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프라하 도심에 있는 카렐대에서 21일(현지시각)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총격범은 24세 남성으로 카렐대 학생이며, 역사와 유럽학 학사학위를 받고 석사 과정에서 폴란드 역사를 공부하던 다비트 코자크라고 AP통신, 미국 CNN, 영국 BBC 등이 보도했다.
이번 총격은 프라하의 대표적 명소인 카를교에서 도보로 불과 몇 분 거리의 얀 팔라흐 광장에 있는 카렐대 철학부에서 발생했다. 프라하에서 가장 번화한 관광지인 데다가 크리스마스 마켓까지 열려 더욱 사람들이 붐볐다.
총격범, 평소에 "사람 죽이고 싶다"... 아버지도 살해
목격자들은 총격범이 학교 건물 안에서 총기를 난사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생들은 책상과 의자 등 가구를 문 쪽에 쌓아 바리케이드를 치거나, 건물 외벽에 매달리는 등 필사적으로 몸을 숨겼다.
마르틴 본드라체크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14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쳤다"라면서 "생명이 위독한 부상자도 있어 희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총격범도 끔찍한 부상으로 사망했다"라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인지 경찰과 총격을 주고받다가 총에 맞아 사망했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55세인 코자크의 아버지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총격범이 아버지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자택을 수색한 결과, 그가 지난 15일 프라하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 한 남성과 그의 생후 2개월 딸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코자크는 자신의 일기를 쓰는 소셜미디어 텔레그램 채널에 "학교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나도 자살하고 싶다"라며 "언제나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나는 언젠가 미치광이가 될 것 같다"라고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9년 자신이 졸업한 학교를 공격해 9명을 살해한 일나스 갈랴비예프(당시 19세)를 찬양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비트 라쿠산 체코 내무장관은 "수사 당국은 총격범이 극단주의 이데올로기나 단체와 연관된 것으로 의심하지는 않고 있다"라며 "국제 테러리즘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도 없다"라고 밝혔다.
총격범은 정식으로 허가받은 여러 자루의 총기와 대량의 탄약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CNN은 "체코는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 비해 비교적 총기 소지가 자유롭지만 총기 사건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라며 "총기 면허를 취득하려면 건강 검진과 무기 숙련도 시험을 필수로 받아야 하지만 범죄 기록은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체코에서는 30만 명 이상이 총기를 소유할 수 있는 법적 허가를 받았고, 작년 기준으로 체코 정부에 등록된 총기는 100만 정에 달한다"라고 덧붙였다.
체코 최악의 총기 참사... 국가 '애도의 날' 선포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 사건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보후슬라프 스보보다 프라하 시장은 "우리는 항상 이런 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심했으나, 불행히도 세상은 변하고 있고 개인 총격범은 이곳에서도 생겨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2015년 한 남성이 체코 남동부 우헤르스키 브로트에서 총격으로 8명을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최악의 총기 참사로 기록됐고, 체코 정부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성명을 통해 "우리 모두가 이 끔찍한 사건에 충격을 받았다"라며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우리 사회 전체가 느끼는 고통과 슬픔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토요일은 국가 애도의 날이며 정오에 1분간 묵념을 하고, 모든 공공건물에 조기가 게양될 것이라고 전했다.
1348년 설립된 카렐대는 유럽에서 오래된 대학 중 한 곳이다. 카렐대도 성명을 내고 "우리 대학 구성원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모든 유족에게 조의를 보낸다"라며 "이 사건으로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