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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은·박지애 사장이 ‘생선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은·박지애 사장이 ‘생선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무한정보> 최효진
 
폭설이 내리는 날, 이른 시간에도 하루를 준비하는 충남 예산상설시장 안 상가들이 분주하다. 먹거리 상가가 많아서인지 아니면 상가의 주인인 청년이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분주함 속에서도 희망이 짙게 피어오른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예산군 그리고 예산시장상인회가 의기투합해 예산시장의 변화를 가져온 지도 1년이 다 된다. 

현재 예산군에서 파악한 예상시장 상가수는 2층까지 포함해 100개다. 예산시장이 수년 전만 해도 55개 전후로 상가가 유지됐지만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 뒤, 86개로 늘었다. 그중 더본이 개업한 상가는 32곳. 32곳 중 25곳이 40살이 채 되지 않는 젊은이들이 상가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시장의 중심이 돼가고 있다.

청년들이 주인인 상가 중 '생선가게' 이정은(40)·박지애(36)씨를 만났다.  천안 모임에서 만난 둘은 이불장사를 하던 박씨의 매장에 이씨가 자주 찾아오면서 둘도 없는 '친구', 아니 '자매'가 됐다. 2년 동안 여행도 다니면서 절친한 사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박씨의 가게가 장사가 안돼 어려움을 겪었다. 고민하던 이씨가 "나랑 같이 장사 한번 해볼래?"라고 제안했다. 이씨는 일반 회사에 다니고 있었지만, (고향의 부모님처럼) 언제가 장사에 뛰어들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얼마 뒤, 박씨의 고향인 예산에서 백종원 대표가 예산시장에 터를 잡고 예산시장 살리기에 매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친구는 1월 예산시장을 찾았고, 나름 승부를 걸만하다 싶었다. 하지만 그 당시 상가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게 기다리다 더본 측에서 업주를 공모한다는 홍보를 보고 입점하게 됐다.

지금은 공모에 선정돼 웃으며 돌아보는 추억이 됐지만, 당시를 회상하면 아찔하다. 

"공고가 올라 온 뒤, 일주일 만에 예산의 더본을 찾아갔다. 그런데 벌써 마감됐다고 하더라. 너무 허탈해서 원서를 달라고 한 뒤, 둘이 한참 원서를 붙잡고 서 있었다"

예산시장이나 구경하자는 마음으로 돌아다니는데 연락이 왔다. 얼른 원서 들고 오라는 전화였다. 두 사람은 "정말 둘이 너무너무 서럽게 울었다. 너무 간절했으니까. 정말 '나라를 되찾은 것'처럼 울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그 자리에서 원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그리고 면접을 보고 최종 합격을 했다.
 
 생선가게에서 파는 갈치구이와 갈치조림. 갈치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갈치조림이 제법 매운데도 자꾸 숟가락이 간다.
생선가게에서 파는 갈치구이와 갈치조림. 갈치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갈치조림이 제법 매운데도 자꾸 숟가락이 간다. ⓒ <무한정보> 최효진

더본의 공모를 통해 된 청년상가도 존재하고, 기존에 주인이었던 사장의 자녀들이 새롭게 업종을 바꿔 터를 잡고 일하는 경우도 있다. 또 상가를 내놓는 기존 업주들이 생기면서, 전보다 젊은 사장이 늘어났다. 그렇게 예산시장도 젊게 바뀌고 있다.

두 청년 사업가는 '생선가게'를 개업했다. 말 그대로 상호가 '생선가게'다. 갈치를 취급하는 계절에만 '제주 은갈치'라는 간판으로 운영하고, 다른 계절에는 계절에 맞는 생선을 취급하려고 기획했다. 간판이 자석으로 돼 있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 다른 간판을 써보지도 못했다. 사람들이 갈치구이와 갈치조림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란다. 박씨는 "갈치가 생각보다 단가가 높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갈치를 찾으니 어쩔 수 없이 계속하고 있다"며 웃는다.

갈치 맛을 보니 상당히 맛있다. 구이는 짭조름하니 간이 잘 배어 있다. 특히 큰 갈치를 사용하다 보니 살이 도톰하고, 촉촉하다. 갈치조림도 맛있다. 그런데 속칭 맵찔이들은 주의를 요한다. 좀 맵다. 하지만 끝맛에 단맛이 돌아 숟가락을 계속 끌어들인다. 

사실 주변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을 보며 싸우지는 않는지 궁금해한다고. 이씨는 "주변 분들이 그렇게 물으시는데 하늘에 맹세코 싸운 적이 없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딱 들어맞는다"라고 말한다. 박씨 역시 그렇다고 답한다.

청년이라 느끼는 일종의 '텃세' 같은 것이 있을까? 아니면 '진상손님' 때문에 심적으로 괴롭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 질문을 이어간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전혀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고 한다. 삼촌(그는 더본 직원이나 공무원들을 '삼촌'이라 부르는 듯하다)들도 잘해 주시고, 원상가 주인분들도 잘해 주신다고 답한다. 

그래도 육체적으로 힘에 부친 적은 있다. 이씨는 "4월달에 처음 개업하고 6월까지 힘들었다. 손님도 너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준비할 것도 많았다. 직원도 없던 때라서 두 명이 모든 걸 다 했다"고 말한다. 그 뒤로 직원 2명을 고용하고, 육체적으로 조금은 나아진 상태다. 

예산시장의 고민이 청년의 고민으로
 
 예전에 비해 3분의 2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꾸준히 손님들이 찾고 있다.
예전에 비해 3분의 2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꾸준히 손님들이 찾고 있다. ⓒ <무한정보> 최효진

이씨는 "그 때 손님이 너무 많으니까, 웃는 얼굴을 못 보여 드린 것 같다. 요즘은 손님이 그때에 비해 줄었으니 손님들을 자주 쳐다보며 한마디라도 하게 된다"고 웃으며 말한다. 실제로 생선가게의 요즘 매출은 최고점 대비 3분의 2 수준이 됐다.최근에 날씨가 얄궂은 탓도 있다. 하지만 손님이 준다는 건, 심각한 고민일 수밖에 없다.

군에서는 예산시장이 백종원 대표 덕에 이렇게 성공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백 대표를 붙들고 있을 수 없다는 것도 인정하는 부분. 군에서는 먼저 대형공사, 이를테면 홀(고기 등을 구워 먹는 장소)바닥공사와 이층 발코니 공사(소유권이 얽혀 있어, 아직 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 등을 계획하고 있고 주차장 공사도 마무리할 생각이다.

또 민간에서 고민하는 부분도 있다. 예산읍주민자치회(회장 김진의)와 예산군도시재생지원센터(센터장 정남수)는 설문조사를 통해, 원도심거리투어 등을 고민하고 있다<무한정보 2023년 12월 11일자 보도>. 이는 20대부터 30대 초반 세대들은 예산시장 먹거리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없다는 아쉬움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젊은 세대인 청년 사장도 같은 생각이다. 이씨는 "예산시장 주변이 황량하게 느껴진다. 번화가가 멀리 떨어져 있으니, 청년들이 즐길거리 혹은 볼거리가 없다. 맥주축제 때는 손님들이 꽤 있었지만 삼국축제 때는 기대만큼 방문객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이제 예산시장의 나아가는 방향을 청년사장들도 고민하게 됐다. 그들의 삶이 녹아든 예산시장에서 행정과 민간은 어떤 것을 고민할지 2024년의 도전이 시작된다.

이정은·박지애 대표는 마지막으로 말한다.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예산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며 살아갈 것이다. 2024년에도 예산시장 많이 찾아주시고 응원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예산시장#생선가게#제주은갈치#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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