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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군은 이번 지방소멸 대응기금 사업에서 가장 높은 A등급으로 책정돼 210억 원의 기금을 확보했다. 함양을 발전시킬 수 있는 많은 예산을 확보한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만큼 소멸 위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년세대의 인구감소와 유출, 일자리 부족 등 함양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는 막막할 정도로 산적해 있다. 청년인구를 유입시키고 유출을 막는 것은 우열을 가릴 것 없이 시급한 문제다. 청년세대는 인구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세대다. 현재 함양군뿐만 아니라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청년세대를 유입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혹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인구 유치를 위해 힘쓰는 사태를 보며 지방을 찾아온 청년들이 힘든 일을 싫어하고 지원금만 밝힌다며 비판한다. 정말 청년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환경에서 청년들이 행복하게 정착할 수 있을까? 이에 본지는 이미 함양에서 살고 있는 청년의 삶 속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청년들이 함양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기자 말
 
 우당탕창작소 (왼쪽부터) 이정아 작가, 송인찬 작가, 이민경 작가, 전용 작가, 허진실 작가
우당탕창작소 (왼쪽부터) 이정아 작가, 송인찬 작가, 이민경 작가, 전용 작가, 허진실 작가 ⓒ 주간함양
 
우당탕창작소. 우당탕. 요란스럽게 뭔가 쓰러지는 소리인 이 단체의 이름은 청년과 제법 어울린다. 목표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쓰러져도 청년은 다시 일어나 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년예술가 역시 작품을 만들다가 완성하지 못하고 쓰러져도 그 과정 속에서 나다움을 찾아간다. 그래서 우당탕 넘어지는 그 과정 자체가 소중하기도 하다.

우당탕창작소는 용추아트밸리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로 만난 청년 작가들이 하나의 청년 예술 공동체가 되며 만든 단체다. 2022년 12월 서로의 창작물을 두고 나눴던 비평모임이 큰 동력이 돼 "꾸준히 해보자"는 마음에 시작했으며 한해를 시작하며 공통된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각자의 창작물을 만들어 연말에 전시를 하는 큰 틀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문화인프라 부족한 지역에서 예술가로 활동하려면 지치지 않고 꾸준히 구성원이 서로 도움을 주고 받거나 서로에게 자극이 되기도 하는 등, 창작공동체로써의 장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짧은 기간 진행된 우당탕창작소 첫 번째 전시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2일 함양문화원 1층 전시실에서 5일간의 짧은 전시를 마친 우당탕창작소. 이번 전시의 주제는 첫 전시인 만큼 '우당탕'으로 정하고 작품을 전시했다. 적당한 전시공간을 찾지 못한 채 부족한 준비기간으로 짧은 전시 일정을 계획할 수밖에 없었다고 작가들은 말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고 "색다르다", "아이디어가 좋다", "감성적이다" 등 좋은 평가를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목공예를 중심으로 조형 예술을 하는 전용 작가는 "사회구조의 틀 안에서 결국 사회에 필요한 구성품으로 살게 되지만 그 안에서 조화롭고 균형있게 살아가는 자아를 표현했다"며 철제프레임 안에 조화롭게 배치된 나무 의자 작품을 설명했다.

서각계 거장 삼림 송문영 선생의 아들이자 19년차 서각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송인찬 작가는 작품 '나도 (희)망한다. 너도 (희)망해라'를 두고 "서각이 가진 평면성과 입체성을 이용해 이중성을 부여했다. 정면에서 응시하면 망한다는 부정적인 뜻으로만 보이지만 작품을 지나치며 나타나는 글자들과 함께 읽으면 긍정적 의미로 탈바꿈하게 된다"며 직관적 형태를 벗어나고자 하는 그 과정과 이중성을 두고 사람이 살아가는 형태라고 말했다.

우당탕창작소의 대표이자 한국화를 중심으로 작가활동을 시작한 이정아 작가는 작품 '풍선 탄 코끼리'를 두고 "작은 소녀가 팔짱을 낀 채 풍선으로 떠있는 코끼리를 바라보고 있다. 코끼리를 풍선으로 띄운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소녀는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끼리는 풍선들로 떠있다. 거대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풍선을 매다는 일은 스스로도 의심스럽지만 그 모든 행동들이 모여 결국 코끼리를 띄워내고 내 목표를 이룰 것"이라며 작품 설명을 전했다.

함양문화원에 재직하며 입체미술 작가활동을 해온 이민경 작가는 "우당탕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떠올렸던 감정은 정반대되는 고요함이었다"며 "정신없이 우당탕 살아가는 일상을 보내면서 나는 쉴 공간을 원하고 있었다. 그림으로 이 감정을 전달하고 싶다"며 작품 '토요일 오후'를 설명했다.

모랑팔레트 등 다양한 곳에서 미술강사로 일하고 있는 허진실 작가는 "나는 늘 아이들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 나의 작업 영역 안에 아이들이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라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사계를 색으로 표현하며 그 안에 아이들의 감각이 남아있는 요정을 배치했다"며 사계절 작품을 설명했다.

함양에서 예술가로 활동한다는 건

함양이 예술을 하기에 적합한 공간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예술적 트렌드를 따라가긴 어렵다는 건 사실이다. 자신만의 것이 확립되지 않은 청년예술가들은 다양한 자극과 예술적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결핍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민경 작가는 "그런 결핍이 있어서 함께 서울로 미술전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엄청 다양한 전시관을 둘러봤는데 예술가들이 다 함께 전시를 관람하니 실제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양은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기반과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쉽게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아 작가는 "도시에서 활동을 했다면 예술 창작을 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이도 저도 아니면 끼지 못하는 도시와 다르게 함양은 주목 받기 쉽다. 그래서 우당탕창작소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이 주목을 발판삼아 다양한 도전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함양이라 할 수 없는 것도 많다. 송인찬 작가는 "함양은 청년 예술가가 성장하기 힘들다. 경험이 없고 실력이 부족해서 안된다는 이야기를 제일 많이 듣는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험과 실력을 쌓을 무대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만한 용기다. 매년 하는 전시에 청년들의 도전과 시도가 밀린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청년예술가를 향한 기성예술가들의 도움을 호소했다.

이어 전용 작가도 "작가들은 사실 알고 보면 관종이다. 대중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도 없으며 그 시선을 갈구하기 때문이다"라면서 전시공간의 필요성을 말했다. 이어 "젊은 사람들이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전에 청년예술가가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기성예술가들의 지원이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용 작가는 "함양 지역 내 다양한 청년문화예술인을 품을 수 있는 단체로 성장시키고 싶다. 타 지역에서도 문의가 들어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양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예술가 단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함양의 숨은 청년작가들의 가입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민경 작가는 요즘 말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말하며 "일도 육아도 가사도 힘들었지만 중요한 건 결국 꺾이지 않고 그냥 했던 나 자신이었다"며 "앞으로도 전공인 미술을 살려서 묵묵히 그냥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송인찬 작가는 "문화예술활동을 다양하게 기획해보고 싶다. 마을 단위에 찾아가는 미술 봉사 프로그램도 여유가 되면 해보고싶다"고 말했다.

허진실 작가는 "꾸준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도시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함양에서 마련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우당탕창작소는 청년예술가들이 우당탕 작품활동을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개인의 예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가고자하는 소망이 담겨진 이름이다. 이들이 원하는 건 지속가능한 창작 배경이다. 지금은 청년예술가들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우당탕창작소가 더 성장한다면 앞으로 새로운 청년예술가의 도전이 훨씬 편해질 것이다. 예술로 가득한 함양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


#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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