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인 여권의 '메가서울' 공약을 둘러싼 난맥상이 경기도 구리시를 통해 드러났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3일 구리시청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본사 이전을 기존 계획대로 진행해달라'고 공문을 보냈다. 앞서 GH는 2년 전 결정한 본사 이전 계획이 구리가 서울로 편입될 경우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시청에 '명확한 공식 입장을 12월 13일까지 보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GH가 경기도 소속 공공기관인 만큼 구리가 서울이 되면 본사 이전 계획 자체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은 김포를 시작으로 경기도 일부 지역과 서울시를 하나로 합쳐 '메가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소속 백경현 구리시장은 11월 초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 편입 추진을 공식화했고, 당 뉴시티프로젝트 특별위원회는 조경태 위원장 대표발의로 12월 19일 구리와 서울을 하나로 합치는 '구리·서울 통합특별법(경기도와 서울특별시 간 관할구역 변경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서울 구리구에 경기주택공사 본사 유치?
그런데 '서울 구리구'에 '경기주택공사'가 들어갈 수 있을까? GH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구리가 서울로 편입되는 순간 '경기'주택도시공사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된다"며 사업을 전면 백지화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서울 편입이 확정되면 더 이상 절차를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GH는 4352억 원을 투입, 구리에 지하 3층~지상 19층 등 전체 면적 3만㎡ 규모의 사옥과 400여 명 수용가능한 기숙사를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구리시청의 회신은 당과 시장의 의사와 달리 경기도에 남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시 관계자는 "지금 (구리·서울 통합 특별법에 따른) 구체적인 행정 절차가 진행된 것은 아니라서 GH와 경기도와 업무협의를 체결한 내용에 따라 아직은 계획대로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구리시와 GH, 경기도가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특별법에 상관없이 GH 사옥 이전을 진행할지 말지에 관한) 경기도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아서 기다리는 중"이라고도 했다.
이 같은 엇박자는 '메가서울'의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데에서 비롯됐다. 구리의 서울 편입만 해도 구리 시민의 찬성은 물론 구리시의회와 서울시민, 서울시의회가 동의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시는 크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가 특별법을 처리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게다가 이 이슈를 주도했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사퇴하면서 메가서울은 더욱 동력을 잃은 분위기다.
구리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실 관계자는 "GH 본사가 이전하면 유치 당시 기준으로 연간 지방소득세 수입이 100억 원 이상 늘고, 연간 유동 인구 역시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며 "꼭 들어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당이 서울 편입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당장 GH 사옥 유치를 무른다면 지역 내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구리시로서는 서울 편입과 GH 본사, 두 가지 모두를 쥐고 싶은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