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을 건너온 크리스마스선물
어제 외출 후 귀가하면서 현관을 지나는데 주황색 봉투가 출입문 앞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거실에서 그 봉투를 열자 미국 버지니아 주 애난델리에 거주하는 제자 찰스 리가 보낸 크리스마스카드와 미주에서 발간한 한국신문 기사 스크랩들이었다. 카드 속지에 적힌 인사말이다.
오늘 박 선생님 댁으로 크리스마스카드와 그동안 모아둔 신문 스크랩을 택배로 보냅니다. 담당자 말이 요즘 연말이기에 2ㅡ3주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합니다.
제 생각에 박 선생님께 도움이 되실만한 신문 기사들을 보내드렸으니 글 쓰실 때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내내 몸 건강하시고 즐겁고 보람된 새해를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미국 버지니아에서 제자 이종호 올림.
그는 1979학년도 이대부고 1-3반 교실에서 만난 제자로 이후 40여 년 째 서로 안부를 주고받으면서 때때로 반갑게 만나면 악수만으로는 부족하여 어느 새 포옹하는 사이다.
작가는 '아는 만큼 쓰기 마련'이다. 그동안 내가 쓴 장편소설 가운데 <용서> <전쟁과 사랑>에서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미국 이민생활은 그가 들려준 얘기, 그가 제공한 자료와 그리고 탈고 후 그의 감수로 세상에서 빛을 봤다. 그런 탓인지 재미 동포들도 마치 자기네가 겪은, 마치 이웃에 사는 동포들 얘기라고 찬사를 보내온 바, 그 모두가 그 제자 덕분이었다.
이즈음 나는 침울하게 연말을 보내고 있다. 이제 곧 80대로 접어들기에 신체의 각 기능이 점차로 쇠약해지고 있다. 그러자 활기찬 생활에서 스멀스멀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기는 오늘까지 큰병 한 번 치르지 않고, 이만큼의 건강한 몸과 정신을 유지케 해주신 하늘에 감사할 일이다.
이종호 선생!!!
자네가 보내주신 크리스마스카드, 그리고 자료가 든 봉투 잘 받았네. 적당한 때 글감으로 쓰겠네. 감사! 감사! 감사!
내년 크리스마스 때는 자네가 보내준 자료가 들어간 작품집을 자네 집으로 우송토록 노력할게. 보고 싶네 내 사진 한 컷 보내 드리네. 아직은 여전하지. 고국에서 옛 훈장 박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