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을 무조건 막아야한다고 생각해서 왔다." - 김 순경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과거 무고한 경찰에게 살인 혐의를 씌워 기소했던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되면서, 인사청문회의 주요 쟁점이 됐다. 김홍일 후보자는 소위 '김 순경 사건'의 주임 검사였으나, 이후 어떠한 징계 조치도 받지 않았다. 김 순경을 포함한 피해자들은 그에게 공직자의 자격이 없다고 직접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김 순경 살인 누명 사건은 지난 1992년 발생했다. 연인과 서울의 한 여관에서 투숙하던 김 순경은 연인의 살인범으로 몰리게 됐다. 처음 혐의를 인정했던 김 순경은 이후 경찰 측의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 자백이었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검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를 살인죄로 기소했다.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으나, 뒤늦게 진범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이 사건은 영화 <마더>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사회적 충격을 주었는데, 당시 주임검사가 바로 김홍일 후보자였던 사실이 <한겨레>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김 후보자는 사실은 인정하고 유감을 표했지만, 야당은 공직자 자격이 없다며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홍일,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누명을 씌운 검사"
27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검사, 유능한 검사로 청문회 전부터 포장되어 왔다"라며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인사청문요청서에서 말한 유능한 검사였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김홍일 후보자가 과거 김 순경에 대한 살인누명을 씌운 검사였다는 사실"이라는 것.
이들은 "청문회 전 김홍일 후보자는 '늘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지만 진실된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무고한 청년 경찰관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고 책임지지 않은 검사 김홍일은 방송통신위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청문회를 지켜보던 이른바 '김순경 살인 누명 사건'의 피해자 김 순경의 가족은 김홍일 후보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30년 전부터 겪어온 억울함을 참을 수 없었다"라며 "당시 김 순경은 수사기관이 바뀔 때마다 자백을 번복하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간청했지만, 그가 만날 수 있던 검사는 정의감 넘치는 유능한 검사가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홍일 검사는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그는 검사장까지 승진하더니 권익위원장을 거쳐, 이제 다시 방통위원장이 되고자 한다"라며 "김홍일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이 되는 것은 공정과 상식, 그리고 정의와 거리가 먼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당시 피해자인 김 순경씨와 그 가족이 오늘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할 수 있다는 연락이 있었다"라며 "그러나 정부여당은 사건의 당사자가 국회 출석을 의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청문회 출석 기회를 거부했다. 증인이 안 된다면 참고인으로 하면 됨에도 동의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무조건 임명, 김홍일 후보자를 통한 검찰의 방통위 장악 시도를 다시한번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의혹이었다. 이들은 "자격 없고 능력 없는 김홍일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마지막으로 촉구한다"라고 날을 세웠다.
"평생 사과 한마디라도 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없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김 순경의 누나는 "저희가 30년 만에 섰다. 관련자들은 다 처벌 받았는데 유일하게 김홍일 검사만 성공가도를 걷고 있다"라며 "저희가 막아보려고 나왔다. 사과도 없고, 처벌도 없고, 그때 수사도 제대로 한 바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유를 "아버지 한을 풀어드리자, 김홍일을 대면해서 어떻게든 사과를 받자"라고 설명하며 "(김 후보자가) 또 방송에 나오니까 악몽을 꿨다.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호소했다.
김 순경 본인 역시 "진범이 잡히면서 검사실에서 김홍일이 불렀다. '당신 동료들이 잘못해서 당신이 이렇게 된 것 같다' 거기서 끝이었다"라며 "수사를 못하는 검사가 거기에 있다고 쳐도, 범인이 잡혔으면 인격적으로 대우를 해줘야하는데, 김홍일은 인격도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평생 사과 한마디라도 할 줄 알았는데, 끝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라며 "30년이 넘었지만 저 사람은 막아야겠다. 저 사람은 정치해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고도 읍소했다.
김홍일 후보자가 해당 사건과 관련한 사전 질의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고 서면 답변한 내용에 대해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김 순경은 "그거는 거짓말이다. 눈을 보면 안다"라며 "저한테 전화로라도 사과한 적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후 재개된 인사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은 돌아가며 김 순경 사건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김홍일 후보자는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그 당시 나름대로 열심히 수사했다"라고 해명했다. 수사관들의 수사 기록 등을 종합했을 때, 김 순경을 범인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를 여러차례 반복했다.
그러자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최소한 '그 당시 나는 나름대로 한다고 했지만, 어찌됐든 결과에 의해서,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한 번 더 의심하고, 한 번 더 피해자의 절규를 제대로 들었어야 했는데 내가 못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그 사람 앞에 가서 무릎이라도 꿇고 싶다' 그렇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타했다.
"최소한 '지금 이 자리에서라도 눈물로서 호소하고, 방법이 있다면 가르쳐주십시오, 그 분의 한을 풀어드릴 방법이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다'고 하셔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지적이었다. 그의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던 김 후보자는 "그런 심정"이라며 "그리 하겠다. 지금 말씀하신대로 하겠다"라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늘 가슴 아프고, 지금이라도 저 때문에 어려움을 당했던 일에 대해서 사죄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