자마 바지를 입은 어르신이 비틀비틀 걸으시다가 쓰러지는 걸 목격하게 됐어요.
'왜 저러시지?'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르신이 쓰러지셨다는 생각에 달려갔어요. 그랬더니 몸을 떨고 계시더라고요. 잽싸게 제 옷을 벗어서 입혀드리고 몸을 따뜻하게 하려고 했어요. 어르신이 춥지 않도록 몸을 밀착시켜서 얼른 자녀들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올 수 있도록 하려고 했는데 어르신께선 모르신다는 말만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경찰에 신고했더니 금방 오겠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 주변에 다른 분들은 도와주려 하지 않던가요?
"아무래도 출근길이니까 사람들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어떤 분은 자신의 손에 있던 핫팩을 전해줬고, 어떤 분은 따뜻한 음료를 전해주시기도 했어요. 고마웠어요. 아무래도 따뜻한 것들을 계속 드리니까 몸이 좀 따뜻해지시는 게 저에게도 전해졌어요."
- 경찰이 오고 어르신을 인계해 드리고 선 마음을 좀 놓으셨겠어요.
"그래도 걱정이 되긴 했었어요. 어르신이 쓰러지셔서 기억을 못 하시는 게 아닐까 했어요. 그래서 버스 타고 다시 출근하던 길에 어르신이 괜찮아지길 기도하면서 갔어요."
- 주변에 시선을 돌리기 어려운 시대이기도 하다 보니 선행을 베풀기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한데요. 어떻게 선뜻 나설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어려서부터 제 어머님이 베푸는 모습을 보고 커왔어요. 어릴 적에 은평구 진관외동에 살았는데, 어머니가 집 앞에 배고파하는 사람을 보면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서 드렸어요. 그때부터 몸으로 배워온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자녀에게도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도와야 한다고 항상 말하고 있고, 지금 저희 집에선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당연한 일이에요.
또 전 기독교 신앙인이에요. 신앙을 통해 귀한 말씀을 배우게 된다면 살면서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나님 앞에 배운 말씀대로 우리가 살고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외면하지 말고 나서서 도우려고 해요. 돕고 나면 기쁜 마음도 들거든요. 제가 이번처럼 귀한 일을 할 수 있게 허락한 것도 은혜라고 생각해요."
- 요즘 날이 정말 춥잖아요. 또 살기도 점점 어려워지는 시기인데 지역 주민들에게 따뜻한 말씀을 주신다면?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그 사람 생명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다른 생각 말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그 기회가 나에게 왔다고 생각을 하고 선한 행동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때 누군가를 돕는다면 그 선한 영향력이 계속해서 퍼져나갈 거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우리 주변의 많은 이웃들이 서로 도울 수 있는 은평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