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독서를 잘하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 가끔 책을 주문한다. 그것도 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쿠팡에서 주문한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하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책을 주문해서 아들도 주고 나 보고도 읽으라고 한다. 이번에 주문한 책은 제목을 보는 순간 읽어보고 싶었다. 책은 제목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 본다.
남편이 11월에 거의 한 달 감기로 고생하더니 마음이 약해진 듯하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우연히 책 제목을 보고 메모했다가 쿠팡에서 검색해서 주문했다고 한다. 지금 100세 시대니, 120세 시대니 하지만, 주변에서 보면 많은 분이 요양원에서 보내다가 죽음을 맞이하시는 분들이 여전히 많다.
일흔 살인 남편이 남은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자연스럽다. 60대 중반인 나도 남은 인생을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한다. 남편이 책은 사놓고 읽기를 며칠 미루더니 나보고 먼저 읽어보라고 했다. 얼씨구나 하고 책장을 넘겼다.
이 책은 작가가 세상 사람들의 삶의 끝에서 쓴 유서와 죽음의 고비 이후 쓴 회고담 200여 편을 상황별 60가지 장면을 엄선해 소개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코앞까지 경험하고 다시 삶으로 돌아온 이들은 '삶의 끝을 앞두면 모든 불행은 도토리가 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준다. 아무리 큰 불행도 죽음에 비하면 작고 사소하다.
가령 내가 오늘 밤 12시에 생명을 다한다고 상상해 보자. 순간 절망과 미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곁에 있는 사람은 더 사랑하게 되고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게 된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현명해진 것이다.
삶의 끝에서 가장 후회한 것들
호주의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호주의 호스피스 병원에서 수년 동안 일하면서 환자들에게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었는데, 많은 사람이 비슷한 후회를 했다고 한다.
첫째, 자기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않은 걸 후회한다.
둘째, 사람들은 일을 너무 열심히 한 것을 후회한다.
셋째, 삶의 끝에서 사람들은 검정을 표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넷째, 전형적인 후회는 친구 문제다. 많은 환자들이 친구들과 연락을 끊은 걸 후회한다.
다섯째, 행복을 적극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늙거나 병든 내가 무엇을 후회할까 상상해 보자. 나는 남을 기쁘게 하려고 살지 않았나? 내 감정을 억누르며 인생을 허비하고 있지 않은가? 친구의 가치를 잊은 건 아닐까? 내 행복에 무관심하거나 무지한 것은 아닐까? 자문자답할 거리는 아주 많다.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할 때 '삶의 끝'을 떠올려보라
사람마다 기간은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을 산다고 할 수 있다.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으니까. 어떤 사람은 건강하게 100세를 사는 분도 있지만, 20대나 30대에 세상을 떠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마지막에 대부분 감사와 행복함을 남긴다고 한다.
유명한 철학자인 칸트는 병상에 누워 서서히 쇠약해지던 날 '좋다'라고 말한 뒤 숨졌다고 한다. 미국의 발명가 토머스 에디슨은 오랜 잠에 빠져 있던 그가 눈을 뜨고 '저기는 참 아름답군.'하고 행복한 유언을 남겼다. 미국의 기업가 스티브 잡스도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 '오, 와우. 오, 와우. 오, 와우' 천천히 세 번 반복했다.(본문 48~50 페이지 발췌)
삶의 끝에 선 사람들은 가족을 안심시키려 다양한 말을 한다. '사랑한다'라고 고백하거나 '고마웠다'라고 말한다. 그것은 남은 가족의 마음을 편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돌아가셔도,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나도 남은 가족들은 늘 그리워하며 슬퍼하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모습이 평화롭고 행복해 보이면 그만큼 슬픔도 덜할 거라고 생각한다.
지난 2월 말에 친정엄마가 세상을 떠나셨다. 천식으로 입원하여 원인을 밝히려고 기관지 내시경을 받으시다가 심정지가 왔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시면서 우리에게 한 마디 유언도 못 하셨다. 그저 마지막 모습이 평온하셨기에 그 모습을 기억한다. 평소에도 '우리 딸 사랑해. 고마워.' 소리를 많이 하셨기 때문에 마지막에도 말씀은 못하셨지만 '사랑해. 고마웠다.'라고 말씀하셨을 것이다.
이 책에는 많은 죽음이 나온다. 그리고 가족에게 전하는 많은 유언과 편지가 들어있다. 삶의 끝에 도달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가족의 마음을 편하게 할지 거듭 궁리하다가 까다롭게 고른 가장 고운 말 한마디를 가족에게 전한다. 말과 마음이 차갑고 딱딱하던 사람도 최후에는 그렇게 달라진다. 그래서 사람은 죽기 직전에 가장 따뜻하고 가장 부드럽다고 한다. 우리도 내일 숨을 거두리라 생각하면 더 따뜻해지고 더 부드러워질 거다. 이제부터라도 옆에 있는 가족을 늘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작가는 '나만 불행하다고 생각될 때 삶의 끝을 떠올려보라. 눈 깜짝할 사이에 현명해진다.'라고 말한다. 인생을 누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가까운 이들을 더 소중히 여기고 더 사랑하며 행복한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제부터 시한부 인생을 산다고 생각하며 매일매일의 삶을 소중하게 여겨야겠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가슴이 뭉클함을 느낀다. 언젠가는 세상을 떠나겠지만, 가족에게 맑은 정신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고 싶어졌다. 교통사고로 숨진 영국 왕세자비도 구조대원에게 "오,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라고 말하며 숨을 거뒀다고 한다. 많은 죽음 중에 사고로 갑자기 가족을 잃는 것이 가장 슬플 것 같다.
유명한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든 후회가 전혀 없는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리석지 않거나 죄가 없거나 게으르지 않은 사람도 세상에 없다. 약물 중독이든 도박 중독이든 한 발이라도 빠져나가기만 하면 새 삶이 시작된다. 더 좋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만 한다면 운명이 따뜻하게 맞아줄 것이다.
이 책은 죽음이 대한 책이지만 무거운 책은 아니다. 마이클 잭슨도, 버지니아울프도, 도스토옙스키도, 마리 앙투아네트도 죽음 직전에 참 편했다. 그렇다고 죽음을 미화한 책도 아니다. 가장 이상적인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정히 인사하고 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바라는 일이다. 물론 나의 소망이기도 하다.
내일 죽을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워라.
-p.244
일을 미루는 건 시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무한하다고 생각해서다. 오늘 그 일을 못 하면 내일이나 내년에 하면 된다고 막연히 생각한다. 인생은 방학처럼 짧아 숙제를 다 못하고 삶을 끝내는 일이 흔하다.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내 감정을 전하며 후회 없는 인생을 살아 보리라 다짐해 본다.
내일이 아닌 오늘이 행복한 삶을 위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