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 저녁 7시 소극장 다리(홍대입구역 근처) 에서는 사단법인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윤정모)에서 <작가와 실천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시국 문학의 밤이 개최된다.
오늘의 문학 현장을 돌아보고 문학인들의 소명과 책무를 되새기는 문학의 밤이며, 작가회의 초창기에 저항운동으로서 추진되었던 <민족 문학의 밤>을 되살리는 뜻 또한 있다.
이는 윤석열 정권에서 벌어지는 대책 없는 굴욕외교와 수많은 대형 참사, 그리고 문학예술계의 비판적 기능을 위축시키는 형태의 무자비한 정책과 인사 과정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하기 위한 작가회의 소속 젊은 문인들의 고민에서 만들어지게 된 행사다.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첫 번째 시국 문학의 밤으로 시민과 동료 문인들의 참여를 요청하는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다들 한 해 잘 마무리하고 계신지요?
최근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적 상황은 '나쁘다'는 말로 요약됩니다. 우리 모두가 지키고자 애쓰던 인간의 가치와 존엄, 삶의 바탕이 모든 부분에서 무너져 내리면서 우리의 오늘과 미래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국민 대다수의 반대와 저항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근원인 바다를 여전히 오염시키고 있으며, 정부는 이에 대한 최소한의 의사 표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투기를 묵인하고 오히려 이를 방조하고 있습니다.
오염수 문제뿐만 아니라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등에서 볼 수 있듯, 국민의 안전보다는 정부의 안위를 지키는 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분야 또한 말이 아닙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실행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은 인사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물론, 정권에 비판적인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정책을 삭감하거나 폐지하는 형식으로 예술의 현실 비판적 기능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50년 전, 선배 작가들이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기 위해 모였듯이 문학인들의 소명과 책무를 되새기고 화합과 단합을 위한 문학의 밤을 개최하고자 합니다. 옥중시 낭독도 없고, 집단 단식도 없지만, "우리에게는 감옥으로 가는 자유만 남아 있다"는 오래 전 선언의 문구가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시국입니다.
시간과 장소, 상황이 다를지라도, 생명을 소중히 지키고 약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모두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 그리고 부당한 폭력에 맞서고 역사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올곧은 정신은 한결같다고 믿습니다. 그것이 여전히 우리가 글을 쓰는 힘이며 원동력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러한 저항과 연대의 목소리를 여러 작가들, 시민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공연 1부에서는 올해 '범도'로 화제를 모았던 방현석 소설가와 김대현 평론가, 송지현 소설가의 책담회가 2부에서는 전국의 젊은 문인들의 목소리를 3부에서는 문학과 현장이라는 이름으로 문학이 현장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할 예정이다.
출연진은 신철규, 김대현, 방현석, 송지현, 이병국, 백애송, 신준영, 임성용, 정우신, 송경동, 김사이, 안현미, 이동우, 이은규, 최진석, 정은경, 오창은, 신현수, 유현아, 이종민, 정미주, 오성인 등이며 음악인 트루베르가 함께한다. 공연은 무료로 진행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